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은 구식이다?…레이어3.0 등장에 알트코인이 위태롭다 [한경 코알라]

입력 2022-05-16 09:56   수정 2022-05-16 10:03



5월 16일 한국경제신문의 암호화폐 투자 뉴스레터 '코알라'에 실린 기사입니다. 주 5회, 매일 아침 발행하는 코알라를 받아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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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레이어 3란?
국내 블록체인 업계에서는 네트워크로서 비트코인이 지닌 가능성이 거의 논의되지 않고있다. 인터넷과 IT에 정통한 지식인들 사이에서는 구식이고 한물간 코인일 뿐이라고 비난하는 인식이 크다. 비트코인의 가치를 인정하는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비트코인은 투자자산이자 가치저장 수단으로 이해하는 수준에서 끝나는 경우가 많다. 그도 그럴 것이 비트코인의 대표적인 레이어 2인 라이트닝 네트워크조차도 국내에선 제공하는 서비스가 아직 나오지 않아 관심을 가져볼 기회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요즘 미국과 유럽에서는 비트코인 네트워크를 이용하는 서비스, 비트코인 애플리케이션들이 끊임 없이 등장하고 있다. 비트코인 애플리케이션은 비트코인의 레이어 2인 라이트닝 네트워크 위에다가 프로그램을 구동시키기 때문에 비트코인 네트워크의 ‘레이어 3’ 라고 불린다. 비트코인 레이어 3의 발전 때문에 이더리움을 포함한 많은 알트코인들의 입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 비트코인 레이어 3에서 작동하는 애플리케이션이 늘어나고 개발이 가속화되면 이더리움의 핵심 기능이였던 ERC-20 기준 토큰 발행 과 스마트 컨트랙트가 비트코인 네트워크상에서 애플리케이션으로 대체 될 수 있음을 의미하는데, 이는 암호화폐 생태계에 엄청난 변화를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 레이어 3는 뭘까. 레이어 2의 기능을 응용한 애플리케이션들이다. 비트코인의 결제를 빠르게 해주는 기능을 넘어서 라이트닝 네트워크의 빠른 전송 속도를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도록 응용하는 것이다. 가령 줌(Zoom)이나 구글밋(Google Meet)을 통해 화상회의를 하면 기업이 보유한 서버를 통해서 영상과 음성 데이터를 교환하며 영상 통화를 하듯이, 라이트닝 네트워크 상에서도 이런 영상 통화 기능을 그대로 재현할 수 있게 된다. 특정 기업이나 정부가 관리하는 중앙 서버가 아니라 전세계에 퍼져있는 불특정다수의 라이트닝 네트워크 노드들이 서버 역할을 대체한다는 점에서 진정한 ‘개인과 개인간 인터넷 (Peer to peer Internet)이 가능해지게 된다. 웹 3.0 세상이 본격적으로 열리는 것이다.

비트코인 레이어 3 애플리케이션은 지금 우리가 인터넷에서 사용하는 대부분의 애플리케이션들의 기능을 그대로 재현할 수 있다. 카카오톡과 같은 채팅앱부터 시작해서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소셜 미디어, 유튜브와 같은 동영상 스트리밍, 심지어 넷플릭스 같은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까지 만들수 있다. 나중에 스마트컨트랙 기능이 있는 레이어까지 추가되면 현재 대부분 이더리움 블록체인 위에 구현된 디파이(탈중앙 금융)까지 비트코인 레이어3 위에 만들 수 있게 된다.

비트코인 레이어 3 활용방법
비트코인 레이어3 애플리케이션에서 비트코인은 어떤 식으로 활용될까. 일단 라이트닝 네트워크를 통한 코인 전송 기능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예컨대 게임 속 아이템을 비트코인으로 구매 한다던가 아예 게임 속에서 사용되는 화폐 자체를 비트코인으로 만드는 것이다. 인스타그램 같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는 좋아요와 댓글을 누를 때마다 보상으로 소정의 비트코인을 지급하는 기능을 넣을 수 있다. 카카오톡같은 채팅앱에서 친구와 대화를 하면서 실시간으로 비트코인을 주고 받는 것, 동영상을 플레이한 시간 만큼 크리에이터에게 자동으로 비트코인을 송금하는 기능 등이 포함된다.

