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의 시작은 '철거'…폭파가 빠르고 안전한 이유 [더 머니이스트-최원철의 미래집]

입력 2022-05-23 08:02   수정 2022-05-23 10:26


최근 1기 신도시를 비롯해 서울 여의도·압구정·동부이촌동 등 많은 단지가 재건축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재건축하려면 기존 단지를 철거해야 하는데, 국내 도심에서는 중장비를 이용한 기계식 공법을 주로 사용하는 편입니다.

20층 이상 고층 아파트의 경우 소요 시간이 길고 소음과 분진 등이 끊임없이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외벽 붕괴 사고가 벌어진 광주 '화정아이파크'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화정아이파크 8개 동 철거에 최소 30개월을 예상합니다. 30개월 내내 소음과 진동 발생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주변 상가 상인들과 피해보상을 논의하는 상황입니다.

철거 도중 태풍이 부는 여름철이나 가을철에는 변수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상층부에서 철거된 콘크리트 조각이나 철근이 강풍에 의해 공중으로 날려 떨어진다면 인명사고의 우려가 있습니다. 철거에 오랜 시간이 드는 만큼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도 커집니다.

이러한 문제 때문에 미국이나 유럽 등에서는 폭약을 이용한 폭파해체공법이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7월 미국 마이애미에서는 아파트를 폭파해체공법으로 철거했습니다. 기계식 공법에 비해 철거 기간을 대폭 줄일 수 있고 비용도 30% 이상 절감되며 더 안전하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최근 중국에서도 아파트 단지 전체를 한 번에 폭파 해체한 사례가 나왔습니다. 지난해 8월 중국 쿤밍시에서 공사가 중단된 20층 아파트 14개 동을 한 번에 폭파했는데, 전체 해체에 걸린 시간이 고작 45초에 불과했습니다. 이후 잔해 제거도 기계식 공법에 비하면 쉽고 빠르게 진행됐습니다.

국내의 경우 1994년 남산 외인아파트를 폭파해체방식으로 철거한 일이 있습니다. 준비에 40일이 걸렸지만, 건물 붕괴에는 20초로 충분했습니다. 다만 아직 많은 경험이 없어서 기계식 공법으로 아파트를 철거하는 경우가 일반적입니다. 그러나 세계 최고의 구조안전진단 프로그램이 한국에 있고, 철거에 쓰는 폭약인 저폭속 파쇄약과 고폭속 파쇄약 등이 국내 기술로 개발된 만큼 기술력은 충분합니다.

최근 금리와 건설자재 가격이 오르고 있다는 점도 폭파해체공법을 검토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미국 FOMC 발 기준금리 인상이 내년까지 이어지면 국내도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고, 입주까지 금리 비용이 많이 늘어날 수 있습니다. 건설자재 가격도 급등하고 있어 공사 기간을 최대한 단축하는 것이 안전은 물론 각종 위험 부담을 최소화할 방안입니다.

새 정부는 1기 신도시 특별법을 올해 하반기 제정하겠다고 합니다. 내년 이후면 재건축 추진이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습니다. 국토교통부는 국가기관들과 함께 내년 이후 대규모 철거가 쉽고 빠르게 진행될 수 있도록 관련 법령과 안전 규정을 정비하고 선진 기술을 축적하는 작업을 시작해야 합니다. 앞으로 대규모 고층 아파트 철거가 계속될 것이기에 첨단 해체공법 도입을 지금부터 준비해야 합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최원철 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 특임교수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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