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금 3개 깨" 이수영, 눈물의 정규 컴백…'의리파' 박경림 지원사격 [종합]

입력 2022-05-17 17:43   수정 2022-05-17 17:44


'발라드 여제' 이수영이 돌아왔다. 13년간 노래하고 싶었던 마음을 담아 알찬 8곡이 담긴 정규앨범을 들고 돌아온 그는 "노래는 내게 행복"이라며 눈물을 흘렸다.

이수영은 17일 오후 서울 마포구 구름아래소극장에서 정규 10집 '소리(SORY)' 발매 기념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진행은 이수영의 '절친'인 MC 박경림이 맡았다.

이수영의 정규앨범 발매는 무려 13년 만이다. 무대에 오른 이수영은 감격한 듯 울컥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박경림이 "이 세상에 슬픈 일이 얼마나 많은데"라며 재치 있게 이수영을 달랬다.

"반갑습니다. 이수영입니다."

인사를 건넨 이수영은 결국 왈칵 눈물을 쏟았다. 박경림은 "기쁨의 눈물일 것"이라면서 "저랑 안 울기로 약속하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소리'는 오래도록 기다려준 이들에 대한 미안한(Sorry) 감정을 목소리(Voice)에 실어 풀어낸 앨범이다.

이수영은 "이전의 음반들은 노래를 잘하려고 집중했던 것 같다. 그걸 요구받기도 했었다. 그런데 이번 음반은 온전히 내 목소리가 어떤 목소리였는지를 찾아가는 여정이었다. 소리라는 것에 집중해보자고 했다. 나의 소리뿐만 아니라 우리들의 소리를 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나 혼자 생각하는 나만의 소리가 아니라 내 주변에서 힘들어하고 아파하는 사람들의 소리까지도 담았다"고 소개했다.

이어 "나도 꽤 힘든 여정을 살아온 사람으로서 스스로에 대한 미안함, 가수로서 오래 쉴 수밖에 없었던 미안함, 특히나 팬들에 대한 미안한 마음이 절로 담겼다"고 덧붙였다.


정규 앨범이 나오기까지 무려 13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렸다. 그 이유에 대해 이수영은 "9집을 내고 시집을 갔다. 거의 매해, 언제는 두 장의 정규앨범을 내기도 했다. 달릴 대로 달린 저였는데 시집을 가게 됐고, 그 공백이 13년이 될 줄은 몰랐다"고 했다.

앨범 준비에 걸린 시간은 3년. 이수영은 "곡이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면서 "훨씬 빨리 나올 수 있었지만, 곡을 주시는 분들에게 자연스럽게 곡이 나올 수 있도록 기다렸다. 그렇게 8곡을 받고 추려내는 과정이 굉장히 길었다"고 말했다. 또 "요즘은 악기 세션을 이 정도로 하지 않는데 정말 쏟아부었다. 믹싱, 마스터링까지 한 달 반이 걸렸다"고도 했다.

정규 형태의 앨범을 낼 수 있었던 데에는 소속사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다고. 이수영은 "사실 요즘 같은 세상에 정규앨범을 내는 게 힘들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13년 동안 날 모르는 분들이 더 많아졌을 거라는 두려움도 컸다. 하지만 감사하게도 소속사 백승학 대표님이 강력하게 10집을 꼭 내야만 한다며 큰 힘을 주셨다. 또 대표님의 사모님이 나의 '찐 팬'이다. 무대 앞에 깔아놓은 꽃도 직접 해주신 거다. 팬의 도움으로 10집을 냈다"며 웃었다.

정규 10집 '소리'에는 타이틀곡 '천왕성'을 비롯해 '작은 빗방울이 네 손끝에', '사월에게', '덧', '방문을 닫고', '알아가려 해', '너 같은 사람', '레인보우(Rainbow)'까지 '발라드 여제' 이수영의 감성을 느낄 수 있는 총 8곡이 수록됐다.

앞서 리메이크 앨범 'Masque'와 'No.21'에서 호흡을 맞춘 프로듀서 권영찬이 프로듀싱했으며, 국내 최고의 세션 홍준호, 신석철, 나원주가 연주에 참여해 완성도를 높였다. 이 밖에도 가수 안예은을 비롯해 김이나, 권순관, 정동환, 헨(HEN), 이진아, 김희원, Mogwa.c, 프롬, 박인영 등 실력파 작사가 및 뮤지션들이 참여했다.

