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열하일기》 옥갑야화라는 부분에는 소설 《허생전》이 수록돼 있습니다. 연암 박지원(사진)이 정조 시절 청나라 사신길에 동행하면서 보고 들은 내용을 담은 것이 열하일기입니다. 소설은 그 시기의 시대적 상황을 간접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에 귀중한 자료라고 할 수 있죠. 그래서 허생전을 통해 조선 후기 경제 상황과 경제 용어를 알 수 있습니다. 한번 살펴보시죠.
허생의 행위를 경제학에서는 ‘매점매석(買占賣惜)’이라고 합니다. 특정 물건을 많이 사둔 뒤(매점) 가격이 오를 때까지 팔지 않고 보관하는 행위(매석)를 일컬을 때 쓰죠. 매점매석은 그 물건이 필요한 소비자의 후생을 악화시킵니다. 매점매석 행위는 지금도 존재합니다. 코로나19가 확산하던 초기에 마스크가 엄청나게 부족했죠. 마스크 제조 및 유통업체가 창고에 마스크를 쌓아두고 시중에 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마스크가 필요했던 국민은 약국에 오랜 시간 줄을 서서 기다리며 제한된 수량의 비싼 마스크를 구매해서 후생이 악화됐죠.
이 말을 통해 조선의 물자 흐름이 얼마나 열악한지 알 수 있습니다. 육지로는 수레가 다니며 상품이 지역에서 지역으로 이동해 부족한 것을 채워야 하지만, 조선은 상업 발달을 억제해 수레가 다닐 도로도 제대로 갖추지 못했죠. 또 조선에 없거나 부족한 상품은 외국과의 무역을 통해 조달할 수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습니다.
박지원은 《허생전》을 통해 매점매석이 가능한 조선의 허약한 경제구조를 보여주고 유통과 무역을 활발하게 해 나라를 부강하게 해야 한다는 점을 말하고 싶었던 겁니다. 박지원의 바람은 무역 규모 세계 8위가 된 한국을 통해 실현됐다고 할 수 있죠. 이렇게 우리는 고전을 통해 교훈을 얻고, 현재를 바라볼 수 있습니다.
정영동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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