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결시켜야" vs "그래도 해야"…'한덕수 인준' 끝까지 진통

입력 2022-05-20 17:38   수정 2022-05-21 01:14


더불어민주당이 20일 연 의원총회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인준안을 두고 격론을 펼쳤다. 대형 로펌 고액 연봉 수수 논란 등으로 한 후보자에 대한 반대 의견이 지배적인 가운데, 당 지도부는 지방선거를 앞둔 만큼 자율투표 방식으로 한 후보자 인준에 협조해야 한다고 의원들을 설득하고 나섰다.
○민주, 반대 여론 속 의총 개최
민주당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의총을 열고 한 후보자 인준안에 대한 당론 채택을 논의했다. 윤호중 민주당 비대위원장은 “윤석열 대통령은 많은 흠결과 문제를 안고 있는 후보를 총리로 제안해놓고 협치가 아니라며 국회를 협박하고 있다”며 “그럼에도 민주당은 무엇보다 국민을 우선해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주당 의원들의 여론은 한 후보자가 부적절하다는 방향으로 쏠렸다. 한 원내지도부 관계자는 “지난 19일 원내지도부가 의원 167명 전원의 의견을 조사했는데, 응답자의 약 70%가 (한 후보자에 대해)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나타냈다”며 “노무현 정부 시절 국무총리 퇴임 후 재산 축적 과정, 김앤장에서 고문으로 활동하며 사실상 대정부 로비스트로 활약했다는 의혹을 문제 삼는 의원이 다수”라고 전했다.

이날 의총에서도 다수의 의원이 부적격 의견을 내세웠다. 한 후보자 인사청문특별위원회 간사인 강병원 의원은 “인준한다고 해서 국민이 민주당을 더 지지하겠느냐”며 “지지층에 혼란만 줄 뿐”이라고 했다. 이상민 의원도 “오히려 인준해 줬을 경우 지방선거에 악영향이 있을 것”이라며 “야당이 속수무책으로 무기력하게 인준해 주는 것에 대한 국민적 반감도 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부 의원은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적 상황을 고려해 인준에 참여할 것을 요청했다. 한 재선 의원은 “한 후보자 인준을 부결시킨다고 지지층이 결집해 지방선거에 긍정적으로 기여한다는 보장이 어딨나”며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으로 당 지지율이 하락세에 접어든 시점에서 추가적 악재를 자초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민주당 의원을 설득하기 위한 총력전에 나섰다. 인사청문 특위 소속 의원인 성일종 정책위의장과 김미애·전주혜 의원 등은 이날 민주당 의원들에게 편지를 보내 “윤석열 정부가 정상적으로 출범할 수 있도록 협조해 줄 것을 간곡히 부탁한다”며 “본회의에서 양심에 따라 표결에 임해달라”고 부탁했다.

한 후보자도 직접 민주당 의원들에게 전화를 돌리며 자신이 균형감각을 갖춘 협치형 총리가 될 것을 약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野 지도부, 자율투표로 인준 협조할 듯
부정적인 당내 여론에도 민주당 지도부는 자율투표를 통해 한 후보자 인준에 협조하는 방안을 고려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격렬한 찬반 여론을 고려해 별도의 당론을 정하지 않고 인준안 표결에 의원들이 자유롭게 참여하는 방식이다. 이 경우 한 후보자 인준안은 가결이 유력하다. 19일 기준 국회 재적 의원 292명 전원이 본회의에 참석할 때 한 후보자는 147명의 의원으로부터 찬성표를 받아야 한다. 국민의힘의 의석수는 109석으로, 민주당 및 무소속·비교섭단체 소속 의원 가운데 38명이 찬성하면 인준받을 수 있다.

이재명 민주당 총괄선대위원장과 송영길 서울시장 후보를 비롯한 6·1 지방선거 및 보궐선거의 주요 후보들이 한 후보자 인준에 찬성한 점도 지도부에 영향을 미쳤다. 이 위원장은 19일 한 후보자 인준에 대해 “적격이냐 아니냐는 저울에서 첫 출발하는, 첫 진용 구성이라는 측면도 조금은 고려해주자”고 호소했다. 송 후보도 같은 날 이 위원장의 의견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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