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고대·KAIST 다 하는데"…반도체학과 '서울대 결단' 기다린다

입력 2022-05-18 22:00   수정 2022-06-01 00:31


오는 20일 방한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평택캠퍼스)부터 찾을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반도체 경쟁이 얼마나 치열한지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반도체 인력이 태부족하단 현장의 곡소리를 심각하게 받아들여 하루빨리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반도체 업체들은 인력 확보에 팔을 걷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잇따라 반도체 계약학과를 개설했다. 채용조건형 계약학과는 학비 지원과 졸업 후 취업이 보장된다. 현재 반도체 계약학과가 설립돼 학생을 선발하는 대학은 3군데. 삼성이 학교 재단인 성균관대가 2006년 일찌감치 반도체시스템공학과를 만들었고 2021학년도부터 연세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삼성전자), 고려대 반도체공학과(SK하이닉스)가 신입생을 뽑았다.


최근 반도체 경쟁이 심화하자 서울대를 제외한 주요 대학들도 연달아 계약학과 대열에 합류했다. 삼성전자는 KAIST(한국과학기술원)와 포스텍(포항공대)에, SK하이닉스는 서강대와 한양대에 반도체 계약학과를 각각 신설해 2023학년도부터 첫 신입생을 모집하기로 했다.

18일 한경닷컴 취재를 종합하면 삼성전자, SK하이닉스를 비롯해 한국반도체산업협회에서도 서울대에 계약학과 신설을 타진했지만 아직 대학본부 차원 논의 테이블엔 올라오지 않은 상황으로 파악된다(관련 기사: [단독] "서울대 '반도체 계약학과' 따내라"…삼성전자·SK하이닉스 '구애 경쟁').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몇 년 전에도 반도체 계약학과 논의가 있었지만 성사되지 못했다(관련 기사: [단독] 年 수십억 지원에도 '반도체학과' 막은 서울대).

서울대는 반도체학과 '검토중'
서울대의 반도체 계약학과 추진 상황을 묻자 학교 관계자는 “반도체산업협회에서 얘기가 들어온 것은 맞다. 다만 학과 신설은 학내의 많은 기관이 관련된 사항으로 검토가 필요한 단계”라는 답변을 내놨다.

수년 전에도 서울대 반도체 계약학과 얘기가 나왔지만 무산된 것은 “특정 기업을 위한 계약학과는 국·공립대와 취지가 맞지 않는다”는 부정적 여론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국공립으로 분류되는 KAIST는 삼성전자와 반도체 계약학과를 설립하기로 했다. 반도체 분야는 아니지만 국립 경북대 역시 모바일공학전공으로 삼성전자와 계약학과를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반도체 분야 교수들은 보다 현실적인 이유를 들었다. 김소영 성균관대 반도체시스템공학과장은 “계약학과 신설은 교수들 간 합의가 필요한 사안”이라며 “반도체는 기존 전기공학·컴퓨터공학·신소재공학 등의 분야가 겹치는데 교수진 중 누가 신설 학과에 참여할지부터 원소속 학과와 반도체 전공 수업을 어떻게 배분할지 같은 현실적 문제가 있다. 해당 기업과의 커뮤니케이션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대학 교수도 “관련 전공 교수들이 반도체 계약학과 설립을 원해야 하고, 다른 학과나 단과대학과의 관계도 고려해야 한다”면서 “설령 공대 내에서 합의가 된다 해도 전체 서울대 차원에서는 진행이 더딘 상황일 수 있다”고 짚었다.
"3개월 만에 반도체학과 성사"
반면 SK하이닉스와 손잡고 시스템반도체공학과를 설립하기로 한 서강대는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올해 초부터 본격 논의를 시작해 3월 말에 계약학과 설립을 위한 업무협약(MOU)까지 체결했다. 반도체 계약학과 설립 논의가 구체화된 지 약 3개월 만에 성사시킨 셈이다.


SK하이닉스와 대학원 산학(産學) 트랙을 운영하며 끈끈한 관계를 유지해왔던 게 컸다. 범진욱 서강대 전자공학과 교수는 “기존에도 SK하이닉스와 네트워크를 구축해 교류가 많았던 터라 계약학과 추진이 비교적 수월했다. 학교에서도 우호적 분위기가 형성돼 빠르게 진행된 편이었다”고 귀띔했다.

물론 전자공학과가 단일 모체 학과가 돼 반도체 계약학과를 설립하는 서강대는 서울대와 사정이 다르다. 반도체를 연구하는 서울 소재 한 대학 교수는 “사실 서울대는 반도체를 가르칠 유관 학과나 교수들이 많아서 조정이 쉽지 않다. 서강대의 경우 학교 규모가 작고 유관 학과도 전자공학과 정도라 몇몇이 의기투합해 속도감 있게 추진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달 한양대와도 반도체공학과 설립을 위한 계약식을 체결하며 발빠른 행보를 보였다. 박재근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는 “반도체 분야 석·박사급 고급 인력의 필요성을 강조하는데 본질적으로 학부 인력이 많아야 선순환 구조가 정착된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마저 인력 모자란데…
국내 반도체 산업 필요 인력수요는 연간 1500~1600명, 반도체 관련 학과 졸업생은 연 650여명, 현재 반도체 계약학과 정원 150명에 내년 신설 학과 정원까지 합쳐도 총 360명, 그 와중에 삼성전자마저 작년 4분기 기준 반도체 사업 담당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직원 수가 직전 분기보다 313명 감소… 여러 지표는 모두 ‘반도체 인력 비상’ 상황을 가리킨다.

기업들이 국내 최고 학부인 서울대에 반도체학과 개설을 되풀이 요청하는 이유다. 박재근 교수는 “반도체 인력 부족이 심각하다”며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만 인력이 필요한 게 아니다.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회사나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업체에 갈 인력도 길러내야 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김소영 학과장은 “꼭 서울대에 반도체 계약학과가 생겨야 한다는 식으로 바라봐선 안 된다”면서도 “성균관대의 경우 처음 계약학과를 시작할 때 5년마다 재계약이 가능할지 우려도 있었는데 그런 걱정은 없다. 최근 업계 상황을 보면 반도체 소자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에 필요한 회로 설계 쪽 인력이 좀 더 요구되는 것 같다”고 부연했다.

업계는 여전히 서울대의 ‘결단’을 기다리고 있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의 말이다. “서울대에서 논의 중으로 알고 있습니다. 결국 대학이 결정하는 거니까요. 연고대나 서강대·한양대 등에 반도체 계약학과를 만들었다고 하지만 그게 몇 명 안 되잖아요. 저희는 지금 반도체 인력 양성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얘기를 계속 하고 있습니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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