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랐을 때 팔고 사업 키우자” 5년새 10大 증권사 절반이 사옥 처분

입력 2022-05-24 08:34   수정 2022-05-25 10:03

이 기사는 05월 24일 08:34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1. 신한금융투자는 최근 서울 여의도 본사 사옥을 매각키로 결정하고 지난 11일 우선협상대상자로 이지스자산운용·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컨소시엄을 선정했다.

#2. 유안타증권은 지난 2일 완료한 NH-아문디자산운용의 을지로 유안타증권 빌딩의 매각 과정에서 우선매수권의 행사를 포기했다. 본사 건물의 소유 대신 차입을 선택했다.

#3. 하나금융투자는 지난 3월 28일 사옥을 소유한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의 상장을 완료했다. 리츠 소유 지분은 19%에서 9%로 희석됐다.


금융시장과 부동산 가치에 밝은 증권사들이 잇따라 부동산 익스포져(위험노출)를 축소하고 셋방살이를 선택해 눈길을 끌고 있다. 최근 수년간 오피스빌딩 가격이 치솟자 사옥을 처분한 뒤 남은 돈을 영업용 재원으로 투입하고 있다. 국내 자기자본 8위(개별재무제표 기준 약 5조원) 증권사인 신한금융투자까지 임차인으로 전환하면, 10대 증권사 중 한국투자증권 등·키움증권·대신증권 3곳만 사옥을 소유하게 된다.

◆“건물 팔아 IB 사업 확대”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신한금융투자는 올해까지 28년 동안 소유했던 신한금융투자 타워의 매각을 추진 중이다. 피흡수합병으로 소멸한 쌍용투자증권 시절인 1995부터 소유하고 사용해온 건물이다. 쌍용증권은 1999년 굿모닝증권, 2002년 굿모닝신한증권에 이어 지금의 신한금융투자로 상호를 변경했다.

치솟은 오피스빌딩 가격이 매각 결정의 주요 배경 중 하나라고 부동산금융업계는 분석한다. 신한금융투자 타워 매각대금은 약 6400억원으로 알려졌다. 신한금융투자는 장부가 대비 약 4000억원의 매각 차익을 남길 전망이다. 유입 현금은 영업용 자본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사옥 매각에 따른 자본 확충을 통해 기업금융(IB), 자기자본투자(PI)에서 새로운 수익 기회를 찾을 것”이라며 “신사업 추진에도 활용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NH·KB·메리츠도 처분

신한금융투자가 사옥 매각을 완료하면 10대 증권사 중 자사 건물을 쓰는 곳은 자기자본 3위 한국투자증권, 9위 키움증권, 10위 대신증권만 남는다. 주택과 오피스빌딩 가격이 본격적으로 상승하기 시작한 2017년 이후로만 10대 증권사 중 3곳이 사옥을 매각하고 2곳은 우선매수권 행사를 포기했기 때문이다.

가장 최근 매각 사례는 NH투자증권이다. 작년 말 현재 자기자본 2위(약 6조5000억원)인 NH투자증권은 2019년 여의도 사옥을 마스턴투자운용에 2549억원을 받고 매각했다. 이후 작년 신축 건물인 여의도 파크원 빌딩에 입주했다. 자기자본 7위(5조1000억원) 메리츠증권은 2018년 여의도 제1 사옥과 제2 사옥을 한꺼번에 처분했다. 이후 2019년 여의도 IFC에 입주했다. 5위(5조5000억원) KB증권은 2018년에 현대증권 시절 보유했던 여의도 사옥을 팔고 한국교직원공제회 소유 더케이타워로 들어갔다. 하나금융투자는 2015년 여의도 하나금융투자 빌딩을 부동산투자회사(현 코람코더원리츠)에 넘긴 뒤 2020년 우선매수권 행사 시점을 맞았으나 재매입을 포기했다.

국내 최대 9조6000억원의 자기자본을 자랑하는 미래에셋증권과 4위(5조9000억원) 삼성증권은 일찍부터 임차인으로 생활해왔다. 미래에셋증권은 2011년 여의도에서 미래에셋자산운용 펀드가 소유한 수하동 센터원빌딩으로 이전했다. 서초동 건물을 쓰는 삼성증권은 1992년 삼성그룹 편입 직후 국제빌딩 시절부터 건물을 빌려 썼다.

◆가격부담에 매입도 꺼려

오피스빌딩 가격 상승세가 지속될 경우 새로 사옥을 매입하는 사례는 더욱더 보기 어려워질 전망이다. 유안타증권 관계자는 최근 을지로 사옥의 우선매수권 포기 배경과 관련 “상업용 빌딩 가격이 너무 급격히 올라 매입보다는 임차를 지속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의도 대표 오피스빌딩 중 하나인 IFC는 최근 미래에셋자산운용을 대상으로 약 4조1000억원 수준의 가격에 매각을 추진 중이다. 2016년 2조5500억원에 거래된 뒤 60%나 올랐다. 한 부동산 전문 자산운용사 임원은 “오피스빌딩 가격이 계속해서 오르다 보니, 수년 전 서둘러 판 쪽에선 아쉬워하는 모양새가 됐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증권사 간 자기자본 경쟁으로 소유 부동산을 처분하는 증권사가 더 나올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한 증권사 IB 부문 대표는 “증권사들이 상대적으로 고위험 고수익인 IB 투자를 늘리면서, 낮은 임대료 수익을 얻으려 자본을 부동산에 묶어두는 데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코람코자산신탁에 따르면 지난 5년 간 여의도에서 팔린 핵심(프라임급) 오피스빌딩에 투자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연간 임대료수익률(캡레이트 기준)은 대부분 4~5%대 수준이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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