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의 호모파덴스] 엔데믹 시대 '출근 vs 재택' 갈등

입력 2022-05-01 17:05   수정 2022-05-02 00:05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디지털 전환) 시대에 미국 시가총액 1위인 애플의 최고경영자(CEO) 팀 쿡은 요즘 배가 부를 정도로 애플 직원들에게 욕을 먹고 있다. 엔데믹 시대에 접어들며 재택근무 중인 직원들에게 사무실 출근을 독려했기 때문이다.

애플은 직원들에게 4월에는 최소 주 1일, 5월 2일부터는 최소 주 2일, 5월 23일부터는 주 최소 3일 출근을 제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블라인드에 적힌 직원들의 불만은 가득하다. 출근을 종용하는 회사에 불만을 토로하며 이직하겠노라고 으름장을 놓는다. 출근에 대한 애플 직원들의 이런 반응은 단순한 투덜거림이 아니라 퇴사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회사로서는 단순한 해프닝으로 간주할 수도 없다.

이런 현상은 먼 나라 이웃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 애플이 있다면, 한국의 판교에도 네이버와 같이 취업 선호도가 높은 기업이 즐비하다. 네이버는 건설비만 4800억원 이상을 들여 본사 옆에 제2 사옥을 완공해 엔데믹을 앞두고 임직원의 출근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나 최근 본사 직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당분간 재택근무를 유지하기로 했다. 물론 임직원 의견, 조직문화, 기존 재택근무 기간의 성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근무 방식을 정해야겠지만, 업의 속성 자체를 반영할 수밖에 없다. 금융, 정보기술(IT), 미디어 산업 등은 상대적으로 재택근무가 용이한 반면 요식업, 숙박업, 건설업 등은 현장근무가 여전히 필요하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후 국내 주요 기업의 재택근무 방침을 보면 삼성은 50% 미만, 현대자동차와 LG는 30% 미만 수준에서 재택근무를 하기로 했다. 한화는 계열사 자율에 맡기고, 포스코는 전원 출근을 기조로 삼고 있다. 다만, 기업 채용팀은 향후 이런 회사의 근무 정책이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주류인 취업준비생에게 연봉 못지않게 큰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인지하고, 경영진과 객관적인 데이터를 갖고 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다고 모든 직원이 재택근무를 선호하는 것도 아니다. 왜냐하면 직원마다 개인 상황에 따라 별도의 사무 공간이 집에 없는 경우도 있고, 육아를 하거나 어르신을 부양하느라 실질적으로 집에서는 업무에 집중하기 쉽지 않은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회사로서도 재택근무를 선택이 아니라 필수로 직원들에게 제시했을 경우 예상 밖의 이슈가 생겨날 수 있다. 일례로 스위스에서는 재택근무자의 집세 일부(매달 약 180만원)를 고용주가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회사에서 사무실을 제공하지 않아 재택근무를 했기 때문에 스위스 채권법 327a조에 따라 업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비용을 고용주가 지급할 의무가 있어서다. 회사로서는 ‘재택근무를 허용했더니 이제는 집세까지 나눠 내란 말이냐’고 푸념할 수 있으나, 개인 차량으로 회사 출장을 다녀올 때 유류비나 통행료를 지급하듯이 직원들이 재택근무할 때 발생하는 비용을 누가 부담할 것인가 등은 향후 재택근무가 확산됨에 따라 논란의 여지가 있다.

출퇴근 시간이 소요되는 사무실 출근에 대한 직원들의 반발과 근무 인프라가 부족한 재택근무의 애로사항 속에서 대안으로 급부상하는 것이 거점 오피스 활용이다. 국내에서도 SK텔레콤과 KT가 이미 거점 오피스를 운영하고 있으며, CJ그룹은 주요 계열사 사무실을 거점 오피스로 쓸 수 있는 제도를 마련했다. 현대차는 H-웍스 스테이션이라는 거점 오피스를 활용 중이다. LG이노텍은 거점 오피스 형태를 단독오피스, 회의실, 포커스 존, 폰 부스, 오픈형 공용라운지 등으로 다각화해 주요 업무 지역별로 직원들의 사무공간을 최적화하고 있다.

근무 형태가 바뀜에 따라 요구되는 리더십도 변하고 있으며, 성과 평가의 무게중심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팬데믹을 겪으며 성큼 다가온 원격근무 시대를 맞아 새로운 근무 방식에 적합한 리더십 개발과 성과 관리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구성원들도 원격근무 상황에서 동료 및 상사와 효과적인 협업 방식을 터득해 가야 한다. 기대하는 조직문화와 근무 형태에 대한 직원들의 눈높이는 눈썹 위로 올라갔는데, 임원들의 눈높이는 아예 턱밑으로 내려온 경우가 많다. 대퇴사 시대의 선봉에 서는 회사들의 경우가 특히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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