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면 칸막이 없애 품질 높아져…NYT처럼 스타기자 키워야"

입력 2022-05-01 17:25   수정 2022-05-02 00:08


한국경제신문 독자위원회 세 번째 회의가 지난달 29일 서울 정동 ‘달개비’에서 열렸다. 독자위원들은 한경의 지면 혁신(페이지네이션 개편)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새 정부 내각 인선 보도와 삼성전자 위기론, 오거스타 도전기 등 한경의 지난 두 달간 기사에 관해서도 열띤 논의가 오갔다. 박병원 위원장(안민정책포럼 이사장)을 비롯해 강진아(서울대 기술경영경제정책대학원 교수)·권영탁(핀크 대표)·손성규(연세대 경영대학 교수)·신관호(고려대 경제학과 교수)·오세천(LG전자 전무)·임형주(법무법인 율촌 변호사)·임성은(숙명여대 영문학과 학생) 위원이 참석했다.
지면 개편으로 콘텐츠 품질 향상 기대
한경은 지난 3월 23일 콘텐츠 혁신을 위해 대대적인 지면 개편을 단행했다. 지면의 칸막이로 작용해 온 산업별·부서별 고정면을 없앴다. 기업과 증권 정보를 종합한 비즈니스&마켓(B&M) 섹션을 신설했다. 모든 기업 기사를 투자 정보의 가치와 중요도에 따라 배치해 공급자 및 출입처 중심의 신문 제작 관행에서 벗어나겠다는 취지다.

위원들은 한경의 시도를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신관호 위원은 “칸막이를 없애 모든 부서가 지면을 놓고 경쟁을 벌이면 기사 품질이 점차 좋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성은 위원은 “과거 독자들은 자신이 관심 있는 고정면만 찾아보는 ‘선택적 편식’이 가능했다”며 “고정면을 없앤 건 핵심 이슈부터 차근차근 살펴볼 수 있도록 독자를 유도하는 좋은 전략”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특정 기업과 관련된 기사를 바로 찾아보기 쉽지 않다”(오세천 위원)며 바뀐 페이지네이션 적응에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국내외 투자 정보를 일목요연하게 보여주고자 신설한 ‘마켓데이터’면은 독자 피드백을 반영해 일부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박병원 위원장은 “‘국내 투자자 보유 미국주식 톱 50’은 있는데 정작 ‘외국인 투자자 보유 한국주식 톱 50’은 없다”며 “지금은 주가 등락률만 있는데 보유량도 표시해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경쟁지 대비 상대적으로 작은 활자 크기를 키울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손성규 위원은 “요즘 독자들은 짧고 요약된 기사를 원한다”며 “제한된 지면에 너무 많은 내용을 담으려 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지면 주요 기사에 큐알(QR)코드를 인쇄해 닷컴과 한경TV 등의 다양한 콘텐츠와 연계를 강화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오세천 위원은 “스마트폰으로 지면에 있는 QR코드를 스캔하면 더 자세한 내용이 담긴 닷컴 기사나 한경TV의 동영상 콘텐츠로 연결해주는 것”이라며 “한경이 시장을 선도하는 새로운 시도를 많이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천편일률적 보도는 지양해야
위원들은 한경을 비롯한 주요 언론의 윤석열 정부 내각 인선 관련 보도가 천편일률적으로 쏟아져나온 점에 대해선 아쉬워했다. 가족 문제를 물고 늘어지는 소위 ‘신상털기식 보도’가 이번에도 되풀이됐다는 점에서다. 후보자의 사외이사 경력을 문제 삼는 것은 무리한 비판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신 위원은 “사외이사 업무는 본질적으로 해당 기업에 대한 공적인 감시를 수행하는 역할인데 마치 기업과 결탁하는 것처럼 인식되고 있다”며 “이런 것을 이해충돌이라고 한다면 앞으로 기업인 출신은 아예 공직에 쓰지 말라는 얘기”라고 했다.

같은 이슈라도 다른 언론과 차별화한 시각에서 기사를 써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박 위원장은 “거의 모든 신문이 항상 똑같은 논조와 관점으로 비슷한 기사를 쓰고 있다”며 “의도적으로라도 남들과 다른 관점과 시각을 갖고 기사를 써달라고 기자들에게 주문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박 위원장은 한경 4월 23일자 <서민 ‘이자폭탄’에 잠 못 이루는 동안…은행들 ‘9조’ 돈방석> 기사를 예로 들었다. 그는 “모든 신문이 ‘이런 와중에 돈만 번 나쁜 놈들’식으로 기사를 쓰는데 적어도 경제신문은 그러면 안 된다”며 “이익을 내는 데 들어간 밑천(자기자본)은 얼마인지, 국내 은행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이 국제적으로 낮은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과연 과도한 이익인지 등을 다뤄주며 차별화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4월 25일자 <위기의 삼성…“日기업 몰락 전철 밟나”>에 대해서도 박 위원장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재판 때문에 중요한 경영상 의사결정에 관여하지 못한다고 믿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냐”며 좀 더 치밀한 논리 전개가 필요해 보인다고 주장했다.

