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정부 압박에 눈물…20년여만에 'LG의 꿈' 다시 꾼다 [강경주의 IT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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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2-05-07 14:05   수정 2022-05-07 15:36

김대중 정부 압박에 눈물…20년여만에 'LG의 꿈' 다시 꾼다 [강경주의 IT카페]


LG전자와 LX그룹 등 이른바 '범LG가(家)'의 반도체 사업 확장 움직임이 뚜렷해지고 있다. 1999년 정부 주도의 빅딜로 당시 현대전자에 울며 겨자먹기로 넘겨준 'LG 반도체'가 지금의 SK하이닉스로 성장하는 과정을 지켜본 LG로서는 반도체가 아픈 손가락으로 꼽혔을 터. 하지만 글로벌 반도체 수요가 갈수록 폭증하면서 LG전자와 LX그룹이 과거의 아픔을 딛고 다시 시장에 뛰어드는 모습이다.
LG전자, 차량용 반도체 자체 조달 추진
7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최근 독일 시험·인증 전문기관 'TUV 라인란드'(TUV Rheinland)로부터 차량용 반도체 개발 프로세스에 대한 'ISO 26262' 인증을 받았다. 이 인증은 차량에 탑재되는 전기·전자 장치의 시스템 오류로 인한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제정된 국제표준화기구(ISO) 자동차 기능 안전 국제표준규격이다.

LG전자는 전자제어장치(ECU)와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 전력관리반도체(PMIC) 등 차량용 반도체 개발 프로세스를 구축했다. 특히 이번 인증에서 자동차 기능 안전성 가운데 최고 수준인 '자동차안전무결성수준'(ASIL) D등급의 부품 개발 능력을 인정받았다고 LG전자는 소개했다.

ASIL은 사고의 심각도와 발생빈도, 제어 가능성 등에 따라 최저 A등급에서 최고 D등급까지 4단계로 분류되는데 D등급은 1억 시간 동안 연속 사용했을 때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고장을 1회 이하로 관리하는 가장 엄격한 등급이다.

LG전자의 차량용 반도체 사업은 선행기술 개발을 담당하는 최고기술책임자(CTO) 부문 내 SIC센터 주도로 추진되고 있다. 미래 성장동력으로 파워트레인, 인포테인먼트 등 자동차 부품 사업을 키우고 있는 LG전자는 차량용 반도체 개발 역량까지 확보해 전장 사업 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계획이다.

프랭크 주트너(Frank Juettner) TUV 라인란드 코리아 대표는 "LG전자가 차량용 반도체 개발 프로세스를 성공적으로 구축하고 기능 안전성까지 확보해 앞으로 미래 자동차 산업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진경 LG전자 SIC센터장(상무)은 "자동차의 핵심 부품인 차량용 반도체의 기능 안전성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개발할 수 있는 체계와 역량을 지속해서 확보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LX세미콘, 국내 대표 팹리스로 자리 잡아
범LG가의 한 축인 LX그룹의 반도체 사업 확장은 한 발 더 나아간 모양새다. 구본준 LX그룹 회장은 조카인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경영권을 이어받자 일부 계열사를 거느리고 독립해 LX홀딩스를 출범시켰다. LX홀딩스는 LX인터내셔널(옛 LG상사), LX하우시스(LG하우시스), LX세미콘(실리콘웍스), LX MMA(LG MMA), LX판토스(판토스) 등을 자회사 또는 손자회사로 갖고 있다.

그중 그룹 주력사인 시스템반도체 회사 LX세미콘은 국내 대표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LX세미콘은 지난해 3696억원의 영업이익(연결기준)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약 4배 증가한 것. LX세미콘은 올 1분기 영업이익도 1279억원을 달성하며 전년 동기 대비 115.9% 증가했다. LX세미콘의 이같은 질주 덕분에 LX그룹의 몸집도 커졌다. LX그룹의 자산 규모는 2020년 말 8조930억원에서 지난해 말 10조374억원으로 24%가량 증가해 재계 순위 40위권으로 뛰어올랐다.

