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타인의 일상 야만적으로 짓밟는 확성기 시위

입력 2022-05-16 17:20   수정 2022-05-17 07:58

퇴임 뒤 경남 양산에서 생활하고 있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그제 “확성기 소음과 욕설이 함께하는 반(反)지성이 시골 마을의 평온과 자유를 깨고 있다”고 비판했다. 사저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부 단체의 집회가 여러 불편을 야기하는 것은 사실이다. 주민들이 여러 차례 신고했으나 소음 기준을 위반하지 않는 수준이어서 경찰은 야간 확성기 제한만 통고했다.

용산 대통령실 주변도 연일 시위와 확성기 소음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경찰은 시위 금지를 통고했지만, 법원이 관련 법상 100m 이내 집회 금지 구역인 ‘대통령 관저’에 집무실이 포함되지 않는다는 황당한 이유로 일부 허용 결정을 내리면서다. 어제는 한 장애인 단체가 출근시간대 차도를 점거해 시위를 벌이면서 극심한 교통혼잡까지 빚었다. 시민단체들의 집회가 줄줄이 예고돼 있어 앞으로 용산은 ‘떼법 시위’의 천국이 될 판이라는 주민들의 하소연마저 나오는 실정이다.

물론 집회와 시위의 자유는 보장돼야 한다. 하지만 법과 상식의 범위 내여야 한다. 집회·시위가 다른 주민들의 기본권을 해칠 경우 자제하는 게 마땅하다. 관련 법에서 ‘재산 피해나 사생활 평온을 해칠 우려가 뚜렷한 경우’ 집회나 시위를 제한할 수 있다고 한 것도 그래서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막무가내식 떼법이 고질화한 지 오래다. 툭하면 시위대가 대기업 본사 앞을 점거해 확성기에 장송곡까지 틀어 직원들은 극심한 고통에 시달렸고, 청와대 부근 주민들은 지난 5년 내내 집회 때문에 일상생활을 할 수 없을 지경이라고 호소했다. 서울 광화문광장이 시위대에 무단 점령당하기 일쑤였고, 도심 곳곳은 귀청을 찢을 듯한 확성기 소음과 구호, 현수막으로 어지럽다.

법치 경시 태도는 문재인 정권에서 공권력의 안이하고 무력한 대처가 키웠음을 부인할 수 없다. 소수에 의해 다수 시민의 일상과 법치가 짓밟히는 일이 있어선 선진국이라고 할 수 없다. 경찰은 불법 행위에 대해 엄정하게 대처하고, 법원도 시위 악습을 막기 위해 상급심에서 현명한 판단을 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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