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콘 특례 1호' 보로노이, 공모 흥행 '반전 드라마' 주인공 될까

입력 2022-05-25 16:59  

이 기사는 05월 25일 16:59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약물 설계 전문기업 보로노이가 IPO 재도전에 나선다. 지난 3월 첫 IPO 수요예측에서 시장 눈높이를 확인한 뒤 공모 물량을 줄이고 공모가도 낮춰 다시 시장의 평가를 받는다.

한때 1조원이 훌쩍 넘는 기업가치를 인정받기도 했지만, 이번엔 절반에 가까운 5000억원대 기업가치를 내세웠다. 그동안 보로노이의 성장성에 투자했던 재무적 투자자(FI)들도 당장의 투자금 회수를 포기하고 보로노이의 상장 의지에 힘을 실어줬다.

다만 최근 공모주 시장이 얼어붙은 만큼 흥행 여부는 미지수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보로노이에 앞서 재상장에 도전했던 대명에너지 역시 몸값을 절반 가까이 낮췄지만 두 번째 도전에서도 만족스러운 성적표를 받지 못했다.
약 2개월 만에 증시 입성 다시 노크
보로노이는 오는 6월 8~9일 양일간 기관투자가 대상 수요예측을 진행해 공모가를 확정한다. 14~15일 청약을 거쳐 6월 말 코스닥 시장에 상장할 예정이다.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이 공동 대표 주관업무를 맡았다..

이번이 두 번째 도전이다. 앞서 보로노이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 발발로 글로벌 불확실성이 고조됐던 지난 3월 14~15일 기관 대상 수요예측을 진행했지만, 흥행에 실패하자 상장 절차를 중단한 바 있다.

보로노이는 국내 1호 유니콘 특례 상장(우수기업 특례상장)기업으로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유니콘 특례 상장은 비상장사 중 기업가치가 높은 우량 기술기업 등에 대해 기술평가 절차를 간소화해주는 제도다.

적자 기업이라도 상장 이후 5000억원 이상의 시가총액을 넘길 수 있는 기업이라면 한 곳의 평가기관에서만 A등급을 받은 뒤 상장 절차를 밟을 수 있다. 가장 많이 활용되는 기술 특례 상장의 경우 평가 기관 두 곳에서 각각 A등급과 BBB 등급 이상을 받아야 한다.

보로노이는 2개월 만에 IPO 재도전에 나서면서 희망 공모가격을 기존 5만~6만5000원에서 4만~4만6000원으로 약 30% 낮췄다. 공모 주식 수도 신주 200만주에서 130만주로 줄였다. 이에 따라 총공모금액은 1000억~1300억원에서 520억~598억원으로 절반가량 감소했다. 상장 이후 예상 시가총액은 5056억~5814억원이다.

유니콘 특례 상장을 추진할 수 있는 마지노선이 시가총액 5000억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보로노이 입장에선 양보할 수 있는 최대한까지 물러나면서 상장 의지를 피력했다는 평가다.

공모 구조도 더욱 주주 친화적으로 바꿨다. 이전 도전과 달리 기존 주주 대다수가 보호예수에 참여했다. 이에 상장 직후 유통할 수 있는 주식 수는 476만3046주(35.72%)에서 323만5562주(25.60%)로 감소했다. 상장 이후 불거질 수 있는 오버행(대규모 매각 대기 물량) 우려를 잠재우기 위한 결정이다.
기술이전 실적 차곡차곡 쌓아온 ‘유니콘’
보로노이는 한때 장외 주식시장에서 기업가치 1조원 이상으로 평가받기도 했던 기업이다. 국내외에서 일부 신약 개발의 기술 경쟁력을 인정받으면서 기업가치가 높아졌다.

2015년 설립된 보로노이는 세포 안팎에서 신호를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단백질인 인산화효소에 결합해 특정 기능을 억제하는 키나아제(Kinase) 표적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질병의 원인이 되는 인산화효소에만 선택적으로 결합해 병을 치료하는 물질이다.

보로노이는 IPO 예정 기업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기술이전 실적을 보유한 회사다. 바이오기업임에도 유니콘 특례 상장을 활용할 수 있었던 이유다.

2020년부터 해외 3건, 국내 1건 등 총 4건의 기술이전에 성공했다. 2020년 10월 미국 오릭 파마슈티컬스에 비소세포폐암 치료제를 기술 수출했다. 2021년 8월 미국 브리켈 바이오테크에 자가면역질환 및 퇴행성 뇌 질환 치료제를 기술을 이전했으며 2021년 11월 미국 피라미드 바이오사이언스에도 고형암 치료제를 기술 수출했다.

