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빼앗길까 노심초사…현대차 美 투자 '막전막후'

입력 2022-05-24 21:00   수정 2022-05-25 09:45


지난 2월 어느 날 저녁, 미국 남동부 조지아주의 항구도시 서배너(Savannah)의 JW메리어트 호텔.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주지사와 보좌진들은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미국 전기차 공장 후보지 실사를 하루 앞두고 부지 인근에 호텔을 잡은 채 초조하게 대기 중이었다.

앞에는 맥주와 피자가 있었고 켐프 주지사는 정 회장에게 어떻게 만족할 만한 제안을 내놓을지에 대해 보좌진과 회의를 몇 시간째 거듭했다.

23일(현지시간) 조지아주 유력 지역언론인 애틀랜타저널컨스티튜션(AJC)는 소식통들을 인용해 조지아주가 어떻게 현대차그룹의 미국 내 첫 번째 공장을 유치했는지 '막전막후' 상황을 보도했다.

팻 윌슨 조지아주 경제개발국장에 따르면 조지아주와 현대차그룹 간 전기차 전용 공장 유치 논의는 지난해 12월 시작됐다. 주정부 고위관리 몇 명만이 협상 상대방이 현대차라는 것을 알 정도로 유치 과정은 비밀스럽게 진행됐다고 했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내 첫 번째 전기차 전용 공장 후보지로 조지아주 외에도 테네시, 버지니아, 노스캐롤라이나, 사우스캐롤라이나 등을 검토한 것으로 현지 언론은 보도했다.

조지아주는 다른 주들과의 경쟁에서 유치에 성공하기 위해 현대차에 오래 전부터 각별한 공을 들였다. 켐프 주지사는 기아가 조지아주에 공장을 건립한 것을 계기로 정 회장과 인연을 이어왔다. 켐프 주지사는 2019년 취임 직후 첫 해외 순방지로 한국을 택했다. 당시 하루를 꼬박 투자해 기아 테스트 트랙을 둘러보고 정 회장과 서울 시내가 내려다보이는 고급 레스토랑에서 식사도 했다.

2019년 기아 공장 양산 10주년 행사에서도 켐프 주지사는 정 회장에게 조지아주 국회의사당 부지에 있던 나무로 만든 '샤퀴테리 보드'(치즈, 빵, 과일, 절임고기 등을 올려놓는 도마접시)에 조지아 인장을 찍어 선물로 건넸다. 정 회장이 2020년 그룹 회장이 됐을 때는 바로 축하 편지를 보냈다.

주정부 공무원들도 노력을 쏟았다. 팻 윌슨 조지아주 경제개발국장은 최근 몇 년 간 한국을 10여차례 방문했는데 그때마다 현대차 경영진을 만났다. 현대차 임직원이 조지아주 서배너를 찾을 때는 매번 윌슨 국장이 친절하게 안내하기도 했다고.

조지아주의 이런 절실함은 2006년 기아차 공장 유치 이후 최근까지 해외 기업 유치에 몇 차례 고배를 든 전례가 있어서다. 가장 뼈아팠던 것은 2015년 볼보 공장을 막판에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 빼앗긴 것이었다.


조지아주의 구애 끝에 지난달 현대차는 투자의향서를 조지아주에 제출해 사실상 부지 선정 작업을 마무리했다. 당시 켐프 주지사와 보좌진들은 한데 모여 이를 자축했고, 트레이 킬패트릭 주지사 비서실장의 입에서 자신도 모르게 '대박(boom)'이라는 말이 나왔다고 한다.

현대차그룹과 조지아주는 사전 조율을 거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방한 중이던 지난 21일 6조3000억원을 들여 전기차 전용 공장과 배터리셀 공장 등 전기차 생산 거점을 신설하기로 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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