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부처님오신날'에 담긴 띄어쓰기 정신

입력 2022-05-09 10:01  

올해 ‘부처님오신날’(5월 8일, 음력 4월 8일)은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연등회가 3년 만에 재개되는 등 여느 해보다 알차게 치러졌다. 사바세계를 밝히는 형형색색의 등불 중에서도 유난히 연꽃 모양의 등이 눈에 자주 띈다. 그러다 보니 ‘연등’을 연꽃 모양의 등불 정도로 알고 있는 이도 많은 것 같다. 하지만 연등의 ‘연’은 ‘연꽃 련(蓮)’이 아니라 ‘불사를, 불붙일 연(燃)’ 자다. 연등회(燃燈會)는 부처의 탄생일을 맞아 등불(깨달음을 상징)을 밝히는 의식이다. 국가무형문화재이자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돼 종교를 넘어 문화적으로도 중요한 민족 행사로 자리 잡았다.
친근한 순우리말로 ‘석가탄신일’ 대체
이날은 불교 의식에서 비롯됐지만 오랜 역사와 함께 우리 문화와 삶에 녹아들어 명절이 됐다. 흔히 ‘초파일’이라고 부르는 게 부처님오신날을 명절로서 부르는 이름이다. ‘초팔일(初八日)’에서 음이 변한 말이다. 이외에도 부처님오신날은 우리말과의 접점이 많다. 우선 아름다운 우리 고유어의 확산 효과를 꼽을 수 있다.

지금은 부처님오신날이 공식 명칭이지만, 오랫동안 이날은 석가탄신일 또는 줄여서 석탄일로 불려왔다. 그것이 법정용어였다. “석가탄신일에서 ‘석가’는 샤카라는 고대 인도의 특정 민족 이름을 한자음으로 표기한 것이라 부처님을 가리키는 단어로 적절치 않습니다. 또 ‘석탄일’이란 약칭을 쓰면 자칫 광물인 석탄과 혼동하는 이들도 있지요. 부처님오신날은 순우리말로, 한글화 흐름에도 부합하고 친근감이 있어 좋습니다.” 이런 이유로 불교계는 1960년대부터 명칭을 부처님오신날로 바꾸고 정부에도 명칭 변경을 건의했다. 정부는 2017년 이를 받아들여 국무회의에서 부처님오신날을 공식 명칭으로 확정해 이듬해부터 법정용어로 쓰게 했다.

띄어쓰기 용법도 눈여겨볼 만하다. 예전의 ‘석가탄신일’이 단순히 명사끼리의 합성어인 데 비해 ‘부처님오신날’은 ‘명사+관형어+명사’의 형태다. 이로 인해 이 말을 띄어 쓰는 이가 많다. 하지만 고유명사이므로 띄어 쓰지 않고 붙여 쓴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글을 쓸 때 띄어 써야 할지 붙여 써야 할지 헷갈릴 때가 종종 있다. 각종 명칭을 비롯해 구호 등이 구(句)의 형태를 취할 때, 특히 ‘관형어+명사’ 꼴의 합성어류에서 더한다. 단어는 띄어 쓰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는 맞춤법 총칙 규정을 그대로 따르면 될까? 붙여 쓰면 틀리는 것일까?
‘관형어+명사’형 고유명사는 붙여 쓰면 돼
‘국군의 날’ 등 각종 ‘OO의 날’을 비롯해 ‘예술의 전당’ ‘배달의 민족’ 같은 상호류는 띄어 쓰는 게 원칙이지만 심리적으로는 붙여 쓰고 싶을 때가 많다. 고유명사로서 하나의 단위어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가령 단어별로 띄어 쓴 ‘한국 대학교 사범 대학’은 원칙에 충실한 것이지만 시각적으로 불편하고 의미상으로도 긴밀하지 않다. 오히려 ‘한국대학교 사범대학’으로 쓰는 게 심리적으로 안정적인 형태다. 단어별로 띄어 쓰는 것보다 단위별 띄어쓰기를 하는 게 직관적으로 더 자연스럽다. 한글맞춤법 제49항 ‘성명 이외의 고유명사는 단어별로 띄어 씀을 원칙으로 하되, 단위별로 띄어 쓸 수 있다’고 한 규정은 이런 현실적 측면을 반영한 것이다.

‘부처님오신날’ 같은 ‘관형어+명사’ 꼴은 이 조항에서 명시적으로 규정하진 않았으나 맞춤법 해설을 통해 응용할 수 있게 했다. ‘용언의 관형사형+명사’ 혹은 ‘명사+조사+명사’ 형식으로 된 고유명사도 붙여 쓸 수 있다고 풀이했다. 가령 ‘즐거운 노래방’이라고 할 때 일반적 의미의 표현이면 당연히 띄어 쓰지만 이게 노래방 상호, 즉 고유명사로 분류되면 ‘즐거운노래방’이라고 붙여 쓸 수 있다는 뜻이다.

마찬가지로 ‘성년의 날’이 원칙이되, ‘성년의날’로 붙여 쓸 수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부처님오신날’을 비롯해 ‘예술의전당’이나 ‘배달의민족’ 같은 고유명사류는 관용적으로 늘 붙여 쓴다. 고유성 있는 표현은 고유한 대로 지켜주는 게 한글맞춤법의 정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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