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혈의 재발견…메디포스트 매출 확 늘었다

입력 2022-04-26 17:23   수정 2022-04-27 01:05

10년 전만 해도 제대혈 은행은 ‘한물간’ 사업이었다. 탯줄에 있는 혈액을 보관했다가 나중에 난치병에 걸리면 이를 활용해 치료한다는 개념은 ‘미래 의료기술’로 각광받았지만, ‘실제 치료에 쓰일 수 있느냐’는 의문이 끊이지 않았다

그랬던 제대혈 은행 시장이 재조명받고 있다. 제대혈을 기반으로 한 연구개발(R&D)이 활발해지며 치료 범위도 백혈병 등 혈액질환에서 뇌 신경계질환, 희귀질환 등으로 넓어지고 있다. 쓰임새가 늘어나자 제대혈을 보관하려는 수요가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2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메디포스트의 제대혈 은행 사업 ‘셀트리’는 지난해 258억원의 매출을 냈다. 전년보다 22.5% 늘며 두 자릿수 성장을 기록했다. 메디포스트는 이 시장에서 1위다. 2위인 차바이오텍도 지난해 매출 103억원으로 전년 대비 44.5% 늘었다.

제대혈은 태아에게 산소·영양분을 공급하는 탯줄에 들어 있는 혈액이다. 특수 가공을 거쳐 냉동 보관했다가 나중에 본인 및 가족이 난치병에 걸리면 치료에 쓸 수 있다. 분만할 때만 채취할 수 있기 때문에 출생률과 비례해 시장이 커지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최근엔 출생률이 감소하는데도 제대혈 보관 비율이 늘고 있다. 연간 출산하는 부모 가운데 제대혈을 보관하는 비율은 2017년 5.3%에서 지난해 7.6%로 증가했다.

제대혈의 활용 범위가 점차 넓어지면서 제대혈 은행 사업이 탄력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과거 제대혈은 조혈모세포 이식을 통한 백혈병, 다발성 골수종, 재생불량성 빈혈 등 혈액질환 치료에 주로 쓰였다. 최근엔 뇌 신경계질환, 희귀질환 등으로 치료 범위를 확대하려는 시도가 잇따르고 있다. 제대혈에는 연골, 뼈, 근육 등을 만들어내는 간엽줄기세포가 있다. 미국 듀크대는 간엽줄기세포를 활용해 자폐증, 뇌성마비 등 뇌 질환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쓰임새가 많아지면서 제대혈을 보관하는 기간도 늘어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제대혈은 유아·청소년기에 발생 빈도가 높은 백혈병, 재생불량성 빈혈 등의 치료에 주로 쓰여 15년 정도만 보관했지만, 최근 제대혈 활용 범위가 늘면서 제대혈을 평생 보관하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엔 원더걸스 혜림, 가수 이정현 등 유명인이 자녀의 제대혈을 보관하면서 인식도 높아지고 있다. 출생률 감소에 따라 한두 명의 자녀를 집중 관리하겠다는 수요가 늘면서 제대혈을 보관하는 부모가 많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리서치앤마켓은 세계 제대혈 은행 시장이 2026년 144억4000만달러(약 18조원)에 달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메디포스트는 제대혈의 활용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제대혈 멀티백’을 개발했다. 제대혈을 4개 백에 나눠 보관할 수 있는 기술이다. 한 번 채취한 제대혈을 최대 네 번까지 사용할 수 있다. 회사 관계자는 “멀티백을 이용하면 제대혈을 여러 번 사용할 수 있고, 다양한 질환의 치료에 쓸 수 있기 때문에 활용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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