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민의 뷰티 다이어리㉟] 엄마의 홈케어, 예쁘고 따뜻했던 유년의 추억

입력 2022-05-10 10:32  


“중년은 즐거웠던 추억을 다시 한 번 꿈꾸며 살고,
노년은 젊은 날 행복했던 기억을 추억하며 산다고 해요”
 
여러분의 추억 속 엄마는 어떤 분이셨나요? 제 기억 속 엄마는 무척 엄하셨지만 자식인 저에게만큼은 한 없이 따뜻한 분이셨어요.
 
제 기억 속 엄마는 항상 수수한 모습으로 지내셨던 것 같아요. 유명 디자이너셨던 외삼촌을 도와 의류사업을 하시면서도 늘 저를 곁에 두고 챙겨 주셨죠. 일도, 육아도, 내조도 빈틈이 없으셨던 분이라 항상 부지런하셨어요.
 
의상 디자인부터 제작, 매장 운영 전반을 두루 담당하는 ‘디자이너 겸 사업가’셨지만 아내이자 엄마로서 조금도 소홀함이 없었죠. 딸인 제 옷은 직접 만들어 입히실 정도로 일보다 자식이 먼저인 분이셨어요. 정말 제가 입고, 먹고. 배우는 모든 것은 항상 최고만 고집하는 ‘열혈엄마’셨습니다.
 
때문인지 자신을 꾸미고 가꾸는데는 조금 무심한 분이셨습니다. 의류업계에 몸 담으신만큼 옷은 항상 단정하고 세련되게 입으셨지만, 화장은 거의 안하셨던 것 같아요. 맨얼굴로 지내시는 경우가 많았고 가끔 선크림을 바르시는 정도였어요.
 
화장한 엄마의 얼굴을 처음 본 건 학교에 다니고 난 후에요. 학부모 모임에 참석하신 엄마는 제가 알던 수수한 주부가 아니었어요. 머리부터 발끝까지 눈부시게 아름다운 ‘어른여자’였죠.
 
첫 눈에 엄마를 알아보지 못할 정도라 어린 마음에 큰 충격을 받았던 것 같아요. 엄마의 화장대에 관심이 생긴 것도 그때 즈음이었던 것 같아요. 엄마 립스틱을 바르고, 파우더를 찍어 바르면 저도 왠지 예뻐진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어요.
 
사실 어릴 때 저는 작고 왜소한 체격에 소심한 아이였어요. 낯선 환경에 적응이 느린 편이고 겁이 많았죠. 그래서 늘 엄마 손을 붙잡고 다니던 ‘엄마바라기’였어요. 아무리 겁이 나고 무서워도 엄마 치마 뒤에 숨으며 왠지 안심되고 용기도 났던 것 같아요.
 
이렇게 제 기억 속 엄마는 저를 지켜주는 ‘영웅’ 같은 분이셨어요. 아빠와 저에게는 한 없이 다정한 ‘아내이자 엄마’였고, 일할 때는 항상 당당하고 멋진 ‘커리어우먼’으로 변신하는 슈퍼 히어로요. 어린 제 눈에 비친 엄마는 늘 완벽했고, 강인한 분이셨고, 지칠 줄 모르는 불도저 같았거든요.
 
세월이 흘러 돌아보니, 이제 조금 엄마의 마음을 알 것 같습니다. 어쩌면 엄마는 강인했던 게 아니라 강인한 체 하셨던게 아닐까 싶기도 해요. 제가 엄마가 되어 보니, 아무리 힘들어도 아이들 앞에서는 약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은 게 부모더라고요.
 
저희 엄마가 원래 강한 사람이 아니라 엄마의 남다른 모성애가 저희 엄마를 강인하게 만들었던 것 같아요. 그 덕분에 저의 유년기에는 엄마와 함께한 행복한 추억이 참 많습니다. 매일 일하느라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갖지 못하는 제가 반성하는 대목인데요.
 
어릴 때 저는 대부분의 시간을 엄마가 운영하시는 의류매장에서 보냈어요. 판매부터 디자인까지 팔방미인이셨던 엄마 덕분에 옷감을 만지며 놀고, 엄마의 디자인을 보며 세련된 스타일링에 대해 배우며 놀았죠.
 
집에서는 엄마표 특제 천연팩을 만들어서 피부 관리를 하거나 천연 수제 비누를 만들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어요. 돌이켜 생각해 보면 저희 엄마는 일찌감치 ‘홈케어’를 실천하시던 ‘진정한 관리녀’였던 것 같아요.
 
