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헌이 카카오TV에 나올까?"…카카오가 기획사 '포식' 멈춘 이유 [차준호의 썬데이IB]

입력 2022-05-06 11:15   수정 2022-05-09 17:36

이 기사는 05월 06일 11:15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연예 기획사와 콘텐츠 제작사들을 잇따라 인수합병(M&A)하며 덩치를 키워온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올해는 속도조절에 돌입하기로 방침을 세웠다. 공격적 M&A를 통한 사세 확장 전략에서 이젠 인수한 콘텐츠 자회사들과 카카오엔터의 플랫폼 간 시너지를 좀 더 선명히 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선회한 것으로 풀이된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카카오엔터 내부적으로 현재 진행 중인 SM엔터테인먼트 인수를 제외하고 추가로 검토 중이던 콘텐츠 기획사들의 M&A는 당분간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자사의 자체 플랫폼인 카카오TV 등과 M&A로 확보한 자회사들의 지적재산권(IP)간의 시너지 속도가 예상보다 더디다는 자체 판단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 측 관계자는 "카카오엔터가 합병 전 카카오M 시절부터 유명 배우인 이병헌 씨가 소속된 BH엔터테인먼트를 인수했지만, 그렇다고 이병헌 씨를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들 대신 카카오TV에 출연시킬 순 없는 상황"이라며 "아티스트들은 대중성이 있는 매체를 통해 필모그래피를 쌓고 대중에 각인되면서 인지도를 키우는데, 이런 고민 없이 덩치 키우기에만 집중했다는 일부 내부 자성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 카카오엔터는 배우 이병헌, 김고은 씨의 소속사인 BH엔터, 공유 수지 등이 소속한 매니지먼트 숲 외에도 송승헌, 이동욱 씨의 소속사인 킹콩by스타쉽, 박서준 김유정 씨가 속한 어썸이엔티, 현빈 씨의 소속사 VAST엔터테인먼트 등 국내 주요 배우 매니지먼트 6개사를 자회사로 보유하고 있다. 이외에도 글앤그림미디어, 로고스필름, 바람픽쳐스, 영화사 월광 등 16곳에 달하는 제작사도 산하에 두고 있다.

지난해엔 국민 MC인 유재석 씨와 아티스트 유희열 씨를 보유한 안테나의 경영권을 인수해 100% 자회사로 편입했다. 최근 성공적인 데뷔를 보인 여성 아이돌그룹인 아이브(IVE)의 소속사인 스타쉽을 포함 IST엔터테인먼트, 플렉스엠엔터테인먼트 등 자체 음악 레이블 사업도 꾸리며 아이돌 등 육성에도 나서고 있다.

여기에 더해 최근 막바지 협상에 돌입한 SM엔터 경영권 인수까지 마무리될 경우 에스파, 샤이니, 소녀시대, 엑소 등 SM엔터 내 아티스트들과 더불어 강호동, 전현무 씨의 소속사인 자회사 SM C&C, 배우 매니지먼트사인 자회사 키이스트 등의 소속 아티스트들을 자사에 추가하게 된다. 양적 측면에선 하이브와 더불어 국내 양대 기획사로 자리매김하게 될 예정이다.

문제는 이같은 대형 사단을 카카오엔터 플랫폼과 어떻게 접목할 지 청사진이 뚜렷하지 않다는 점이다. 카카오는 해당 기획사들의 배우 및 제작 역량을 활용해 카카오TV를 통한 오리지널 드라마 등을 선보이겠다는 계획이었지만 큰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오히려 카카오엔터가 보유 IP 판권을 판매해 다른 플랫폼에서 제작된 사내맞선(SBS)과 술꾼도시여자들(TvN) 등 드라마들이 흥행에 성공했지만 카카오TV 등 플랫폼에서의 킬러 콘텐츠를 선보이는 덴 실패했다.

카카오엔터는 자회사인 영화사 월광이 제작하는 영화(승부)에 또다른 자회사 소속 배우인 이병헌 씨가 출연하는 등 제작사와 기획사 간 협업에서부터 점차 계열사간 시너지 반경을 넓혀 가겠다는 입장이다. 이달 공개되는 카카오TV 드라마 '결혼백서'에 소속 배우인 이진욱, 이연희 씨가 출연하고, 안테나 아티스트들로 카카오TV 예능도 시청자들을 대상으로 인지도를 넓혀가고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이 같은 플랫폼 업체와 콘텐츠사 간 융합에 관한 시행착오는 2017년 SKT가 경험하기도 했다. SKT는 SM엔터의 자회사인 SM C&C와 지분을 섞고 키이스트에도 2대주주에 오르며 연예기획사 사업에 발을 들인 바 있다. 막바지에 철회했지만 당시 조보아, 김우빈 씨 등이 소속됐던 IHQ의 인수를 검토하며 연예기획부문에 직접 진출하는 방안도 검토했다. 콘텐츠 역량을 키우면 SK브로드밴드 등 자회사들과 시너지가 뚜렷할 것이라 판단했지만 지분교환이 이뤄진 지 5년 후인 현재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잇따른 M&A로 회사의 재무부담도 가중되고 있다. 2019년까지 무차입 기조를 유지하던 회사는 2020년 말엔 667억원, 지난해 말에는 6550억원까지 순차입금이 대폭 늘었다. 부채비율은 2019년 12.9%에서 지난해 말 72.2%로 크게 늘었다. 지난해 웹툰 웹소설 플랫폼 래디시·타파스 등을 포함 영화사 집, 크래들스튜디오, 쓰리와이코프레이션 등 총 17곳의 회사를 인수하며 약 1조1000억원 가량을 M&A에 투입한 점이 반영됐다. 진행 중인 SM엔터 인수를 포함하면 올해도 M&A에만 1조원이 넘는 현금을 투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카카오의 단기 '속도전'에 업계에서도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엔터업계 관계자는 "지난해까지 카카오가 다수의 기획사를 대상으로 인수 협상에 나섰는데, 카카오측 실무진이 인수 이후 방향 혹은 피인수 회사에 대한 스터디가 전혀 되지 않은 채 가격만 제시해 반감을 산 케이스도 있었다"고 말했다.

내년으로 계획된 상장을 앞둔 상황에서 업계에선 카카오엔터가 정체성을 '기획사들의 집단'에서 '플랫폼'으로 정착하는 데 속도를 내야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카카오엔터의 기업가치는 약 12조원에 형성됐지만, 카카오 측은 내년도 상장시 기업가치를 최소 20조원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 미디어·엔터분야 애널리스트는 "카카오엔터가 20조 이상의 플랫폼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유저들을 끌어모을 수 있는 소구력을 증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차준호 기자 chac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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