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최서은의 중심, 그 찬연한 균형 앞에서

입력 2022-05-25 14:59   수정 2022-05-25 15:02

새로운 출발점에 맞닿을 최서은의 아성, 너의 청춘에 적당함은 없기를.


[박찬 기자] 평범한 삶을 뒤로 하고 또 다른 세계 앞에 나설 때, 불안과 두려움은 온몸으로 찾아온다. 그 한낮의 그림자에 지쳐 흔들리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새로이 구축된 세계관 앞에서 다시 한번 호흡을 되뇌는 이들도 존재한다.

그가운데 ‘2021 미스코리아 선발대회’에서 영예의 ‘진(眞)’을 수상한 최서은은 후자에 가까웠다. 연기자라는 새로운 도약을 앞두며 자신에게 다가선 두려움, 불안 모두 출발점으로 끌어안은 이 시점. 그런 그가 새로워진 세상을 이해하고 순항하는 방식이 문득 궁금해졌다.

“돌이켜보자면 평범한 행복을 추구하는 편이에요. 가끔씩 맛있는 음식을 사 먹거나, 나한테 가까운 사람들에게 선물하는 것에 큰 행복감과 성취감을 느껴요”

대다수의 사람들이 미스코리아가 된 이후 화려한 삶을 영위할 거라고 느끼겠지만 실상은 전혀 다르다. 내가 본 그는 여전히 한강에 놀러 가 생각에 빠지는 것을 좋아하고, 인기에 도취되지 않으며, 여전히 행복을 쟁취하는 데 있어 고민이 많은 듯 했다. 자기 자신만의 조용한 상승 곡선을 따라서, 투명한 듯 찬란한 모습으로.

Q. 화보 촬영을 진행한 소감

“bnt가 워낙 유명한 화보 촬영 매체인 만큼, 관련 일정이 잡힌 이후부터 줄곧 설레는 마음이었다. 나와 어울릴만한 내추럴 무드로 쭉 진행해주신 것만 같아서 편했다. 마지막에 강한 레드립을 활용한 콘셉트도 정말 마음에 들었고(웃음)” 

Q. 모델로 활동한 이력이 있다고. 그래서인지 몰라도 훨씬 수월하게 진행된 것 같다 

“서울패션위크에도 서고, 브랜드 룩북 화보 촬영에도 참여해본 적 있다. 비록 짧은 기간이었지만 내 끼를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잘 맞는 일이라고 느꼈다. 표정 연기나 포즈를 취하는 방식도 재밌었고”

Q. 연기자로 거듭나기 위해 한창 공부 중이라고 들었는데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모르겠지만 꾸준히 연기를 공부하며 내 ‘평생 직업’으로 삼고 싶은 마음이다. 미스코리아 대회에 나가 수상했다고 해서 이 분야의 깊이와 가치를 가볍게 느낀 건 물론 절대 아니다. 그리고 또 하나 목표가 있다면 전공이 미술 쪽인 만큼, 언젠가는 작가로서 작품 전시나 기획 쪽에도 관심을 갖고 임해보고 싶다”

Q. 그런 꿈은 한국에서부터 갖고 있었나

“미국에 유학하다 보니 학생으로서 공부에 전념해야 했지만, 언제나 마음 한 켠에는 어렸을 때 꿈꿨던 엔터테이너의 열망이 컸다. 학교를 졸업한 뒤 한국에 귀국한 이후로는 연기 공부에 대해서 더 확실히 공부하고 있다. 아무래도 남들보다 (연기에) 입문하는 나이가 조금 늦었다고 생각한다”

Q. 가족들의 반응은 어떤 편인지

“다행스럽게도 어렸을 때부터 내가 하는 것, 하고싶어하는 것에 대해서는 응원을 많이 해주신다”

Q. 뉴욕에 위치한 미술 사립대학 프랫인스티튜트(Pratt Institute)를 졸업했다. 미국의 대학교는 과제량이 엄청나다고 하더라

“학교들마다 다른 것 같긴 한데 우리 학교 같은 경우에는 교양 과목이 굉장히 많았다. 그래서 시험 기간이 다가오면 오히려 리포트나 리서치하는 과제가 더 많았다. 당시에는 미술 실기 과제가 많지 않아서 불만도 있었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나서 돌이켜 보니 (그런 과제들이) 그림 그리는 활동만큼이나 중요한 요소더라”

“한동안 학업에 매진한 이후에는 휴학을 신청하고 나를 위한 일탈에 도전했다. 그런 것들 있지 않나. 해보고 싶었지만 학교 생활 때문에 도전하지 못했던, 전공을 떠나서 내가 오로지 원하던 꿈. 모델 활동도 그때 처음 시작했다. 1년의 시간 동안 내 가능성에 대해 시험해보기로 한 거다. 그 1년은 앞으로의 꿈을 위해, 나 자신의 시작점을 위해 기꺼이 투자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Q. 순수 미술을 택하게 된 계기가 궁금한데