이수영은 "도와주는 분들이 많았다. 현존하는 최고의 젊은 뮤지션들이 저의 부족한 부분들을 너무 잘 채워줬다. 난 무기가 목소리인지라 녹음실에서 그냥 즐겁게 녹음했다. 오랜만에 녹음실에서 녹음하니 그 자체로도 신났다"면서 "내가 제일 잘 할 수 있는 것들을 지금의 뮤지션 후배님들, 동료분들을 믿고 잘 따랐다"고 전했다.


타이틀곡 '천왕성'은 오리엔탈 발라드라는 어원의 시초 이수영에게 꼭 맞는 곡으로, 가수 안예은이 작사, 작곡했다.

태양과도 같은 특별한 존재의 사랑을 갈구하지만, 그와는 아주 멀찍이 떨어져 있어 찰나의 순간에만 닿게 되는 애절함을 천왕성에 빗댄 곡이다. 6/8박자 특유의 멋과 우리 가락이 느껴지는 구성, 서양악기와의 조화로운 편곡에 이수영의 애틋한 음색이 더해졌다.

이수영은 "안예은 씨는 내가 정말 좋아하는 아티스트다. 10집을 만들 때 어떻게든 안예은 씨한테 곡을 받아야겠다고 생각했다"면서 "처음 데모를 들었을 때 내 머릿속과 마음에 들어갔다가 나온 줄 알았다. 정확히 원하는 걸 표현해줬다. 무엇보다 '천왕성'이라는 가사가 나라는 사람을 얘기해주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어 "'천왕성'이 얼음 행성이고 멀리 떨어져 있어서 행성으로 보이지 않을 만큼 존재감이 미미했는데, 혼자서 꾸준히 그 자리에 있었더니 누군가 알아봐 줬다고, 한기가 느껴지는 삶 속에서 구원해줄 누군가를 찾고 있고, 영원히 기다리겠다는 내용이다. 내가 힘들었던 시절에 옆에 있었나 싶은 정도였다"고 털어놨다.

'천왕성'에는 안예은의 감성과 이수영 표 오리엔탈 발라드의 특징이 고스란히 녹아들었다. 그간 독창적인 음악색을 보여온 안예은의 색깔이 특히 짙다. 이수영은 "워낙 색채가 강한 아티스트이지 않냐. 처음 데모 상태로 왔을 땐 이것보다 훨씬 더 (색이) 셌는데 권영찬 프로듀서가 편곡했다"면서 "보컬적으로는 멜로디가 주는 힘에 따라 움직이면 됐다. 워낙 멜로디가 좋고, 편곡이 그 멜로디를 힘 있게 받쳐줘서 난 그 위에서 잘 놀면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곡은 사운드가 좋은 스피커로 들으면 아주 많은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우주와 같은 사운드를 내기 위해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1999년 '아이 빌리브(I Believe)'라는 곡으로 데뷔해 오리엔탈 발라드라는 장르를 선보인 이수영은 '스치듯 안녕', '휠릴리', '라라라', '그래도 사랑해' 등 다수의 히트곡으로 2000년대 가요계에 한 획을 그은 독보적인 보컬리스트다.

예상치 못했던 13년이라는 긴 공백을 거쳐온 이수영은 "13년 동안 '가수를 그만둘까'라는 생각을 안 해봤겠냐. 수도 없이 했다"면서 "13년간 단 한 번도 음반을 내려고 노력하지 않은 적 없었다. 최선을 다했지만 계속 잘되지 않았다. 기회라는 게 항상 있는 게 아니더라"고 고백했다.

그는 "지금의 회사를 5년 전에 만났고, 그때부터 내가 버는 돈의 일부분을 떼서 적금을 들었다. 한동안은 0원일 때도 있었다. 내가 음반 낸다고 누가 돈을 주지 않을 것 같기도 했고, 또 빚지고 싶지 않았다"면서 "꾸준히 활동을 이어 나가면서 버텼다. 티끌 모아 태산이라고 5년간 착실하게 든 적금으로 제작비를 만들었다. 이번 앨범을 준비하면서 적금 3개를 깼다"며 웃었다.

끝으로 이수영은 "노래는 내게 행복"이라고 정의했다. "노래가 절 숨 쉬게 했죠. 처음 녹음하는 날 녹음실에 들어가서 목을 푸는데 피가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확 순환되는 느낌이었어요."

특히 현장에서는 박경림의 의리가 빛났다. "저의 친구이자 많은 사람들의 가수 이수영"이라는 소개를 시작으로 무대 위에서 계속해 곁을 지킨 박경림은 쇼케이스가 끝난 후 출입문 앞에 서서 연신 "잘 부탁드린다"며 친구를 위해 고개 숙여 인사했다.

이수영의 정규 10집 '소리'는 이날 오후 6시에 공개된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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