비트코인 네트워크 레이어3의 핵심 기능은 '검열 저항성'이다. 비트코인이 현존하는 암호화폐 중 가장 탈중앙화된 블록체인으로 정부나 기업들의 검열과 규제의 영향에서 자유롭다. 라이트닝 네트워크도 별도의 운영 기관 없이 완전히 노드들의 자발적인 참여로만 유지되고 운영되기 때문에 특정 그룹의 입맛에 따라 정보를 통제하는것이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이 위에 개발된 애플리케이션들은 정부나 기업들의 검열과 규제를 효과적으로 회피할 수 있게 된다.

비트코인 레이어3에 게임을 만들면 중국 공산당의 게임 규제를 피해갈 수 있고, 트위터를 만들면 운영 기준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계정이 정지되는 일을 피할 수 있다. 카카오톡을 만들면 채팅 기록과 보이스톡이 음지에서 악용되는 것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고, 유튜브를 만들면 동영상 내용이 부적절하다며 ‘노딱'이 붙는 일도 방지할 수 있다. 단순히 비트코인을 화폐로 사용하기 때문에 검열 저항성이 높은것이 아니라 네트워크 자체가 특정 그룹의 지배하에 놓여있는것이 아니기 때문에 누구도 자기 입맛대로 운영할 수 없다는 점이 중요하다. 물론 아직 실용적인 서비스가 나온 단계는 아니지만 라이트닝 네트워크 위에 위와 같은 서비스들이 본격적으로 등장하게 된다면, 기존 웹 2.0 생태계에 미칠 여파는 어마어마 할 것으로 예상된다.

표현의 자유와 개인의 권리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조 바이든 대통령간의 경쟁이 한창 무르익던 지난 미국 대선기간, 보수 지지층들 사이에서 팔러(Paler)라는 SNS 서비스가 인기를 끌었다.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대표 빅테크 들이 공화당 정치인들의 포스팅만 의도적으로 검열한다는 이유로 보수 지지자들이 대체재를 찾아 나섰기 때문이다. 약 8800만명의 팔로워를 보유했던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트위터 계정이 영구정지 당한 사건도 불난집에 부채질을 했다. 그런데 얼마후 애플과 구글이 연달아 자사 앱스토어에서 팔러 앱을 삭제한 데 이어 아마존웹서비스 (AWS)까지 팔러의 데이터를 더이상 호스팅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며 팔러는 말 그대로 인터넷 공간에서 퇴출당해 버렸다.

정치적 견해가 맞고 틀리고를 떠나서 빅테크의 이런 행위가 정당한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애플, 구글, 그리고 아마존은 누군가가 자본과 노력, 시간을 쏟아 만든 서비스를 하루아침에 없애버릴수 있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것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라이트닝 네트워크가 마치 iOS 앱스토어처럼 활성화된다면 이제 이런식의 규제는 불가능해진다. 네트워크를 소유한 기업이 없기 때문에 검열하고 싶으면 비트코인 네트워크 자체를 셧다운 시켜야만 가능하다.

우리나라는 그 정도가 상대적으로 덜한듯 하지만 미국을 비롯한 서양 문화권에서는 표현의 자유와 개인의 권리를 굉장히 중요시한다. 웹 3.0은 빅테크 플랫폼들의 힘이 필요 이상으로 막강해지며 지나친 간섭과 검열을 내세우는것에 대한 반대급부로 나온 것임을 감안하면 전 세계 인구중 상당수가 라이트닝 네트워크가 가져다줄 수 있는 이점들을 놓치지 않을 것이다. 비트코인은 자유주의, 작은 정부주의, 시장경제 주의와 같이 정부와 국가권력을 최소한으로 제한하는 사상이 지지층의 근간을 이룬다. 비트코인 레이어 3는 이러한 비트코인의 사상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확장 시키고 실제로 실현 시키는데 엄청난 공헌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승자독식의 법칙
플랫폼이 가져가는 승자독식(Winner-take-all)의 법칙은 비트코인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네트워크 효과와 규모의 경제를 이룬 플랫폼은 수확체증의 법칙에 의해 특정 임계점이 지나면 투입하는 비용은 그대로다. 하지만 산출물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되고 결국 후발주자가 더이상 쫓아올 수 없는 경지에 이른다. 비트코인 네트워크는 이렇게 독점적 지위를 획득해도 권력을 남용하고 사회적 문제를 야기할 운영 주체가 없다는 점이 다르다.

