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호주까지 퍼진 원숭이두창…HK이노엔, 백신 개발 나섰다

입력 2022-05-23 17:16   수정 2022-05-24 00:53

국산 천연두 백신을 생산하는 HK이노엔이 이 백신을 원숭이두창 예방 용도로 허가받기 위한 절차에 돌입했다. 유럽과 미국에서 원숭이두창 환자가 증가하면서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기존 천연두 백신으로도 원숭이두창을 85% 정도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했다.
HK이노엔, 임상시험 설계 돌입
HK이노엔은 정부에 납품하고 있는 천연두 백신이 원숭이두창에도 효과가 있는지 확인하기 위한 임상시험 설계 절차에 돌입했다고 23일 밝혔다. 기존 천연두 백신의 적응증 확대에 나선 것이다.

원숭이두창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는 천연두 원인인 두창바이러스(variola virus)와 비슷한 것으로 알려졌다. 각국 보건당국이 천연두 백신으로도 원숭이두창을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다고 판단한 이유다. 앞서 덴마크 제약사 바바리안노르딕도 2019년 미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천연두 백신 ‘진네오스’를 허가받으면서 원숭이두창 예방 용도로도 사용하도록 승인받았다.

질병관리청은 화학전 등에 대비해 천연두 백신 3502만 명분을 비축하고 있다. 2003년부터 자급화에 나선 결과다. HK이노엔(옛 CJ제일제당)이 해당 사업에 참여해 2009년부터 세포 배양 방식의 백신을 정부에 독점 공급하고 있다. 2003년 당시 백신 1도즈당 입찰가격은 2160원이었다. HK이노엔은 독성을 줄여 고령층이 쉽게 맞을 수 있는 3세대 백신도 개발하고 있다. 동물실험 단계로, 사람 대상 임상시험용 의약품을 준비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천연두 백신 생산량을 확대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라며 “해외에서 백신 수요가 늘면 HK이노엔이 수출용 백신 생산체제로 전환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국산 치료제는 개발되지 않았다. 다만 파미셀이 미국 바이오기업 키메릭스의 천연두 치료제 ‘템벡사’ 원료의약품을 납품하고 있다. 이 약은 지난해 FDA로부터 시판 허가를 받았다. 파미셀 관계자는 “템벡사의 핵심 중간체인 HDP-토실레이트를 독점 공급하고 있다”며 “수요가 늘면서 매출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유럽·미국 등에서 환자 급증
HK이노엔이 천연두 백신의 적응증 확대에 나선 것은 유럽과 미국 등에서 원숭이두창 환자가 급증하고 있어서다. 원숭이두창 다국가연구팀에 따르면 미주와 유럽, 중동 등 14개국에서 107명이 원숭이두창에 감염됐다. 중앙아프리카와 서아프리카에서 풍토병으로 유행하던 원숭이두창 환자가 유럽과 미국 등 다른 대륙에서 확산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원숭이두창에 감염되면 발진 발열 두통 근육통 등을 호소한다. 치사율은 1~10% 정도다. 최근 서구 국가에서 유행하는 바이러스는 치사율이 1% 정도인 서아프리카 바이러스형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콩고에서 원숭이두창의 감염 재생산지수는 1을 넘지 않았다. 전파력이 높지 않았다는 의미다. 국내외 전문가들이 코로나19 같은 팬데믹으로 번질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하는 이유다. 다만 잠복기가 3주로 길어 감염자 관리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환자가 늘면서 미국 나스닥시장에서 천연두 백신과 치료제 개발 기업 몸값은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지난 19일 FDA로부터 정맥주사용 천연두 치료제 시판 허가를 받은 시가테크놀로지는 20일까지 이틀간 주가가 74% 급등했다. 템벡사 독점 판매권을 매입한 이머전트바이오솔루션도 19일 이후 이틀간 주가가 22.6% 상승했다. 바이오기업 지오백스는 20일 하루 동안 주가가 90.2% 치솟았다. 천연두 백신 개발에 나선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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