LX세미콘의 성장세가 두드러지자 LX그룹은 최근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나온 매그나칩반도체(이하 '매그나칩') 인수를 검토하며 본격적인 반도체 회사로서의 기반 다지기에 나섰다. 매그나칩은 SK하이닉스(당시 하이닉스반도체)가 2004년 10월 메모리반도체 집중을 위해 비메모리 부문을 정리하면서 분사됐고 이후 미국 시티그룹 벤처캐피털이 인수해 지금의 이름이 됐다.

미국 뉴욕거래소(NYSE)에 상장된 매그나칩은 본사와 생산시설 등이 국내에 있지만 주요 주주는 미국계 헤지펀드들로 구성돼 있다. 지난해 중국계 사모펀드 와이즈로드캐피털이 약 14억달러(약 1조7800억원)를 들여 매그나칩을 인수를 추진했지만 미국 정부의 제동으로 인수 작업이 무산됐다.

매그나칩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 드라이버 구동칩(DDI)과 자동차용 전력 반도체를 주력으로 한다. 특히 TV와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DDI 분야는 삼성전자에 이어 글로벌 점유율 2위다. 업계 관계자는 "고성장이 예상되는 시스템반도체 시장 공략을 확대하고 LX세미콘과의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 LX그룹이 이번 인수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못다 이룬 'LG 반도체의 꿈' 영근다
반도체 사업에 대한 구 회장의 의지는 남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그는 서울 양재동에 위치한 LX세미콘 사옥에 별도 집무실을 마련해 매주 정기 출근할 정도로 반도체 사업에 애착이 크다. 그에겐 반도체 사업이 '천추의 한'으로 여겨진다. LG그룹에서 독립하기 전인 1997~1998년 LG반도체 대표를 지냈지만 당시 외환위기로 인해 현대전자(현 SK하이닉스)에 반도체를 넘겨서다.

당시 김대중 정부는 5대그룹 대상 '빅딜'을 추진했다. 반도체업종에선 세계 4위 현대전자와 6위 LG반도체의 통합이 본격 논의됐다. 두 그룹 모두 반발했지만 컨설팅회사 아서D리틀이 "현대전자가 통합주체로 적합하다"는 결과를 내놨다. 구 회장과 구 회장의 아버지 구자경 명예회장은 격렬히 반대했지만 정부의 압박에 못이겨 울며 겨자 먹기로 LG는 반도체 사업을 접었다. 자의가 아닌 타의로 회사를 넘긴 탓에 구 회장의 상심이 컸다고 전해진다.

만약 LX그룹이 매그나칩을 최종 인수한다면 이 회사는 20여 년 만에 구 회장 품으로 돌아가게 된다. 매그나칩은 2004년 하이닉스반도체(현 SK하이닉스)가 메모리반도체 집중을 위해 비메모리 부문을 정리하면서 분사한 회사이기에 거슬러 올라가면 LG반도체 식구였기 때문이다.

구 회장은 LX그룹을 출범시키면서도 반도체 사업 확장을 염두에 뒀다. 작년 LG와 계열 분리할 당시 LG그룹 내 유일한 반도체 계열사인 LX세미콘을 그룹에 편입시키면서 LX홀딩스를 제외하고 계열사 가운데 LX세미콘에만 유일하게 임원(미등기) 직함을 달았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LG같은 글로벌 전자 기업이 반도체에 뛰어드는 건 국가 경제를 위해서라도 대환영"이라며 "차량용 반도체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이 예상되는 만큼 차기 정부에서도 이를 특화해 집중적으로 다루고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매그나칩 인수에 대한 구 회장의 의지가 큰 것으로 알고 있다"며 "LX그룹이 매그나칩을 품는다면 LX세미콘에서 한 발 더 나아간 반도체 라인업을 완성해 외풍에 흔들리지 않는 안정적인 시스템으로 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범LG그룹이 대관 능력과 마케팅 역량이 좀 부족할 뿐 기술력은 누구나 인정을 하지 않나, LG가 본격적으로 반도체를 한다면 오히려 해외에서 더 알아줄 것"이라며 "애플과의 애플카 협력설도 계속 나오고 있는 만큼 LG전자의 차량용 반도체, LX그룹의 시스템반도체가 역량을 갖춘다면 삼성, SK와 함께 국내 경제에 엄청난 시너지가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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