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난 자, 떠날 수 없는 자, 용서받지 못한 자 [최진석의 Law Stre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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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2-05-19 07:00   수정 2022-05-19 07:22

떠난 자, 떠날 수 없는 자, 용서받지 못한 자 [최진석의 Law Street]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취임하자마자 서초동에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어떤 검사들은 검찰을 떠났고, 와신상담 끝에 화려하게 복귀한 검사들도 있습니다. 가시밭길이 예고된 이들도 있습니다. 떠나고 싶어도 떠날 수 없는 마치 ‘용서받지 못한 자’를 연상시키는 사례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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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장관은 취임 이튿날인 18일 전격적으로 검찰 인사를 단행했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조국 수사팀’의 귀환입니다. 서울중앙지검장으로 돌아온 송경호 수원고검 검사(52·사법연수원 29기)는 문재인 정권 당시 한 장관과 함께 손발을 맞췄습니다.

송 지검장은 정권 초기 서울중앙지검 3차장·특수 2부장을 각각 맡아 ‘적폐 청산’ 수사를 이끌었습니다. 한 장관이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으로 승진한 이후에는 송 지검장이 3차장 자리를 물려받아 조국 수사를 지휘했죠.

특수 수사 부서를 이끄는 4차장에 임명된 고형곤 포항지청장(52·31기)은 송 지검장과 함께 조국 전 장관 일가에 대한 수사를 벌였던 인물입니다. 과거 조국 수사팀의 수사·지휘 라인이 그대로 승진해 중앙지검으로 돌아온 거죠.

부활한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단을 이끄는 서울남부지검장도 특수통이자 윤석열 사단으로 분류되는 양석조 대전고검 인권보호관(49·29기)이 보임됐습니다.

양 신임 남부지검장은 유명한 일화도 있습니다. 반부패강력부 선임연구관으로 근무할 때 동료 검사 상갓집에서 직속상관이었던 심재철 당시 반부패강력부장에게 “조국이 왜 무혐의인지 설명해봐라.”, “당신이 검사냐” 등의 반말로 항의하기도 했죠.

그는 이 ‘항명 파동’으로 좌천당했습니다. 이후 그가 돌아온 곳이 공교롭게도 심재철 검사장이 있던 남부지검장 자리입니다.

이렇게 향후 주요 수사를 책임져야 할 할 최전방 초소인 중앙지검장과 남부지검장 자리에 특수통 검객들을 집중적으로 배치했습니다. 화력을 한껏 충전한 진용인 거죠.


한 장관의 인사청문회를 담당했던 청문준비단 멤버들은 법무부의 주요 요직에 배치됐습니다. 청문준비단 총괄팀장을 맡았던 신자용 서울고검 송무부장(50·28기)은 검찰 인사와 예산, 조직을 총괄하는 법무부 검찰국장으로 승진했습니다.

법무부 검찰과장에는 신상 팀장을 맡았던 김창진(47·31기) 진주지청장이 보임됐습니다. 준비단 공보팀장이었던 권순정 부산지검 서부지청장(48·29기)은 장·차관을 보좌해 법무부 정책·예산을 관리하는 기획조정실장에 임명됐습니다.

대검 감찰 1과장은 정희도 서울동부지검 중경단 부장(56·사법연수원 31기)이, 감찰3과장은 배문기 인천지검 형사1부장(49?32기)이 각각 맡게 됐습니다.

홍승욱 서울고검 검사(49?28기)는 수원지검장으로 낙점됐습니다. 그는 ‘유재수 감찰무마’ 의혹을 수사 지휘한 이후 한직으로 밀려났습니다. 수원지검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 등을 수사 중입니다. 수장이 바뀐 수원지검의 움직임에 관심이 쏠립니다.

대검 차장 자리에는 한 후보자의 연수원 동기인 이원석 제주지검장(53·27기)이 임명됐습니다.
향후 공석인 검찰총장 임명을 염두에 둔 인사라는 해석도 나온다. 윤석열 사단은 아니지만, 검찰 내에서 신망이 두터운 김후곤 대구지검장(57·25기)은 서울고검장으로 승진했습니다. 김 고검장 역시 검찰총장 후보군에 포함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옵니다.
떠난 자
전 정권과 관련된 검사 중 일부는 서초동을 떠나거나 아예 검찰 조직을 떠났습니다. 사의를 표명한 이정수 서울중앙지검장과 ‘고발사주 의혹’ 수사를 주도한 이정현 대검 공공수사부장, 윤석열 검찰총장 시절 징계를 주도한 심재철 남부지검장은 모두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전보됐습니다. 좌천 인사입니다.