저희 엄마는 비누 하나도 직접 고른 천연 원료로 직접 만들어 사용하셨는데요. 엄마표 수제비누는 주변에 선물할 정도로 인기가 많았어요. 그뿐만이 아니에요. 엄마표 천연팩을 하는 날은 어린 저에게 무척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있어요.
 
일주일에 한 번은 직접 천연팩을 만들어 피부 관리를 하셨던 기억이 생생해요. 오이를 갈아서 만든 수분팩, 감자를 갈아 만든 화이트닝팩, 꿀과 크림을 섞어 만든 영양팩까지 셀 수도 없이 다양한 재료로 천연팩을 만들었어요.
 
가만히 누워 있으면 엄마가 얼굴에 팩을 올려 주셨는데, 그 묵직하고 시원한 감촉이 참 기분 좋았던 것 같아요. 얌전히 누워서 눈을 감고 있으면 “우리 수현이 예뻐지겠네”하는 엄마의 다정한 목소리가 귓가를 울렸죠. 그 순간이 너무 편안해서 스르륵 잠이 들곤 했네요.
 
“중년 이후 여자에게 이유 없는 아름다움은 존재하지 않아요.
노력하는 만큼 예뻐지고 즐기는 만큼 오래도록 젊음을 유지할 수 있어요.”
 
중학생 시절 우연히 엄마의 옛날 사진을 봤습니다. 화장기 없이 수수한 얼굴의 ‘수현이 엄마’는 온데간데 없고, 하얀 피부에 또렷한 이목구비를 가진 미모의 아가씨가 활짝 웃고 있더라고요.
 
당시 유행했던 ‘뽕’을 잔뜩 집어 넣은 파마머리에 눈매를 강조한 메이크업, 진한 립스틱까지 꼼꼼히 챙겨 바른 엄마는 말 그대로 ‘멋쟁이’였어요. 저희 엄마도 20~30대 젊은 시절에는 멋내길 좋아하는 보통의 여자였더라고요.
 
미스코리아를 방불케 하는 엄마의 과거(?)를 목격하고 보니 새삼 엄마가 달라 보였습니다. 수수한 엄마의 현재가 ‘자식을 위해 자신을 포기한 어머니의 희생과 헌신’이라는 것을 알게 됐죠.
 
그리고 세월이 흘러 70대가 되신 엄마를 보면 매일 죄송스럽고 아쉬운 마음이 듭니다. 타고난 미인이셨던 엄마의 꽃 같은 시간을 조금 더 일찍 알아채고 지켜주지 못한 것 같아서요. 제가 중년이 되고 보니 알겠어요. 여자는 나이를 먹어도 여전히 ‘여자’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7남매 중 둘째로 태어나셨지만 가장 역할을 하셨던 생활력 강한 여자. 패션 디자이너였던 외삼촌과 함께 남다른 미적 감각을 지닌 미모의 여성이자 가족들을 사랑으로 보살펴 온 아내이자 엄마.
 
저는 이런 엄마를 여전히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그리고 엄마에게 물려받은 좋은 피부와 살성, 타고난 미적 감각을 아낌 없이 활용하며 멋진 중년, 좋은 엄마로 살기를 소망합니다. 물론 노년을 맞이한 저희 엄마도 함께 말이에요. 

이젠 엄마 대신 딸인 제가 선택한 화장품으로 함께 세월을 이겨내는 중입니다. 엄마표 특제 천연팩은 아니지만 비브이비랩의 그래핀 마스크팩과 아로셀의 콜라겐 마스크팩을 함께 하고, 보톡스 앰플과 줄기세포 앰플, 보톡스 크림으로 세월의 흔적을 관리해요. 

엄마와 함께하는 홈케어 시간은 저와 엄마가 오붓하게 누리는 휴식과 소통의 시간이에요. 딸도 엄마도 함께 나이 들어가는 만큼 제법 말도 잘 통하죠. 무엇보다 항상 엄마에게 죄송했던 제가 무언가 해 드릴게 있어서 행복해요.

딸과 엄마는 나이를 먹을 수록 좋은 친구가 된다고 하죠. 저희 모녀도 그런 것 같아요. 엄마와 딸이면서 동시에 같이 늙어가는 여자로서 공감대가 점점 커지는 것 같아요. 40대 딸과 70대 엄마가 함께 하는 ‘아름다운 뷰티 스토리’도 그 과정 중 하나가 아닐까 해요. 엄마와 저의 아름다운 여정도 많이 응원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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