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죽염색도 배운 에르메스 6대손…은행 관두고 '위기의 家業' 지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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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2-05-15 17:41   수정 2022-05-16 00:46

가죽염색도 배운 에르메스 6대손…은행 관두고 '위기의 家業' 지키다


대표 제품 버킨백과 켈리백은 다른 제품들을 구매해 ‘실적’을 쌓고 길게는 수년을 기다려야 겨우 손에 넣을 수 있다. 가품마저 1000만원을 웃돈다. ‘비타민계의 OOOO’ 등 고급스러운 제품을 표현할 때면 이 브랜드를 갖다 쓴다. ‘명품 중의 명품’ 에르메스 이야기다.

에르메스의 성공 배경에는 가족 경영이 있다. 1837년 창업주 티에리 에르메스의 공방에서 시작돼 185년 동안 후손들이 가업을 계승해왔다. 2013년부터 최고경영자(CEO)를 맡은 6대손 악셀 뒤마는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맞서 가문을 결집한 인물이다. 이후 회사의 새로운 부흥기도 이끌고 있다.
오너 경영으로 위기 극복
악셀 뒤마는 1970년 프랑스 파리에서 태어났다. 그의 삼촌은 에르메스 가문의 5대손으로 회사를 이끈 장 루이 뒤마다. 악셀 뒤마는 어린 시절 사촌들과 삼촌의 집에 자주 모여 ‘가족의 전통’을 배웠다. 에르메스 가죽 장인들의 일인 바느질과 염색 등이었다.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카드 지갑은 만들 줄 안다”며 “바느질보다는 가죽을 벗기고 염색하는 데 소질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에르메스가 그의 꿈은 아니었다. 악셀 뒤마는 파리정치대학에서 법학과 철학을 전공했다. 졸업 후에는 프랑스 투자은행 BNP파리바에서 8년간 일하며 미국 뉴욕과 중국 베이징에서 거주했다. 르몽드에 따르면 2003년 에르메스 생산부문을 담당했던 그의 어머니가 숨을 거뒀을 때 장 루이 뒤마가 찾아왔다. 에르메스에 합류해달라는 삼촌의 부탁을 그는 승낙했다. 재무부문에서 시작해 주얼리 사업을 키워냈고 이후 에르메스 본사인 프랑스 사업 책임자 자리에 올랐다.

2010년 10월 세계 1위 명품 재벌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가 “에르메스 지분 14.2%를 보유하고 있다”고 깜짝 발표했다. 에르메스의 처음이자 마지막 전문 경영인 파트리크 토마가 CEO 자리에 있을 때였다.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이 이끄는 LVMH는 적대적 M&A로 수많은 명품 브랜드를 수집한 전적이 있었다. 에르메스 지분 인수도 단순 투자라고 밝혔지만, 이후 지분율을 23%까지 늘렸다.

당시 에르메스 지분 73.4%는 가문 사람 200여 명에게 분산돼 있었다. 에르메스 가문은 지분 50.2%를 모아 지주회사를 만들고 오너 경영으로의 회귀를 선포했다. 구심점인 악셀 뒤마가 CEO로 취임하자 2014년 LVMH는 에르메스 인수를 포기했다.
품질 최우선으로 차별화
1990~2010년대는 명품의 기업화 시기였다. LVMH를 비롯해 구찌의 모기업 케어링그룹, 주얼리·시계에 특화된 리치몬트그룹 등 브랜드들을 거느린 명품 재벌들이 등장했다. 이들의 단점은 공장화였다. 장인의 수작업으로 이름을 높인 브랜드들이 수요를 맞추고 생산 단가를 낮추기 위해 중국 등에서 대량생산을 했다. 매출은 뛰었지만 품질이 떨어졌고 가품이 늘었다.

에르메스는 다른 길을 갔다. 악셀 뒤마는 장인 정신을 고수하고 품질을 최우선으로 여겼다. 에르메스 가죽 제품은 지금도 프랑스에서만 생산된다. 글로벌 직원 약 1만7600명 중 장인만 5000명이 넘는다. 연간 가죽 제품 생산량 증가율은 6~7%로 맞춘다. 에르메스는 지난해 9월 장인들을 육성하기 위한 ‘에르메스 스쿨(에콜 에르메스 데 사부아페르)’도 설립했다.

공급을 통제해 희소성을 높이는 전략에 소비자들은 열광했다. 에르메스의 대표 제품 켈리백과 버킨백은 돈이 있어도 사지 못하는 제품이 됐다. 미국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에서 버킨백을 사려는 주인공 사만다에게 직원이 “이건 가방이 아니라 버킨이에요”라며 5년은 기다려야 한다고 말하는 장면은 유명하다.

지난해 4분기 에르메스의 가죽 제품 매출은 원재료 공급 차질로 전년 동기 대비 5.4% 감소했다. 그러나 악셀 뒤마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생산 증대보다) 장인정신을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가격 인상 계획도 없다고 했다. 수작업으로 생산돼 인플레이션의 영향이 적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2010년 24억유로(약 3조2000억원)였던 에르메스 매출은 지난해 90억유로(약 12조원)까지 뛰었다.
글로벌·다각화·디지털 경영
9년째 에르메스를 이끌고 있는 악셀 뒤마의 경영 전략은 해외 진출, 사업 다각화, 디지털 강화 세 가지다. 그는 에르메스의 5대 회장인 장 루이 뒤마가 추진하던 글로벌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14년 중국 상하이에 세계 다섯 번째 플래그십 스토어 ‘메종 에르메스 상하이’를 열었고, 폴란드 시장에도 처음 진출했다. 지난해 말 기준 에르메스는 세계 45개국에 303개의 매장을 보유하고 있다.

가죽 제품에 치우쳐 있던 사업 부문도 다각화하고 있다. 2020년 에르메스 뷰티를 출시하며 향수와 함께 화장품 사업을 강화한 게 대표적이다. 2010년 전체 매출의 50%이던 가죽 제품 비중은 지난해 45.5%까지 낮아졌다. 그 자리를 잡화와 리빙, 주얼리 부문이 채웠다.

디지털 강화에도 힘쓰고 있다. 에르메스는 2001년 명품업계 최초로 온라인 쇼핑몰을 열었지만 모바일로 바뀌는 트렌드에는 뒤처졌다. 악셀 뒤마는 2017년을 ‘디지털 변화의 해’로 부르며 미국과 유럽에 있던 온라인몰을 재정비하고 세계 29개 국가로 확장했다. 지난해 에르메스 온라인 매출의 78%는 신규 고객들로부터 나왔다. 악셀 뒤마는 최근 1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젊은 소비자들과의 소통을 위해 메타버스 진출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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