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반도체를 확보하라", 세계는 반도체 전쟁 중…한국·대만 파운드리 격돌, 미·중은 투자 경쟁

입력 2022-05-16 10:00  

세계는 지금 반도체 확보 전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반도체를 구하지 못하면, 돈 되는 제품을 만들어 팔기 어려운 게 요즘 글로벌 시장입니다. 화석연료를 동력원으로 쓰는 자동차는 물론이고 전기자동차, 자율주행차, 기업·개인용 컴퓨터, 모바일 휴대폰, 인공지능, 빅데이터, 센서, 로봇, 태양광, 자동화 생산라인, 드론, 첨단 무기, 우주산업 등 반도체가 들어가지 않는 영역이 없습니다. 이런 4차 산업혁명 구조에서 반도체를 제때 확보하지 못한다? 그런 나라는 성장을 포기하고 도태할 겁니다.

미국은 비상이 걸렸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반도체 공급 차질과 물량 확보 실패로 자동차 생산이 제대로 안 됐습니다. 정계와 산업계에 난리가 난 거죠.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반도체를 확보하기 위해 반도체 강국인 한국과 대만 기업 담당자를 워싱턴으로 불러들였습니다. 미국에 먼저 반도체를 공급하고,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지어달라는 거였죠. 바이든 대통령은 집무실인 백악관에서 반도체 웨이퍼를 흔들면서 반도체 공급망 확보를 강조했습니다. 그는 일전에 반도체를 못에 비유했어요. “For want of a nail, the shoe was lost. For want of a shoe, the horse was lost. And it goes on and on until the kingdom was lost.” 해석해봅시다. “못이 부족하면 편자가 사라지고, 편자가 사라지면 말이 사라지고, 결국 왕국까지 소멸된다.” 반도체가 없으면 국가가 흔들린다는 의미입니다.

미국은 반도체 기술을 따라잡기 위해 520억달러(약 62조원) 지원법을 의회에 올려놓은 상태입니다. 미국은 세계 반도체 공급 물량의 75~78%를 생산하는 한국과 대만에만 의존하지 않고 궁극적으로 60%를 자체 생산한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어요.

중국은 미국보다 더합니다. 반도체 전량을 자급자족하겠다는 거예요. 반도체산업에 투자하겠다는 자금 규모가 170조원에 달합니다. 미국의 거의 세 배죠. 중국은 반도체를 자급자족하면, 한국-미국-일본-대만으로 이어진 반도체 동맹을 무너뜨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과 대만의 경쟁도 치열합니다. ‘한국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vs 대만의 TSMC’ 대결 구도예요. 주력 시장은 조금 다릅니다. 한국 기업들은 메모리 반도체 쪽에, 대만은 비메모리 반도체 쪽에 주력합니다. 세계 반도체 시장은 메모리가 27%, 비메모리가 73%를 차지합니다. 비메모리 시장이 훨씬 크죠. 메모리 시장에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세계 시장의 70%가량을 점하고 있어요. TSMC는 비메모리 반도체를 파운드리 형태로 많이 생산합니다. 반도체를 설계하지 않고 만들어주기만 하는 게 파운드리입니다. 애플처럼 제조공장(팹)이 없는 기업들이 TSMC에 주로 주문합니다. 이 시장에서 TSMC는 60%를 점하고 있어요. 삼성은 18% 정도죠. 삼성은 TSMC 시장을 빼앗기 위해 비메모리 반도체 파운드리 투자를 시작했습니다. TSMC는 기술력으로 삼성의 도전을 물리치려 애쓰는 중이죠. 일본과 유럽도 각각 10조원, 70조원을 투자해 반도체 격차를 따라잡으려고 합니다.

한국의 삼성전자는 1983년 절대로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는 ‘반도체 강국’ 일본의 평가를 극복하고 64K-D램(겨우 8000자를 입력할 정도) 개발에 성공했죠. 이후 기술을 축적해 세계 최강의 반도체 기술기업이 됐습니다. 밀가루와 국수, 설탕을 팔던 회사가 말이죠.

고기완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svg version="1.1" xmlns="http://www.w3.org/2000/svg" xmlns:xlink="http://www.w3.org/1999/xlink" x="0" y="0" viewBox="0 0 27.4 20" class="svg-quote" xml:space="preserve" style="fill:#666; display:block; width:28px; height:20px; margin-bottom:10px"><path class="st0" d="M0,12.9C0,0.2,12.4,0,12.4,0C6.7,3.2,7.8,6.2,7.5,8.5c2.8,0.4,5,2.9,5,5.9c0,3.6-2.9,5.7-5.9,5.7 C3.2,20,0,17.4,0,12.9z M14.8,12.9C14.8,0.2,27.2,0,27.2,0c-5.7,3.2-4.6,6.2-4.8,8.5c2.8,0.4,5,2.9,5,5.9c0,3.6-2.9,5.7-5.9,5.7 C18,20,14.8,17.4,14.8,12.9z"></path></svg>반도체와 관련한 글을 읽을 때 만나는 용어는 대략 정해져 있어요.
▶웨이퍼(wafer)는 반도체의 재료가 되는 얇고 둥근 판을 말합니다. 특수 재질의 덩어리를 매우 얇게(100만 분의 1m) 자른 뒤 여러 공정을 거친 겁니다.
▶팹(fab)은 반도체 웨이퍼를 생산하는 시설을 말합니다.
▶팹리스(fabless)는 생산시설 없이 반도체 설계와 개발만 하는 기업을 의미하고
▶파운드리(foundry)는 설계와 개발을 하지 않고 반도체 생산만 주문에 따라 해주는 반도체 기업을 말하죠.
▶메모리 반도체는 정보를 저장하는 역할을, 비메모리 반도체는 정보를 처리하는 역할을 합니다.
NIE 포인트
1. 반도체의 물리적 성질에 대해 검색해보자.

2. 메모리, 비메모리, 파운드리 등의 용어를 알아보자.

3. 반도체 시장 규모와 점유율을 찾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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