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수반에 경찰 출신 강경 친중파…'홍콩의 중국화' 가속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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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2-05-08 13:29   수정 2022-06-07 00:02

홍콩 수반에 경찰 출신 강경 친중파…'홍콩의 중국화' 가속 전망


홍콩 행정수반인 행정장관에 8일 중국 중앙정부의 낙점을 받은 존 리 전 정무부총리가 당선됐다. 1997년 홍콩이 중국에 반환된 이후 앞선 4명의 행정장관이 엘리트 행정관료 출신이었던 것과 달리 리 당선인은 경찰 출신이다. 중국의 공안정국이 더욱 강화될 것이란 전망이다.

1461명의 홍콩 선거위원회는 이날 오전 간접 선거로 단독 입후보한 리 후보를 차기 행정장관으로 선출했다. 1428명(97.7%)이 찬성표를 던졌다.

이번 선거는 중국이 '애국자'만 출마할 수 있도록 홍콩의 선거제를 개편한 후 처음으로 실시됐다. 지난해 9월 선거를 통해 새롭게 꾸려진 선거위원회도 친중 진영이 장악했다.

당초 3월27일 예정이었던 선거는 코로나19 확산 탓에 이날로 연기됐다. 이번 선거를 한 달 앞둔 지난달 9일 리 당선인이 출마를 선언했고 다른 경쟁자는 나서지 않았다. 리 당선인의 임기는 홍콩 반환일인 7월1일부터 시작한다.

1997년 홍콩의 주권이 중국으로 반환된 후 캐리 람 현 행정장관을 비롯한 앞선 4명의 행정장관은 모두 행정관료들이 맡아왔다. 영국 식민지 시절 구축된 홍콩 공무원 체계는 법과 절차를 중시하는 장점이 있지만, 절차와 형식을 지나치게 중시한다는 비판도 받아왔다. 중국 중앙정부는 중앙의 지시가 홍콩 현장에서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다고 질타하기도 했다.

앞선 행정장관들과 달리 존 리는 경찰 출신으로 40년 공직 생활 동안 강력범죄와 공안사범 단속에서 경력을 쌓아왔다. 보안장관으로서 2019년 홍콩을 휩쓴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강경 진압했고, 2020년 6월 30일 홍콩국가보안법이 발효된 후 이를 적극적으로 집행했다.

반정부 시위와 관련해 1만여명이 체포됐고, 홍콩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민주 진영 주요 인사를 포함해 170여명이 체포되고 많은 사회단체와 언론사가 문을 닫았다. 그가 지난해 6월 경찰 출신 첫 정무부총리로 발탁되자 중국 정부가 이러한 점을 높이 샀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영국과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국가들이 홍콩에서 시민의 자유가 후퇴하고 있다고 비판하는 상황에 맞서기 위해 중국이 '스트롱맨'을 고르게 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리 당선인은 "결과 지향적인 정부를 만들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또 관료주의를 타파해 "일이 돌아가도록 하겠다"고 공약했다. 케네스 찬 홍콩 침례대 교수는 이러한 스타일은 정부의 통치에 대한 대중의 발언권과 참여를 더욱 줄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존 리는 민주주의자들을 차단하고 시민사회에 압박을 가하며 향후 5년간 민주적인 개혁에 관한 모든 이슈를 기본적으로 죽이겠다고 결심했다"며 "이는 문을 아주 완전히 걸어 잠그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경없는기자회(RSF)가 지난 3일 발표한 '2022 세계 언론자유 지수'에서 홍콩은 전 세계 180개 국가 중 가장 가파른 순위 하락(68계단)을 보이며 148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리 전 부총리는 "홍콩에서 언론의 자유는 기본법에 보장되고 있기 때문에 그것을 따로 약속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리 당선인은 중국이 밀어붙이고 있는 홍콩판 국가보안법 제정을 최우선 순위 중 하나로 두겠다고 공약했다. 기존 홍콩보안법은 국가 분열, 국가정권 전복, 테러 활동, 외국 세력과의 결탁 등 4가지 범죄를 최고 무기징역형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이를 보완하는 별도의 국가보안법을 홍콩이 제정해 자신들이 만든 법에 담기지 않은 다른 죄목을 담아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홍콩 기본법 23조는 반역, 분리독립, 폭동선동, 국가전복, 국가기밀 절도 등에 대해 최장 30년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이와 관련한 법률을 제정하도록 규정했다.

존 리 전 정무부총리가 홍콩 행정장관에 취임하면 '홍콩의 중국화'가 빨라지면서 국제금융허브로서의 홍콩의 위상이 흔들릴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경제·금융 분야 경험이 없는 데다 중국의 확실한 충성파라는 점에서 홍콩 금융계와 외국 기업들의 요구는 뒷전으로 밀릴 것이란 전망이다.

홍콩은 지난달 1일 입국자의 호텔 격리 기간을 7일로 단축했지만, 금융계에서는 세계의 '위드 코로나' 흐름에 여전히 역행하고 있다며 격리를 철폐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또 이미 2년 넘게 이어진 엄격한 격리 정책과 여행 제한으로 많은 외국 인재들이 홍콩을 떠났으며 이러한 흐름은 계속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그러나 리 당선인은 중국과의 격리 없는 왕래 재개를 최우선 순위로 두고 있다. 현재의 방역 정책에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도 강조하고 있다.

리 당선인은 유세 기간 친중 진영과 서민 공략에 나섰다. 홍콩의 고질적인 주택 부족 문제 해결을 여러 차례 강조했고 빈곤 문제 해결도 약속했다. 홍콩은 유휴 면적이 크지만 소수 부유층이 이를 과점하며 주택 가격을 조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리 당선인이 재벌을 압박해 부동산 공급을 획기적으로 늘릴 계획이며, 이 과정에서 복잡한 절차를 무시할 가능성이 높다는 예상이 제기된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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