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학영 칼럼] 윤석열의 어퍼컷이 향해야 할 곳

입력 2022-05-11 01:23   수정 2022-05-11 01:24

20대 대통령선거 최고의 히트상품은 윤석열 후보의 어퍼컷이었다. “공정과 상식의 나라 회복” 등을 포효하며 주먹을 뻗어 올리는 동작은 메시지 전달 효과를 높였다. 지지자들을 결집하는 데도 효과를 봤다. 히트상품에는 짝퉁이 따라붙게 마련이다. 경쟁 후보가 선보이다가 만 하이킥 세리머니는 어퍼컷 쇼의 상품성만 돋보이게 했다. 히트작은 ‘앙코르’로도 이어진다. 윤 후보가 당선된 뒤 전국 주요 도시를 돌며 대(對)국민 보고회의를 할 때 어퍼컷 세리머니가 빠지지 않은 이유일 것이다.

복싱 주먹 동작인 어퍼컷은 경기 흐름을 한 번에 바꿔놓는 필살기다. 윤 후보에게 어퍼컷 동작을 지도해준 홍수환 선수가 대표적 사례의 주인공이다. 1977년 WBA(세계복싱협회) 주니어페더급 타이틀전을 위해 적지(敵地) 파나마에 뛰어든 그는 상대방의 거센 공세에 휘말려 네 차례나 다운 당했다. 패배가 굳어지는가 싶던 순간, 그의 어퍼컷이 상대방 턱에 적중하면서 상황이 급반전했다. ‘4전(轉)5기(起)’의 극적인 역전 KO승은 통렬한 어퍼컷이 제대로 꽂힌 덕분이었다.

윤 당선인이 10일 대한민국의 20대 대통령으로 취임하면서 본격적인 국정(國政)의 ‘링’에 올랐다. 링 밖에서 몸을 풀던 시절과 달리 이젠 모든 게 실전(實戰)이다. 막히고 꼬이고 구부러진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각 분야 과제들에 통쾌한 해결의 어퍼컷을 날려야 한다. 윤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저성장, 양극화, 국민 분열 등 산적한 난제 해결을 다짐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통해 ‘110대 국정과제’도 제시했다.

그 가운데 ‘민간이 끌고 정부가 미는 역동적 경제’를 구호로 내건 대목이 눈에 띈다. 민간이 주도하는 경제성장을 위해 기업이 혁신 역량을 마음껏 발휘하는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했다. 이를 위한 각 분야의 대대적인 탈(脫)규제를 예고했다. 그런데 중점적으로 치워나갈 규제를 ‘신발 속 돌멩이’로 정의한 대목이 미덥지 않다. 과거 정부가 규제의 표상으로 꼽았던 ‘전봇대’(이명박 정부)나 ‘손톱 밑 가시’(박근혜 정부)와 마찬가지로 기업과 경제의 사활(死活)을 가르는 결정적인 방해물은 아니기 때문이다.

전봇대건 가시건 돌멩이건 기업 활동을 불편하게 할 뿐, 치명적으로 가로막지는 않는다. 복싱에 비유하면 상대방을 톡톡 건드리는 ‘잽’ 정도다. ‘민간이 주도하는 경제’를 제대로 열어나가려면 기업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염통 밑 고름’부터 제거해야 한다. 염통에 고름이 쌓이면 주요 장기(臟器)가 오염돼 목숨을 위협받게 된다. 기득권을 틀어쥔 거대 노동조합 입맛에 맞게 짜인 고용노동 관련 법제가 기업들을 절망시키는 대표적인 ‘염통 밑 고름’이다.

기업의 규모와 업종 형편을 가리지 않고 일률적으로 강행한 주 52시간 근로제도와 최저임금 대폭 인상뿐만이 아니다. 각 직원의 업무성과에 관계없이 근무연한에 따라 급여를 똑같이 올려주는 호봉제도, 노조가 불법 파업을 일삼아도 대체인력 투입 등 기업 대응 수단을 틀어막은 법규는 다른 선진국들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이로 인해 죽어가고 있다며 가장 애타게 호소하는 곳은 대기업이 아니다. 역대 정권이 “보호하고 육성하겠다”고 입을 모아온 중소기업들이다. 대기업들은 사업장을 국내에서 해외로 옮기는 방식으로 살길을 찾을 수 있고, 실제로 그렇게 하고 있다. 하루하루 살아남기 바쁜 중소기업들은 그렇지 않다. 그저 앉아서 당할 수밖에 없는 곳이 대부분이다. 그 결과가 국내 투자 감소와 대기업-중소기업 간 격차, 양극화 확대로 위험신호를 드러낸 지 오래다. ‘기업 활력 위축→성장 정체→일자리 감소’의 악순환을 일으키는 핵심 원인이 여기에 있다.

20대 남자와 여자들이 상대방을 혐오하며 극도로 대립하는 ‘이대남·이대녀’ 문제도 우리 경제의 성장 둔화에 근본 원인이 있다. 기업이 성장해 괜찮은 일자리가 계속해서 생겨난다면 앞날이 창창한 젊은이들이 서로 싸울 이유가 없다.

윤석열 정부가 진정으로 역동성 넘치는 나라를 일구려면 상황 진단부터 정확하게 해야 한다. “염통에 고름 든 줄 몰라도 손톱눈에 가시 든 줄은 안다”는 옛 속담을 또 확인시켜주는 정부가 되지 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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