손 위원은 “부동산 기사에 서울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등 주요 아파트 단지 가격이 평당 얼마를 돌파했다는 식으로 종종 언급된다”며 “국민들 사이에 상당한 위화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런 정보를 자꾸 부각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오거스타 연재 두고선 설왕설래
비트코인 등 정보기술(IT)과 금융이 융합된 분야의 기사를 두고선 호평이 나왔다. 권영탁 위원은 4월 5일자 <캘 수 있는 비트코인, 10%만 남았다…“4~5년간 대세 상승”> 기사를 거론하면서 “박진우 기자가 비트코인 2100만 개 중 1900만 개가 이미 채굴됐다는 흥미로운 사실을 굉장히 분석적으로 잘 써 칭찬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경이 지난달 18일자부터 21일자까지 4회에 걸쳐 연재한 ‘조희찬 기자의 오거스타 도전기’도 화제였다. 손 위원은 “이벤트성으로 한 번은 상관없지만 네 번이나 실은 것은 좀 과해 보인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도 “미국 오거스타GC는 일반인의 접근이 사실상 불가능한 곳”이라며 “그림의 떡인 독자 입장에선 언짢아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에 반해 오 위원은 “독자 의견은 얼마든지 다양하게 나올 수 있다”며 “천편일률적인 골프 중계 기사보다는 아마추어 골퍼인 기자가 세계 최고의 라운드가 열린 현장에서 직접 경험한 느낌을 남다르게 전달했다는 점에서 굉장히 재미있게 봤다”고 말했다.

문화행사 관련 기사의 게재 시점을 앞당겨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박 위원장은 “상당수 문화행사 보도는 행사가 한창 진행 중이거나 거의 끝날 때쯤에서야 나온다”며 “정말로 가볼 만한 행사라면 독자가 여행계획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되도록 가급적 미리 기사를 통해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
새 정부 규제개혁 과제 기획 시리즈 제안
위원들은 한경이 앞으로 규제와 팩트체크 등의 분야에서 색깔을 드러내는 기획기사로 사회적 관심을 환기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강진아 위원은 “기업들이 세금을 얼마나 내야 할지 사전에 알지 못하는 상태로 경영상 중요 의사결정을 내리는 경우가 많다”며 “해외 선진국과의 비교를 통해 불확실한 과세 행정의 문제를 다뤄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박 위원장은 “얼마 전 나온 <폭주하는 공정위…CCTV 설치까지 보겠다? 기업들 ‘패닉’>(4월 25일자) 기사를 인상 깊게 봤다”며 “입법부를 야당이 장악한 상황에서 새 정부가 시행령 개정 등을 통해 어떤 과도한 규제를 개선할 수 있는지 기획을 해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임형주 위원은 “새 정부가 과학기술과 관련해 각 부처 기능을 대대적으로 조정할 예정이라는 보도를 봤다”며 “앞으로 과학기술과 산업 정책 패러다임이 어떻게 바뀔지 주목하는 기사를 써 보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장기적으로 충성도 높은 독자층을 확보하기 위해선 해외 유수 언론처럼 ‘스타 기자’와 ‘스타 칼럼니스트’를 육성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신 위원은 인공지능(AI) 등 디지털 기술에 강점이 있는 워싱턴포스트와 스타 기자·칼럼니스트 육성에 주력한 뉴욕타임스의 명암이 엇갈린 사례를 언급하며 “한경도 스타 필진을 적극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결국 독자에게 볼 만한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한 뉴욕타임스의 유료 독자 수가 훨씬 빠르게 늘었다”며 “독자들이 기꺼이 지갑을 열게끔 좋은 기자와 칼럼니스트를 발굴·육성해달라”고 당부했다.

■ 한경 1기 독자위원

●위원장
박병원 안민정책포럼 이사장

●위원
손성규 연세대 교수
신관호 고려대 교수
강진아 서울대 교수
박종민 경희대 교수
오세천 LG전자 전무
권영탁 핀크 대표
임형주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박태훈 왓챠 대표
임성은 숙명여대 학생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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