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이재명 '개딸 현상'과 정치의 '덕질화'

입력 2022-05-09 17:39   수정 2022-05-10 00:12

“아빠, 여기 좀 보세요. 꺄악~!”

이재명 전 경기지사가 6·1 국회의원 보궐선거 인천 계양을 출마를 선언한 지난 8일. 계양산 초입에 있는 야외공연장에 들어서자 뜻밖에도 ‘이재명’을 연호하는 젊은 여성들의 함성이 울려 퍼졌다. 이른바 ‘개딸(개혁의 딸)’로 불리는 2030여성들이었다.

개딸들은 ‘58세(1964년생) 남성’인 이 전 지사의 출마 기자회견을 아이돌 콘서트장으로 바꿔놨다. 몇몇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코스프레’ 차림을 하고 존재감을 어필했다. 그들이 뿜어낸 생기발랄한 에너지는 정치 현장에서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었다.

이 전 지사가 ‘셀카’ 촬영에 응하기 위해 가까이 다가가자 ‘귀여워’라는 환호성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이들에게 이재명은 단순한 지지 차원을 넘어 ‘덕질’의 대상이 된 듯했다.

2030여성이 이 전 지사를 전폭 지지한다는 건 이미 숫자로 확인됐다. 지난 대선 당시 지상파 3사 출구조사에 따르면 20대 여성의 58%는 이 전 지사에 투표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33.8%를 얻었다. 30대에서도 여성의 49.7%가 이 전 지사를, 43.8%가 윤 대통령을 뽑았다. 대선 직후 1주일간 더불어민주당에 당원으로 신규 가입한 12만 명 중 절반 이상은 2030여성이었다.

물론 개딸을 필두로 한 ‘팬덤 정치’는 정치권에 부작용을 낳기도 한다. 팬덤에 기댄 ‘정치적 결단’이 대표적이다.

이 전 지사가 ‘방탄 출마’라는 비판에도 대선 패배 두 달 만에 민주당 텃밭인 계양을 출마를 감행한 건 든든한 지지층의 뒷받침이 있어 가능했다.

그렇지만 기성 정치권이 곱씹어볼 만한 부분도 적지 않다. 스스로를 개딸이라고 한 문모씨(24)는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인들이 청년을 말하면서 여성을 빼는 것 같아 이재명을 지지했다”며 “우리도 표가 있는 유권자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헌정사상 최초로 ‘30대 당수(이준석)’를 배출한 보수정당이 ‘공정’을 기치로 내걸면서 청년층 중 어느 한쪽을 소외시킨 것이 개딸의 등장이라는 반작용으로 이어졌다는 얘기다.

이 전 지사가 팬들을 ‘관리’하는 방식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 전 지사는 평소 ‘SNS 중독’이라고 불릴 정도로 손에서 휴대폰을 놓지 않는다. 항상 SNS를 통해 실시간 여론 동향을 살피고 민심을 청취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이제까지 소통을 부르짖는 정치인은 많았지만 대부분은 보여주기식 ‘쇼통’에 그쳤다”며 “이재명처럼 소통을 통한 ‘효능감’을 안겨준 정치인은 드물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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