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루미늄 창호와 부산·울산·경남지역 철근 콘크리트업계가 원자재 가격 폭등에도 납품단가를 올려주지 않자 건설사에 공급 중단을 선언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거대 여당을 찾아 납품단가연동제의 조속한 도입을 촉구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이 제도 도입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자, 더불어민주당과 간담회를 갖고 차기 정부를 압박하는 모양새다.
부산·울산·경남지역 철근 콘크리트 업계 역시 공사비 증액을 요구하며 오는 6일부터 무기한 공급 중단에 들어가기로 했다. 강성진 청송건설 대표는 "철근가격은 지난해 2월 t당 67만원에서 현재 120만원으로 2배 가까이 올랐다"며 "파업까지 가야만 귀를 기울여주면 어떻게 이 나라에서 사업을 하나"라고 한탄했다.
중소레미콘업계를 대표하는 배조웅 한국레미콘공업협동조합연합회 회장은 "시멘트 공급이 안되면서 수시로 문을 닫는 레미콘공장이 늘었다"며 "시멘트업계가 무리하게 가격을 올린 데 이어 생산량까지 조절하는 것 아닌가 의심이 든다"고 했다. 김문식 금문산업 대표는 "납품단가 미반영으로 표면처리(도금)업종은 존폐 기로에 서 있다"며 "뿌리기업들이 하나 둘씩 사라지면 우리나라 기초산업이 무너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소기업계는 원자재를 대량 확보해 협력사를 지원하거나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곧바로 납품단가에 반영해주는 삼성전자, 삼성엔지니어링, 현대자동차 등의 모범사례가 재계로 확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중기중앙회에 따르면 삼성엔지니어링은 직접 원자재를 구매해 협력 중소기업에 공급해주는 ‘사급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구매 협상력이 낮은 중소기업의 경우 중간 유통상(대리점)을 거쳐 원자재를 조달하기 때문에 원자재 수급난이 발생할 경우 아예 구하지 못하거나 비싼 가격에 구하는 사례가 많았다. 삼성엔지니어링이 사급제도를 통해 제때 싼 가격에 원자재를 협력 중소기업에 제공하면, 원자재 가격 급등락이나 수급 불안에 대한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삼성전자는 거래중인 1차 협력사를 대상으로 철판 레진 구리 등 원자재 가격 변동시 변동분을 부품단가에 바로 반영해주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알루미늄·귀금속·구리·납의 경우 런던금속거래소(LME) 가격에 따라 주기적으로 납품단가에 반영해 주고 있다. 김기문 회장은 “일부 잘하는 대기업이 있지만 안하는 대기업이 대다수라는 것이 문제”라며 "자발적인 상생 문화가 정착될 때까지 법으로 규정하는 납품단가 연동제를 조속히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 검토'를 공약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그러나 모범계약서 도입 등 시장 자율에 우선 맡기겠다며 한발 물러섰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는 국회 답변서에서 납품단가연동제 도입에 대해 "정부가 가격 설정에 개입하면 수급사업자(납품업체) 보호 효과보다 부정적 효과가 크다"며 "원사업자(납품받는 대기업)의 사업 여건을 악화시키고 수급사업자의 원가 절감을 위한 기술과 경영 혁신 유인을 감소시킬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이에대해 중기중앙회측은 "기업간 경제활동에 대해 '공정거래법','하도급법'등으로 이미 불공정거래는 국가도 개입하고 있다"며 "자유시장경제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한 중소기업 대표는 "원래 중소기업계는 친(親)노동 성향의 민주당 의원과 가깝지 않았으나 윤석열 정부가 '납품단가연동제'도입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자 민주당쪽으로 기우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또 다른 대표는 "일부 사장들은 오죽 답답하면 이날 민주당 의원에 '검수완박 법안 처리처럼 납품단가연동제 법안도 처리해달라'고 요구할 정도"라고 말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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