기술수출 규모는 총 17억9050억 달러(약 2조1000억원)다. 이 밖에 계약 규모는 비공개지만 국내 제약사 HK이노엔과 2021년 1월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보로노이는 자체 AI(인공지능) 플랫폼인 보노로믹스(VORONOMICS®)를 구축해 연구개발에 활용하고 있다. 실험실과 인공지능을 결합해 연구 효율성을 높여 타깃 선정에서 최종 후보물질까지 소요되는 개발기간을 업계 통상의 3분의 1 수준인 1~1.5년으로 단축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이런 연구개발 역량을 바탕으로 보로노이는 현재 비소세포폐암과 유방암,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퇴행성 뇌 질환 분야 등 11개의 신약후보물질(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기술이전이 유망한 신약후보물질을 독자 개발해 전임상~임상 1, 2상에서 기술을 이전하는 사업모델을 갖고 있다.

여러 건의 기술수출 이후 기업 인지도도 높아졌다. 글로벌 제약·바이오 회사로부터 기술이전을 전제로 원하는 물질을 설계해달라는 의뢰가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몸값 낮춘 보로노이, IPO에 '사활' 걸었다
보로노이의 이번 재도전이 주목받는 이유는 지난해 8월 프리 IPO 투자를 유치할 당시 인정받았던 기업가치보다 낮은 몸값을 제시해서다. 보로노이는 지난해 8월 VTI파트너스와 DS자산운용으로부터 각각 200억원과 50억원씩 총 250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당시 기업가치는 약 7000억원이었다.

통상 프리 IPO 단계보다 IPO 단계에서 몸값이 상승하지만, 최근 시장 상황이 악화한 만큼 최대한 보수적으로 기업가치를 산정한 결과라는 설명이다. 최근 대명에너지와 청담글로벌 등도 보로노이와 비슷하게 몸값을 절반 가까이 줄이면서 상장 의지를 보였지만, 적어도 기존에 시장에서 인정받았던 기업가치보다는 높은 수준이었다.

이 과정에서 이전 시리즈 투자에 참여한 재무적 투자자들은 손실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기존 주주의 보호예수 비중이 높아진 이유와도 무관하지 않다. 보로노이가 이번 IPO로 연구개발 자금을 확보하지 못하면 투자금 회수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현실적 판단이다. 보로노이는 이번 IPO 도전 이전에 기술 특례 상장을 꾀했으나 기술성 평가에서 두 차례 실패한 전력이 있다.

보로노이는 올해 3월 말 기준 완전 자본잠식 상태다. 신약 연구개발에 자금 소요가 이뤄지면서 누적 결손금이 1000억원을 넘어섰다. 보로노이는 기술이전에 따른 마일스톤이 본격적으로 유입되는 2024년까지 매년 적자를 볼 것으로 전망했다. 그때까지 연구개발에 필요한 자금을 이번 IPO를 통해 조달해야 한다.

최근 SK쉴더스와 원스토어 등 대어급 IPO 기업이 수요예측 흥행 실패로 상장을 철회하면서 국내 공모주 시장은 '옥석 가리기'가 한창이다. 특히 적자 기업에 대한 투자 심리가 얼어붙으면서 연구개발에 상당한 시간과 자금이 필요한 바이오테크 기업에 대한 관심도 예전에 비해 크지 않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다만 드물게 등장하는 대어급 바이오테크 기업의 IPO인 만큼 분위기 반전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특히 공모주 시장이 좋을 때도 상장 당시 기업가치가 5000억원을 웃도는 경우는 드물었다. 지난해 상장한 바이오테크 기업 중 툴젠만이 유일하게 상장 기업가치 5497억원으로 5000억원을 웃도는 몸값을 인정받았다.

보로노이가 유니콘 특례 상장 제도를 활용해 상장하는 첫 사례인 만큼 향후 해당 제도를 활용하려는 계획을 가진 예비 IPO 기업과 주관사의 관심도 적지 않다.

IB 업계 관계자는 "최근 투자자들이 적자 기업에 대해 큰 관심을 두고 있지 않지만, 과거 SK바이오팜이 그랬듯 단 한 건의 IPO 성적표에 따라 시장 분위기기가 좌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석철 기자 dolso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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