“대부분 순수 미술을 한다고 하면 작가를 꿈꾼다고 생각하지 않나. 내가 처음에 순수 미술을 선택하게 된 계기는 그것이 미적인 감각을 키우는, 가장 본질적인 학문이었기 때문이다. 이 학문을 접하게 되면 예술에 대한 개념을 확립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작가도 작가지만, 전시 쪽을 기획하고 연출하는 요소에 특히나 관심이 많다”


Q. 열네 살 때 혼자서 미국으로 건너가 학교 생활을 시작했다고. 외동딸이지만 독립적인 성향이 눈에 띈다

“그렇다. 처음 나를 만나는 분들은 대부분 동생 있을 것 같다는 말씀을 많이 해주신다. 유학하면서 대부분의 활동을 독자적으로 가져야했기 때문에 그런 성향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 난 개인적으로 이런 독립적인 성향 또한 내 강점이라고 생각한다. 홈스테이했던 과거 생활을 바탕으로 처음 만나는 이들과도 어색하지 않게 대화를 이끌어나가는 편이다”

Q. 그때 넓힌 시야가 지금의 최서은을 만든 것 같다. 적응하는 과정에서 힘든 부분은 없었나

“나름 우여곡절이 컸다. 모범적인 학교생활을 했기 때문에 거의 집에만 있었는데, 함께 지내는 홈스테이 가족분들이나 학생들과 트러블이 생길 때마다 정말 힘들었던 기억이 있다. 그 부분에서 어린 나이에 상처받았던 적도 있고”

Q. 어찌 보면 청소년기를 미국에서 대부분 보냈기 때문에 한국인보다 미국인 친구들이 많을 듯한데

“사실 그렇진 않다. 왜냐면 청소년기 중간 중간 한국에 들어온 적도 있고, 초등학교 동창 친구들과도 자주 연락하는 편이다. 미국 친구들과 한국 친구들 비율이 거의 반반이다”

Q. 800대 1의 경쟁률을 이겨내고 ‘2021 미스코리아 선발대회’ 영예의 ‘진(眞)’을 달성했다. 어느 한 곳의 대회에 나가 1위를 달성한다는 것, 어떤 기분일지 궁금했다

“삶에 있어서 목표를 어떻게 설정하느냐가 정말 중요한 요소더라. 물론 누구나 최고가 되기를 선망하겠지만, 너무 큰 욕심을 갖게 될 때 그 불안감은 결국 불리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그래서 궁극적인 목표보다 조금 더 가까운 목표들, 세세하고 일상적인 목표들을 꾸려나가는 게 훨씬 중요하다고 느낀다. 난 대회 과정에서 남들과 경쟁한다는 마음보다는, 내가 해내야 하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렇게 다른 곳을 보지 않고 내 목표만을 갈고 닦았고, 이러한 노력이 긍정적 상황과 맞물려 ‘진’을 달성했다고 생각한다. 만약 내가 남들과 나 자신을 비교하고 시기하는 데에만 집중했다면 결코 좋은 결과물을 얻지 못했을듯 싶다” 

“아울러 ‘진’에 다다랐다는 것은 다시 돌이켜봐도 정말 특별하고 믿어지지 않는 일이다. 처음 그 결과(‘진’ 발표를 들었을 때)를 들었을 때는 어안이 벙벙했다. 평소 ‘진’이라고 느꼈던 참가 동기들이 각각 ‘선’, ‘미’가 됐다는 소식을 듣고 과연 1위는 누구일까 궁금했는데 내 이름이 불린 거다. 너무 당황했기 때문에 수상 소감도 제대로 준비 못했던 기억이 난다(웃음)”

Q. 그러면 대회 기간 동안 다른 참가자들의 매력에 부러워한 적은 없나

“나도 사람인 만큼 당연히 있지 않겠나(웃음). 하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나 자신의 중심을 찾는 일이었다. 남들과의 비교가 아닌”

Q. 대회 기간 중 식이요법을 비롯한 자기 관리를 갖추는 데 있어서 힘든 시간을 보냈을 것 같은데

“물론 힘들었지만 최대한 다이어트에 강박적으로 이끌리지 않도록 노력했다. 저녁을 조금 먹고 낮에는 한강에서 조깅하고, 가끔씩 개인 PT를 받는 정도. 이번에 영광스럽게도 ‘미스코리아 부산’ 심사에 동행한 적 있는데, 확실히 다이어트를 무리하게 한 참가자들은 생기가 부족한 게 보이더라. 심사를 받던 입장에서 심사를 하는 입장이 되어보니, 체중 조절에 대한 강박관념이 얼굴에 그대로 나온다는 것을 몸소 느꼈다. 그때나 지금이나 다이어트는 가벼운 강도로, 자신을 가꿔주는 형태로만 실시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Q. 미스코리아 대회 이후 달라진 삶의 계기나 가치관이 있다면

