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4,990.07
(37.54
0.76%)
코스닥
993.93
(23.58
2.43%)
버튼
가상화폐 시세 관련기사 보기
정보제공 : 빗썸 닫기

플랫폼 패권주의에 대한 유감[정삼기의 경영프리즘]

입력 2022-05-11 14:42  

이 기사는 05월 11일 14:42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스마트폰 시대가 저물고 있습니다. 15년 전 애플이 르네상스 시대를 열며 하드웨어에서 금융, 네트워킹, 앱스토어, 모바일광고까지 수많은 플랫폼 생태계를 만들어냈던, 그 스마트한 '손 안의 만능 컴퓨터'가 퇴조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 스마트폰 판매량은 이미 2016년 이후 감소세로 돌아섰습니다.

스마트폰의 퇴조는 가상현실(VR) 헤드셋과 증강현실(AR) 안경의 등장과 맞물려 있습니다. 애플, 구글,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등 미국 빅테크들과 중국의 바이트댄스, 일본의 소니까지 혈투를 벌일 태세입니다. 스마트워치, 스마트헤드폰, 사람의 몸을 감싸는 수많은 웨어러블 기기가 이미 스마트폰 시장에 등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VR·AR 기기의 잠재력과는 비할 바 아닙니다. 인간의 뇌에 축적되는 정보 대부분은 눈을 통해서 들어옵니다. VR·AR 기기는 눈을 통하여 현실과 가상을 연결하는 매개체로, 거대한 플랫폼 생태계를 예고합니다.

플랫폼은 생산자와 소비자, 수요자와 공급자를 연결하는 마당으로, 사람과 사람을 연결시켜 기회를 창출합니다. 아날로그 세계에도 플랫폼은 존재합니다. 사람들은 여전히 직접 만나 자동차, 가전제품, 농산물, 금융서비스, 고급 패션 상품을 사고 팝니다. 디지털 세계에선 사람들이 서로 만나지 않고도 인터넷을 통해 거래를 합니다. 그런데 디지털 세계의 플랫폼은 빅테크들에게 절대적인 생태계가 된 지 오래되었습니다.

디지털 세계의 플랫폼은 시간과 장소를 초월하고 공간의 제약도 받지 않고 돌아갑니다. 아날로그 세계에선 공급자와 수요자가 치열한 눈치 싸움을 하며 거래가 형성되고, 특히 공급자들은 가격과 품질을 놓고 시장점유율 쟁탈전을 벌입니다. 이런 플랫폼은 공공재 성격이 짙습니다. 반면, 디지털 세계에선 빅테크들이 사유재로 지배하며 돈을 벌어들입니다. 플랫폼 빅테크들은 확장을 통해 기존 시장을 지배하고 또다른 시장을 창출하기도 합니다. 알리바바가 금융에, 애플이 자율주행차와 스트리밍에, 아마존이 클라우드에, 구글이 헬스케어에 나서듯이 말입니다.

이런 빅테크들도 최근 제동이 걸리고 있습니다. 이코노미스트는 세 가지에 주목합니다. 첫째는 수익 집중입니다. 알파벳과 애플은 광고수익과 아이폰이 대표적인 캐시카우이지만, 앱스토어 플랫폼은 영업마진율이 70%를 훌쩍 넘길 정도로 최고의 가성비를 자랑합니다. 아마존은 마켓플레이스를 이용하는 리테일 사업자들한테 거두어들이는 사용료가 자체 사업에서 벌어들이는 수익보다 훨씬 더 짭짤합니다. 메타는 페이스북보다 인스타그램이 더 똘똘한 효자입니다. 고객 이탈도 문제입니다. 빅테크들은 소위 '캡티브 마켓'이라는 충성스런 고객층을 형성하고 있기는 하지만 속내는 다릅니다. 최근 몇 년 동안 아이폰 사용자 중 20%가 아이폰을 떠났습니다. 미국 10대들은 페이스북보다 틱톡을 훨씬 더 친애합니다. 클라우드 서비스의 경우 신생 스타트업들이 빅테크 주도의 시장을 넘보고 있습니다.

