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장인 A씨는 9일 30년 만기 고정형 주택담보대출을 받으려고 은행을 찾았다가 깜짝 놀랐다. 지난 6일 대출 상담을 할 때는 3억원을 연 4.02% 금리로 빌릴 수 있었는데 사흘 만에 금리가 껑충 뛰었기 때문이다. 이자가 연 4.28%로 오르면서 매년 부담해야 할 원리금이 1722만원에서 1777만원으로 55만원이나 늘었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기준금리를 50bp(1bp=0.01%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을 밟은 데 이어 6, 7월 연이은 빅스텝까지 예고하면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로 집을 마련한 사람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올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두세 차례 이상 더 올릴 경우 주담대 최고 금리가 연 7%를 넘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고정형 주담대와 신용대출 금리가 오른 것은 은행들이 대출금리 기준으로 삼는 금융채 5년물 금리가 뛰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 1월 초 연 2.2%대였던 5년물 금리는 6일엔 연 3.618%까지 올라 2018년 12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Fed 등 주요국 중앙은행이 긴축에 나서면서 국내 채권 금리가 급등한 데 따른 것이다.
시중은행의 고정형 주담대 금리도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우리은행의 대표적 주담대 상품인 아파트론 금리는 연 4.7~6.61%로 6일(연 4.68~6.59%)보다 0.02%포인트 상승했다. 하나은행의 주담대 금리는 이미 최고 연 6%를 넘겼고 신한은행도 최고 연 5.96%로 6% 턱밑까지 올랐다.
한국은행은 대출금리가 0.25%포인트, 0.5%포인트 오르면 가계의 연간 이자 부담은 각각 3조3000억원과 6조5000억원 늘어날 것으로 분석했다. 대출자 1인당 연간 이자 부담도 각각 16만4000원과 32만7000원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금융권에선 변동금리도 결국엔 기준금리 인상 폭을 따라갈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이 금리 상승기엔 고정금리로 대출받는 게 유리하다고 조언하는 까닭이다. 이미 변동금리로 대출받았다면 고정형으로 갈아타는 대환 대출 시 부담해야 하는 중도상환 수수료를 따져봐야 한다. 일반적인 주담대는 약정기간(3년)이 지나기 전에 다른 대출로 갈아타면 1%대 중도상환 수수료를 물어야 한다. 중도상환 수수료가 대출 갈아타기를 통해 얻는 이익보다 크다면 기존 변동금리 대출을 그대로 유지하는 게 오히려 이익일 수 있어서다.
은행권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상은 결국 수신금리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고, 예·적금 금리가 오르면 코픽스도 동반 상승해 변동금리도 오를 수밖에 없다”며 “고정금리를 이용하고 있다면 그대로 유지하는 게 더 유리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보형/이인혁 기자 kph21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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