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규제혁신, 진심을 넘어 뚝심이 필요하다

입력 2022-05-18 17:30   수정 2022-05-19 00:07

윤석열 정부는 경제 분야 국정 비전으로 역동적 혁신성장을 제시했다. 성장은 민간이 주도하고, 정부는 정부가 해야 할 일과 하지 않아야 할 일을 잘 구분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시장의 공정성과 효율성을 신뢰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하고 규제를 풀어 자유롭게 사업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한다. 백번 옳은 말이고 적극 환영한다.

민간이 주도하고 정부가 조력해야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디지털 경제로 전면적 전환이 일어나고 있는 현재는 어디에서 혁신이 일어날지 예측하기 힘든 불확실성의 시대다. 이 때문에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하는 혁신기업에 더 많은 성장 기회를 부여하는 국가들이 세계 경제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우리는 스타트업의 혁신 역량은 뛰어나지만 많은 영역에서 규제로 혁신이 발목 잡히고 있는 게 현실이다. 혁신성장을 위해서는 규제혁신이 필수적이다. 윤석열 정부도 경제 분야 국정과제의 첫 번째로 규제시스템 혁신을 통한 경제 활력 제고를 제시했다.

사실 이런 인식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규제혁신을 중요한 과제로 인식하고 노력했다. 이전 정부들 역시 마찬가지다. 역대 정부의 노력에도 우리나라의 규제 경쟁력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국 중 26위로 하위권(IMD, 2020)이고, 세계 100대 스타트업 중 절반가량이 국내 규제로는 사업을 할 수 없거나 제한적으로만 가능한 수준(스타트업코리아, 2019)이다.

왜 규제혁신이 안 되는 걸까. 문재인 정부가 규제혁신을 위해 한 일들을 살펴보자. 4차산업혁명위원회의 ‘규제·제도혁신 해커톤’은 규제 이슈 공론화를 위해 도입됐지만, 가명·익명정보 도입 외에 별다른 성과가 없었다. 규제 샌드박스와 규제특구 4종 세트는 특히 기대를 많이 받았고 일정한 성과도 있었지만, 영향이 크고 이해관계 충돌이 있는 영역에선 전혀 힘을 못 썼다. 이해관계 대립을 해소하겠다고 운영한 ‘한걸음 모델’ ‘규제챌린지’ 등은 성과가 극히 미미했다. ‘혁신성장옴부즈만’ ‘적극행정’ ‘규제입증책임제’ 등 규제혁신을 위해 수많은 제도가 운영됐지만 종합적으로 큰 성과를 내지 못했다.

스타트업 단체의 대표로서 지난 5년간 수많은 규제혁신 제도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면서 목격한 것은 정부가 진심을 갖고 노력했어도 약속한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 시스템 도입에는 결국 실패했다는 것이다. 특히 새 정부가 눈여겨봐야 할 것은 두 가지다. 첫 번째로 규제 부처에서 끝까지 반대하는 혁신 과제는 진전이 없었다는 점이다. 규제 부처가 아닌 곳에서 심의하는 규제 샌드박스에서조차 “검토 필요성은 공감하나 지금은 시기상조”라는 규제 부처의 소위 ‘정무적 판단’에 규제 개선이 가로막히곤 했다.

두 번째로는 이해관계자의 반대 목소리가 있는 경우 거의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혁신은 당연히 산업 구조 변화를 가져오고, 이에 따라 기업과 직업도 변화한다. 그러나 변화를 원치 않는 이들의 반발로 ‘국민 전체의 이익’이라는 대의가 사라졌고 힘의 논리와 표의 논리만 우선됐다. 규제혁신이 특히 지체된 모빌리티, 디지털 헬스케어, 리걸테크 등의 영역에서 익숙하게 목격한 것이다.

윤석열 정부의 규제시스템 혁신이 성공하기 위해선 진심을 넘어 뚝심이 필요하다. 규제혁신은 기업을 위해서가 아니라 혁신성장을 통해 국민 전체에 이익을 주기 위해 필요한 것이고, 혁신의 대상이 되는 산업에는 정부가 책임지고 새로운 기회를 함께 만들어가겠다는 원칙을 갖고 사회적 공론화에 나서야 한다. “혁신은 되돌릴 수 없고 그 방향으로 간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소외되는 사람이 없도록 하겠다”는 뚝심을 갖고 뚜벅뚜벅 나아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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