가장 위협적인 것은 반독점 규제 흐름입니다. 미국과 EU(유럽연합), 영국 정부는 빅테크들의 플랫폼 지배를 깨겠다며 칼을 들이대고 있습니다. 검색엔진(구글), 앱스토어(구글과 애플), 전자상거래(아마존) 등이 그 대상입니다. 미국 정부는 아마존과 메타의 기업분할까지 만지작거리고 있을 정도입니다. 이 모두가 현실화되면 미국 빅테크 수익의 25%가 사라집니다.

이처럼 빅테크 플랫폼을 압박하는 이유는 생태계 파괴 때문입니다. 일반 소비자들은 빅테크 플랫폼을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을" 정도로 즐기고 있지만, 플랫폼 생태계 내의 중소 사업자들은 다릅니다. 디지털 플랫폼이 공고해질수록 빅테크들에겐 꿀이 넘치는 옥토가 확장되지만, 중소 사업자에겐 척박한 사막이 되기 때문입니다. 최근 애플 앱스토어를 두고 벌어진 소송에서 중소 사업자의 손을 들어준 것도 이런 배경 때문입니다. 여기에는 독과점 규제의 패러다임 변화가 크게 작용합니다. 아날로그 시대에는 소비자 보호가 우선이었지만, 디지털 시대에는 생산자 보호가 중요해졌습니다. 다름 아닌 일자리 때문입니다. 일자리 창출의 중심인 중소기업들이 고사되면 결국 수요 시장도 위축된다는 겁니다.

빅테크들은 이런 위협을 받아들이고 또 다른 시장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15년 전 스마트폰으로 시작된 플랫폼은 레드오션이라며, 이제 메타버스라는 새로운 블루오션을 만들겠다는 겁니다. 하지만 그런 새로운 플랫폼 역시 본질은 변하지 않을 겁니다. 빅테크들은 늘 규제를 앞서가고, 사람들로 하여금 "보고 믿게 하면서"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갑니다. '뒷배'가 있기에 그렇습니다. 그들은 인공지능과 데이터 등 첨단 기술과 핵심 인력을 독점하다시피 하며 생태계 설계를 주도합니다.

쿠팡이 '한국의 아마존'으로 미국 증시에 화려하게 데뷔한 지 1년이 넘었습니다. 미국의 호사가들은 쿠팡을 일컬어 "아마존에 로켓배송, 도보배달, 스트리밍이 결합된 첨단 플랫폼 기업"이라고 치켜세웠습니다. 그런데 주가가 폭락하자 기술주 성격 때문이니 또 다른 매수 타이밍이니 아직 관망세니 하는 말들이 넘쳐납니다. 하지만 쿠팡의 이런 상황은 빅테크 플랫폼의 본질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디지털 플랫폼은 어차피 빅테크들의 마당입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그들만으로는 온전해질 수는 없습니다. 카이스트의 정재승 교수는 4차산업혁명의 본질을 '현실 세계를 이루는 아톰(atom)과 가상 세계를 이루는 비트(bit)의 상호작용'이라고 말합니다. 아트와 비트의 균형 없이는 플랫폼은 불안해집니다. '물질'과 '콘텐츠'라는 아톰의 도움 없이는 '비트'는 부실해집니다. 그렇기에 비트를 존재하게 할 물질, 비트를 풍성하게 할 콘텐츠를 주도하는 곳이라면 새로운 생태계가 두렵기는커녕 오히려 또 다른 기회가 될 것입니다.

영화 '기적'에서는 정말 보잘 것 없는 기차역이 어렵사리 생겨납니다. 이 역은 깡촌을 세상과 가깝게 연결시키며 변두리 사람들의 꿈과 한을 풀어내고, 자기가치를 확인해주는 플랫폼이 됩니다. 디지털 시대가 오면 수많은 주인공들에게 다원주의 세상이 펼쳐질 것으로 사람들은 기대했습니다. 그런데 점점 공룡들의 근육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런 세상에 왠지 영화 속의 기차역이 간절해집니다. 장기하가 너스레 떨듯이 빅테크가 "한 개도 부럽지가 않는" 그런 존재 말입니다.


*필자는 삼일회계법인과 KDB산업은행에서 근무했으며 벤처기업 등을 창업·운영하였습니다. 현재는 사모펀드 운용사 서앤컴퍼니의 공동대표로 있습니다. <슈퍼파워 중국개발은행>과 <괜찮은 결혼>을 번역했고 <디지털 국가전략: 4차산업혁명의 길>을 편역했습니다.

정리=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