1.4兆 쌓아둔 '황제株' 태광산업의 그림자

입력 2022-04-26 17:15   수정 2022-05-04 16:19

태광그룹의 화학·섬유 계열사인 태광산업은 ‘열리지 않는 지갑’으로 불린다. 현금성 자산이 1조4000억원이 넘는 안정적 재무구조에도 불구하고 신규 투자를 거의 하지 않고 있어서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아직 이렇다 할 투자 계획을 내놓지 않고 있다. 금융투자업계를 중심으로 태광산업이 주주가치를 훼손하고 있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는 배경이다.
현금 보유 많은 ‘알짜기업’
2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태광산업의 현금성 자산(단기금융자산 및 공정가치금융자산 포함)은 1조4542억원으로, 전년(1조2077억원)보다 2465억원 늘었다. 지난해 석유화학 업황 호조로 3552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면서 현금성 자산이 증가했다. 총자산 대비 현금성 자산 비중은 29.5%로, 동일 업종 경쟁업체인 코오롱인더스트리(5.0%), 효성티앤씨(4.0%)를 크게 웃돈다. 단기차입금은 902억원으로, 사실상 무차입 경영에 가깝다. 부채 비율도 24.0%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올해 신규 투자 계획은 사실상 없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태광산업 관계자는 “경영진이 교체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 마련된 신규 투자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태광산업은 이호진 전 회장이 횡령·배임 등 ‘오너 리스크’에 휘말리면서 2012년 이후 작년까지 신규 투자를 거의 하지 않았다. 작년에 LG화학과의 아크릴로니트릴(AN) 합작법인인 티엘케미칼을 설립한 게 유일한 투자였다.

업계에선 태광산업이 국내 최초로 아크릴섬유(1967년)와 스판덱스(1979년)를 생산한 기업에 걸맞지 않게 보수적인 경영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 회사의 재계 순위가 2011년 30위에서 지난해 49위로 밀려난 것도 지나치다 싶은 ‘돌다리 경영’ 때문이란 지적이다.

올 1월엔 외부 영입 인사로 각자 대표이사 체제를 꾸린 지 10개월 만에 두 명의 대표를 전격 교체한 것을 두고도 뒷말이 무성하다. 신규 사업 확대를 목표로 LG화학과 효성에서 각각 영입한 정찬식 사장과 박재용 사장을 임기가 1년 넘게 남은 상황에서 교체한 것을 기존의 경영방침을 이어가겠다는 메시지로 해석한 것이다.
주주 요구도 잇달아 외면
태광산업 주식의 특징은 ‘비싼 가격’과 ‘둔한 움직임’이다. 이 회사의 주가가 주당 100만원이 넘어 ‘황제주’로 불린다. 주가는 거의 움직이지 않는다. 이날 태광산업 주식 거래량은 628주에 불과했다. 유동주식 비율이 낮다 보니 주가가 좀처럼 흔들리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태광산업의 시가총액은 1조1156억원으로, 현금성 자산(1조4542억원)보다도 적다. 연간 영업이익을 3000억원 이상 내는 대기업의 시가총액이 현금성 자산보다 적은 건 태광산업이 유일하다.

주주들은 주식 유동성 확대를 위해 액면분할을 잇달아 요구하고 있지만 회사 측은 묵묵부답이다. 배당에도 소극적이다.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3183억원으로 전년(1557억원) 대비 약 두 배로 늘었지만, 배당금은 주당 1750원을 지급하는 데 그쳤다. 배당성향(순이익 중 배당금 비율)이 0.46%에 불과하다. 주주들과의 소통도 거의 없다. 지난 10년간 기관투자가 대상 콘퍼런스콜을 제외하고 일반 주주 대상 기업설명회(IR)를 한 차례도 열지 않았다.

이 때문에 태광산업 지분 6.1%를 보유한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지난달 태광산업에 주주서한을 보내 △주식 유동성 확대 △합리적 배당정책 수립 △정기 IR 마련 등을 요구했다. 경제계 관계자는 “이 전 회장 등 특수관계인 지분이 과반에 달하는 안정적 지분 구조상 액면분할 및 적극적 IR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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