성남FC 수사무마 지시‘ 의혹을 받는 박은정 성남지청장의 남편 이종근 서울서부지검장(53?28기)와 신성식 수원지검장(57?27기) 등 이른바 ’추미애 라인‘의 두 지검장도 비수사 부서인 대구고검과 광주고검 차장검사로 밀려났습니다.

임은정 법무부 감찰담당관은 대구지검 중경단 부장으로, 한 장관 ’독직폭행‘ 혐의로 재판을 받는 정진웅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대전고검 검사로 각각 전보됐습니다.

서울중앙지검에서 2?3?4차장 요직을 맡아왔던 박철우?진재선?김태훈 차장은 각각 대구고검과 부산고검으로 좌천됐습니다. 박범계 전 장관을 보좌했던 양선순?강상묵 장관정책보좌관도 비수사 보직인 서울고검과 대전고검 검사로 각각 발령 났습니다.

검찰을 떠난 이들도 있습니다. 박성진 대검 차장(59?24기)과 구본선 법무연수원 연구위원(54?23기), 권순범 대구고검장(53?25기), 조재연 부산고검장(59?25기), 이복현 서울북부지검 형사2부장 등은 사직서가 수리되면서 의원면직 됐습니다.

떠나지 못하는 자
이성윤 서울고검장은 검찰 내에서 대표적인 ‘親 문재인 정부’ 인사 중 한 명으로 꼽힙니다. 이번 인사에서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좌천된 그는 현재 법에 따라 검찰을 떠나고 싶어도 떠날 수 없는 상황입니다.

국가공무원법 78조는 비위와 관련해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경우, 공무원의 자발적 퇴직을 허용하지 않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 연구위원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불법 출국금지 수사 무마 의혹(직권남용 혐의)으로 불구속기소 돼 재판이 진행 중입니다.

검찰을 떠날 방법이 있긴 합니다. 이 연구위원이 거듭 사직 의사를 밝히면 법무부 산하 감찰위원회가 열릴 수 있습니다. 감찰위는 비위에 해당하는 사안인지 판단하는 역할을 합니다. 여기에서 비위로 판단할 경우 사표 처리는 어렵게 됩니다.

이 연구위원의 경우 감찰위에서 비위로 판단될 것이라는 의견이 대부분입니다. 지난 13일에는 이 고검장이 김학의 전 차관 불법 출국금지 과정에서 가짜 사건번호를 붙인 것을 알고도 사태를 무마하려 했다는 취지의 진술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검찰 내부에서는 이 고검장이 재판이 끝날 때까지 한직을 전전하는 처지에 놓일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이 연구위원이 한 장관과 대립했던 과거를 감안하면 앞으로 ‘가시밭길’을 걸어야 하는 상황이 왔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연구위원은 서울중앙지검장 재직 당시 ‘채널A 사건’으로 고발된 한 후보자를 무혐의 처분해야 한다는 수사팀의 보고를 9차례나 반려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법무부 검찰국장 시절에는 한 후보자를 포함한 윤석열 대통령 측근 검사를 대거 좌천시킨 장본인이기도 합니다.

이규원 춘천지검 부부장검사도 비슷한 상황입니다. 그는 대선 직후 사의를 표했지만 ‘윤중천 허위 보고서 사건’으로 재판을 받아야 해 당분간 검사직을 유지할 것으로 보입니다. 검찰을 떠나고 싶어도 떠날 수 없는 이들과 영화 제목 ‘용서받지 못한 자’가 겹쳐집니다.

정권교체에 이어 한동훈 장관 임명, 취임 다음 날 전격적인 인사 조처까지 일련의 과정들을 보니 ‘권불십년(權不十年)’이라는 옛말이 생각납니다. 이번엔 ‘권불오년(權不五年)’이겠군요. 조국 수사를 기점으로 대거 좌천됐던 검사들의 귀환을 두고, 검수완박 상황에서 어떤 성과를 낼지 관심이 쏠립니다. 힘차게 빼든 그 칼이, 다른 용도가 아닌 '서민을 보호하고, 범법자들이 지은 죄에 맞는 책임을 지도록’ 하는 데 쓰이길 바랍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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