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주식 위주의 공모펀드가 흥행할 때는 이 업무가 어렵지 않았다. 1997년 신탁업자인 은행들이 사업에 진출한 이후 주요 5개 은행이 과점하던 '그들만의 리그'였다.
라임·옵티머스 등 사모펀드 사태가 터지면서 이 시장에 균열이 생겼다. 옵티머스사태 이후 판매사였던 NH투자증권 뿐만 아니라 사무관리회사였던 한국예탁결제원, 수탁은행인 하나은행의 책임론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NH투자증권은 이 두 회사를 상대로 소송까지 진행하고 있다.
규제도 강화됐다. 운용사에 대한 위법·부당행위 감시 의무가 수탁사에 부여되면서다. 인력 대비 업무 강도는 높아지고 책임은 더 커졌다. 수탁사들은 상품 구조가 복잡한 사모펀드 수탁에서 손을 떼기 시작했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주식형 공모펀드의 수탁보수가 2~3bp(1bp=0.01%)인데, 규모가 작은 사모펀드는 20bp를 줘도 안 한다는 분위기"고 설명했다.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도 크다고 판단했다. NH투자증권은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 부문 업계 1위다. 헤지펀드를 운용하는 데 필요한 신용공여, 증권 대차, 자문 등을 종합적으로 해 주는 서비스다. 프라임브로커리지본부 내에 수탁부를 신설한 배경이다. 수탁부는 10월부터 본격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약 100억원을 투자해 관련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우리은행, NH농협은행, 메릴린치 등에서 오랜 기간 수탁 업무를 담당해온 수탁 담당자들도 영입했다.
운용감시시스템도 도입했다. 이를 통해 운용사의 약관에 따라 펀드 운용이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는지를 하루 단위로 검증할 수 있게 됐다. 장외파생, 부동산 등 예탁원에 전자등록되지 않은 비시장성자산에 대해서도 운용지시를 전산으로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10월 국내자산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시작하고, 내년부터는 해외자산을 대상으로 서비스 영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증권사의 수탁업 진출에 운용업계도 크게 반기고 있다. 나석진 금융투자협회 자산운용부문 대표는 "NH투자증권의 수탁업 진출이 사모펀드 인프라 회복의 마중물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등도 수탁사업 진출 여부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NH투자증권은 향후 가상자산, 탄소배출권 등 다양한 영역으로 수탁 사업 영토를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임 대표는 "펀드는 운용사 판매사 수탁사 사무관리회사가 투자자의 돈을 2중·3중으로 보호해준다는 점에서 자본시장에서 가장 완벽한 상품"이라며 "수탁기관으로서 리스크 요인을 철저히 감시해 사모펀드 시장이 다시 활성화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고재연 기자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