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시신 內 곤충으로 사망시간 파악한다…'법곤충감정실' 개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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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2-05-17 10:31   수정 2022-05-17 10:33

경찰, 시신 內 곤충으로 사망시간 파악한다…'법곤충감정실' 개소

#2019년 6월 6일, 경기 오산시 야산에서 매장된 백골 시신이 발견됐다. 당시 수사팀은 2019년 초에 사건이 발생했을 것으로 예상해 혐의자 파악에 나섰으나 수사는 난항을 겪었다. 그러다 유골 주위의 곤충 번데기들을 분석한 결과 검정뺨금파리, 큰검정파리, 떠돌이쉬파리로 이 3개 곤충의 공통 출현 시기가 10월 파악됐다. 이를 토대로 경찰은 유골이 2018년 10월 이전에 암매장되었을 것으로 추정. 법곤충감정은 수사 범위를 대폭 좁히는데 기여했고 실제 범인은 검거됐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곤충을 통해 사망시간을 추정하는 법곤충 감정기법을 본격적으로 도입하기 위해 국내 최초로 ?법곤충감정실(Forensic Entomology Lab)’을 17일 개소했다.

법곤충 감정은 곤충 종류별로 온도에 따른 성장 속도가 일정하다는 특성을 활용해 시신에서 발견된 곤충 종류와 성장 데이터 분석을 통해 중장기적인 사망시간 추정이 가능하다. 우리나라에서 다소 생소한 영역이나 미국, 유럽 등 주요 해외 국가에서는 이미 보편적인 수사기법으로 활용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사망시간은 변사사건에서 정확한 사인 및 범죄 관련 여부 확인을 위한 중요한 단서"라며 "법곤충 감정이 수사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는 최초 2014년 세월호 사건 관련 순천에서 발견된 A 씨 변사 사건에 적용하기 시작하여 이후 제한적으로 사건에 활용하고 있으나, 법곤충 전담 감정실이 없고 국내 곤충 전문인력 부족한 실정이다. 한국 계절 및 지역 특성을 반영한 법곤충 데이터 미비로 그동안 수사 활용은 제자리걸음 상태에 머무르고 있다고 평가된다.

경찰청은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고 2016년부터 5년 동안 법곤충 관련 연구개발(주관연구기관 고려대 법의학교실)을 통해 한국에 서식하는 주요 시식성 파리 3종에 대한 성장데이터를 구축하는 등 법곤충 감정 기반을 마련해 왔다.



이후 지난 4월부터 추가로 연구개발을 진행하여 법곤충 데이터 확대 및 감정기법 고도화를 추진하고 있다. 17일 개소한 법곤충감정실은 그동안 법곤충 연구개발 성과를 현장에 적용하고 법곤충 감정기법 활성화를 위해 설치한 법곤충 전담 감정실이다. 법곤충 감정을 통해 사망시간 추정뿐만 아니라 사망한 계절, 시신 이동 및 약물 사용 여부 등 추가적인 수사 정보를 제공할 예정이다.

변사사건뿐만 아니라 살아 있는 사람, 동물에게 발생하는 구더기증(승저증) 분석으로 노약자에 대한 방임·학대나 동물 학대·유기 등 다양한 분야 수사 지원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남구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은 “법곤충 감정기법을 통해 변사사건의 수사역량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모든 변사사건을 과학적인 방법으로 세밀하게 살피겠다”고 밝혔다. 박성환 고려대 법의학교실 교수는 “앞으로 법곤충 전문인력 양성 및 연구 활성화를 통해 우리나라 법곤충 분야가 더욱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민기 기자 koo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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