지난 4월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이 공식적으로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지정하며 엘살바도르에 이어 전 세계에서 두번째 비트코인 법정화폐 도입국이 등장했다. 앞으로도 이렇게 비트코인을 화폐로 인정하는 국가들이 하나씩 추가되고, 비트코인 경제 안에서 경제 활동을 하는 인구가 늘어날수록 비트코인 네트워크의 가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된다. 그럴수록 라이트닝 네트워크를 활용한 레이어3의 활용 사례도 빠른 속도로 늘어나게 될 것이다.

비트코인 네트워크의 승자독식 현상은 암호화폐 시장에서도 커다란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왜냐하면 알트코인들은 원래 비트코인의 단점을 보완하고자 만들어진 코인들인데, 비트코인이 레이어3를 통해 알트코인들의 존재 의의를 희석 시키게 되면 알트코인에 대한 투자를 할 이유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물론 앞으로도 한동안 기업과 개인들은 앞선 스마트컨트랙 기술과 빠른 속도를 제공하는 이더리움 및 기타 레이어 1 블록체인을 적극 활용하겠지만 비트코인 레이어3 생태계가 넓어질수록 말그대로 ‘대체 (Alternate)’가 목적이었던 알트코인들은 그 미래가 어두워 보인다. 현재 비트코인 도미넌스(전체 암호화폐 시가총액에서 비트코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약 40%인데, 만약 비트코인 레이어 3 개발이 가속화되고 애플리케이션을 만드는 개인과 기업들이 이곳으로 본격적으로 진출하기 시작하면 비트코인 도미넌스가 어디까지 올라갈지 알 수 없다.

모든 기술은 레이어 구조로 진화한다. 대표적으로 인터넷이 그랬고, 바이오 기술도 그렇다. 비트코인을 단순히 투자 자산으로만 치부하면 안되는 이유다. 안드레아스 안토노폴로스라는 암호화폐 업계의 유명 인플루언서는 거의 10년 전부터 비트코인을 “돈의 인터넷”이라고 불렀다. 그의 강연 내용을 텍스트로 모아 책으로 엮은 베스트셀러 도서 ‘Internet of money(돈의 인터넷)'은 비트코인 입문자들에게 필수 도서로 불리고 있다(나도 이 책으로 비트코인에 입문했다). 비트코인은 자산이나 화폐이기 이전에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기술이며 이를 활용하여 만들어진 기능에 화폐가 지닌 가치 전달의 기능과 금과 같은 안전자산이 지닌 가치 저장의 기능이 있다고 이해하는게 맞다.

앞으로 비트코인 만이 유일한 암호화폐로 남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을 비트코인 맥시멀리스트(Bitcoin maximalist)라 부른다. 암호화폐 업계에서 이들은 보통 편협한 성격과 단순한 뇌구조를 지닌 탓에 블록체인 기술의 엄청난 가능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로 받아들여진다. 물론 실제로 그런 사람들도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대부분은 네트워크 효과와 수확체증이 승자독식으로 이어지는 기술 발전의 매커니즘을 잘 이해하기 때문에 그런 주장을 한다. 트위터 창업자이자 현 블록(Block) CEO 인 잭 도시는 대표적인 비트코인 맥시멀리스트이지만 그가 바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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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한 크립토 투자 앱 샌드뱅크(Sandbank)의 공동 창업자 겸 COO이다. 가상자산의 주류 금융시장 편입을 믿고 다양한 가상자산 투자상품을 만들어 투자자에게 제공하는 샌드뱅크를 만들었다. 국내에 올바르고 성숙한 가상자산 투자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각종 매스컴에 출연하여 지식을 전파하고 있다.
▶이 글은 암호화폐 투자 뉴스레터 구독자를 대상으로 다양한 관점을 제공하기 위해 소개한 외부 필진 칼럼이며 한국경제신문의 입장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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