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일을 안했더라면, 넌 좀 더 행복했을까” [어쩌다 워킹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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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2-05-19 09:39   수정 2022-05-19 09:40

“엄마가 일을 안했더라면, 넌 좀 더 행복했을까” [어쩌다 워킹맘]



[한경잡앤조이=박소현 블랭크코퍼레이션 PRO] 저녁 약속이 많은 요즘이었다. 퇴근이 늦은 어느 날, 아이를 재운 남편이 아이가 반에서 왕따인 것 같다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말했다.

내용은 이랬다. 남자아이들은 화요일마다 (아이 제외) 축구를 하러 가고, 여자 친구들은 금요일마다 키즈카페를 간다며 자기도 키즈카페를 같이 가고 싶다고 했다. 부랴부랴 지난 번 받아 놓은 반 아이 학부모 번호를 떠올렸다. 연락해야지 하며 한달을 미루던 같은 반 아이 엄마에게 그제야 연락을 하게 되었다.

그렇게 나는 학부모 단톡방에 초대됐다. 단톡방에 들어가 보니 키즈카페, 축구, 숲체험 등 이미 정기적으로 많은 외부활동들을 함께 하고 있었다. 월반을 한 아이입장에서는 이미 1년을 함께 보낸데다 다양한 과외활동을 함께 한 반 친구들 사이를 파고들기는 쉽지 않았을 것 같았다. 아차 싶었다. ‘내가 너무 무심했구나’

단톡방에 있는 워킹맘의 감정은 이중적이다. 여기에 속해 있다는 안도감과 함께(심지어 따돌리지 않아 감사한 마음까지 들 지경이다.) 그들만큼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없다는, 그래도 적극성을 보여야 한다는 부담감이 함께 있다. 7세라는 나이는 앞으로의 학교 생활을 위한 준비와 친구들과의 관계를 살펴야만 하는 시기다. 결국, 말못하는 영유아 시절을 지나 이제는 혼자서 기본적인 활동들을 할 수는 있는 나이임에도 엄마의 고민은 전혀 줄어들지 않는다는 뜻이다.

아이가 다니는 유치원은 올 가을에 있을 학원 레벨테스트의 ‘아웃풋’을 위해 숙제가 많고 어려워졌다. 미국의 초등학교 2,3학년이나 할 법한 지문을 읽고 쓰는 것을 아이에게 강요하는 건 과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있는 숙제를 하기 싫으면 하지말라고 가르칠 수는 없었다. 사실 6세까지만 해도 즐겁게 다닐 뿐 아니라 계속해서 상위권의 성적을 보이는 아이를 보며 보내길 잘했다고 늘 만족했던 터였다.

거기에, 상대적으로 한글은 더뎠다. 책을 무척 좋아하는 아이였지만 한글 책은 글자를 읽는 것에스트레스를 느꼈고 결국 따로 조금씩 연습을 시키다 보면 아이는 온종일 학습에 치이는 느낌이었다. 주말에는 집에서 있길 원했고 평소 또래친구와 놀이터에서 뛰어놀 기회가 없는 아이가 동네 놀이터에서 또래 친구라도 만나는 날이면 헤어질 때마다 너무도 힘들어했다.
혼자서도 그렇게 뭘 만들고 잘 노는 유형이었기에 둘째에 대한 나의 미련은 있을 지 언정 아이에 대한 미안함은 없었는데 이제는 형제가 없는 것도, 일을 하는 엄마의 스케줄에 맞춰 유치원에서 숙제 및 방과 후 활동을 하는 것도 미안해졌다. 이런 일련의 선택들이 더 나은 결정이었을까 하는 고민과 함께. 내가 일을 하지 않았다면, 그래서 형제가 있고 기관을 빨리 벗어나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냈다면 아이는 더 행복했을까.

이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부모의 ‘선택’에 따른 아쉬움과 부작용들을 고스란히 겪으며, 주변의 전폭적인 도움 없이 오롯이 부부가 일을 하며 아이를 양육한다는 것이 얼마나 많은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되는지, 그 선택의 옵션이 일과 육아를 병행하기에 얼마나 제한적인지를 느끼는 순간들이 점점 늘고 있었다. 그리고 이 선택에서 ‘정답’이 아닌 가장 ‘최선의 선택’을 고르기 위해서 나는 얼마나 더 많은 자책과 시행착오를 겪어야 할까.

나의 선택이 한 인간의 정서를, 방향을, 가치관을 결정한다고 생각하면 그 책임감이 너무 무겁게 짓누른다. 어떤 선택에도 기회비용이 따를 수밖에 없는 육아라는 어려운 문제 앞에 이 모든 아쉬움과 미안함을 극복하는 구원은 결국 그저 삶을 진지한 태도로 임하는 부모가 되는 것임을 다시 깨닫는다.

나의 욕망과 불안함을 아이에게 투영하며, 아이를 위한 선택이었다고 스스로를 합리화하지 않고 진짜 아이가 원하는 것을 들여다보고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힘을 키워 주기 위해서는 결국 내가 확신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언젠가 아이에게 무한한 사랑을 주되 나에게서 언제든 날아갈 수 있게 하는 부모이길, 아이를 위해 희생하되 나의 인생 또한 멋지게 사는 ‘진짜 어른’이 되길 꿈꿔본다.

박소현 씨는 올해 7살 아이의 육아와 일을 병행하는 워킹맘이다. 중어중문학을 전공한 그녀는 기자, 아나운서를 거쳐 현재 브랜드 빌딩 비즈니스 스타트업 블랭크코퍼레이션 커뮤니케이션 담당 프로로 제 2의 인생을 설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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