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의 '골칫덩이'…800억 자산 팔아 '정상화 기반' 마련 [김익환의 컴퍼니워치]

입력 2022-05-04 10:47   수정 2022-05-04 15:28


SK텔레시스는 'SK그룹의 골칫거리'로 통한다. 모회사인 SKC 기업가치를 갉아먹은 것은 물론 최신원 전 SK네트웍스 회장과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등 그룹 경영진의 검찰 수사를 불러온 회사다. 최근까지 '유동성 위기'를 겪은 이 회사는 경기도 판교 연구소를 처분하기로 했다. 연구소 매각 자금으로 경영 정상화 기반을 다질 계획인 만큼 모회사인 SKC 기업가치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SK텔레시스는 오는 6월 30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연구소를 820억원에 매각하기로 했다. SKC가 지분 81.4%를 보유한 SK텔레시스는 2009년 휴대폰 브랜드인 ‘W폰’을 출시한 직후 '적자 터널'에 진입했다. 애플과 삼성전자가 장악한 스마트폰 시장에 W폰에 이어 ‘비폰’ ‘조인성폰’ 등으로 불린 일부 피처폰과 저가형 스마트폰을 내놨다. 하지만 이들 제품이 호응을 얻지 못하면서 SK텔레시스는 2010~2015년에 무더기 적자를 냈다. SKC는 SK텔레시스를 지원하기 위해 2012년 9월과 2015년 4월 SK텔레시스에 각각 199억원, 700억원을 출자한 데 이어 2015년 7월에는 반도체케미칼 사업부를 넘겼다.

검찰은 이 같은 자금지원 과정을 문제 삼았다. 당시 SKC 경영진이었던 조 의장이 최 전 회장과 공모해 SKC 사외이사들에게 경영진단 결과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고 SK텔레시스 유상증자에 참여하게 했다는 혐의였다. 골칫거리인 SK텔레시스에 대한 부당지원으로 SKC 손실을 입혔다는 논리다. 지난 1월 법원은 이 같은 혐의에 대해 최 전 회장에게는 징역 2년 6개월, 조 의장에겐 무죄를 선고했다.

SK그룹 경영진을 검찰 수사선상에 올린 SK텔레시스는 여전히 '존폐기로'에 서 있다. 2020년 당기순손실 329억원을 내면서 지난해 말 자본총계가 -386억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를 기록했다.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이 회사는 작년 8월 팬택C&I에 통신장비 사업체인 SKC인프라서비스를 789억원에 매각했다.

여기에 오는 6월에 판교연구소를 820억원에 매각한다. 이번 연구소 매각으로 SK텔레시스는 580억원가량의 매각차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기판 등 반도체 부품소재 사업을 통해 작년 2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는 등 흑자기반을 마련한 만큼 SK텔레시스도 올 하반기에는 경영 정상화 경로를 밟을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SK텔레시스의 정상화는 모회사인 SKC 기업가치를 밀어올릴 변수다.

SKC가 SK텔레시스를 완전 흡수합병하거나 다른 자회사인 SKC솔믹스화 합병하는 방식으로 청산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SK그룹의 악몽을 지우고, 새 출발한다는 차원에서도 이 같은 결정에 나서야 한다는 분석도 많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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