“사실 일상이 크게 달라진 건 없지만 이런 인터뷰나 촬영 스케줄로 새로운 경험들에 맞닿지 않나. 그런 부분에 있어서 내가 얼마큼 이 자리와 기대치에 부응을 할 수 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미스코리아는 친근한 면과 트렌디한 면을 겸비하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상징성에 누가 되지 않도록 더욱 노력하게 되는 시점이다”

Q. 심사위원들이 본인의 어떤 모습에 긍정적이었다고 느끼나

“내추럴한 모습. 너무 꾸며낸 얼굴은 보는 사람들에게 결국 인위적으로 표현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정말 감사하게도 심사위원분들이 내가 가진 밝고 긍정적인 면을 좋게 봐주신 것 아닐까 싶다”

Q. 과거 나 자신의 강점에 대해 ‘친화력’이라고 답한 바 있다. 그렇다면 반대로 나에게 아쉬운 부분, 이겨내야 할 부분이 있다면 어떤 것일까 

“밝고 근심 없어 보인다는 말을 많이 들어왔지만, 사실은 나 나름의 잡생각이 많은 편이다. 멍때리는 시간도 길고(웃음). 고민하는 시간에 비해서 행동과 실천이 늦어질 때가 있는데, 이런 부분은 앞으로 꼭 고쳐 나가고 싶은 부분이다”

Q. 요즘 드는 가장 큰 고민

“아무래도 미래에 대한 고민이 크다. 어떤 대상이 되어야 할까에 대한 고민이 아니라, 어떻게 해야 앞으로의 길을 잘 헤쳐 나갈 수 있을까에 대한 그런 고민. 2022년이 내게는 또 다른 시작점 같은 의미이기에 더 어렵게 느껴지는 듯 하다. 작년에 좋은 결과가 있었기 때문에 더 발돋움해야 하는 단계라고 생각한다”

Q. 주변에서 욕심이 많다는 말을 주로 듣는 편인가

“그렇다. 욕심도, 꿈도 많다는 말을 주로 듣는다. 내 꿈이 120살까지 사는 건데, 그 장수하는 기간 동안 천천히 하나하나 다 이뤄나가는 것이 내 목표다(웃음). 그러다 보면 성취감도 더 커질 것 같고”

Q. 그림을 많이 그려온 만큼, 자기 시간 갖는 걸 중요하게 느낄 거라고 짐작했다. 실제로는 어떤 편인지

“아무래도 그런 편이다. 내 MBTI 유형이 ENFP인데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 친화력이 높아지는 반면, 혼자 있을 때는 그 시간을 사랑하고 중요하게 느끼는 경향이 있다. 아무래도 혼자 유학하며 생긴 습관 같다”

Q. 스트레스를 푸는 습관

“가끔씩 혼자 한강에 가 시간을 보내곤 한다. 돗자리 펴고 좋아하는 음악을 듣다 보면 잡생각이 사라지더라. 코인 노래방 가서 1시간 동안 노래 부르는 것도 좋아하고(웃음)”

Q. 연기에 관심이 많아 배우가 되고 싶은 생각도 있다고. 최근 인상 깊게 본 작품은

“최근에 tvN ‘스물다섯 스물하나’를 인상 깊게 봤다. 작중 김태리 배우님이 고등학생인 ‘나희도’ 역으로 나오지 않나. 너무나 자연스러운 연기에 큰 감명을 받았다”

Q. 평소에 선망하는 배우가 또 있다면

“서현진 배우님. tvN ‘또 오해영’을 인생 드라마로 꼽는데, 시간 날 때마다 습관처럼 정주행하곤 한다. 서현진 배우님의 그 깨끗하고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정말 좋아한다”

Q.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가는

“최근에 조효리 작가님의 작품에 빠졌다. 개인적으로 내가 (작품을 마주할 때) 기분이 좋고 묘한 감정이 든다면 그게 ‘작품의 끌림’을 나타낸다고 생각한다. 조효리 작가님의 작품 또한 그러한 끌림을 자연스럽게 내포한다. 보통의 회화를 정의할 때 대부분은 평면을 생각하지만, 그분의 작품은 평면보다는 입체적인 미를 담아내고 있다. 꿈속에서나 나올법한 초현실적인 분위기를 극적으로 그려내시는 분이다”

Q. 행복에 대한 나만의 기준

“나만의 균형을 이루는 것. 그런 균형을 이루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느낀다. 돌이켜보자면 난 평범한 행복을 추구하는 편이다. 가끔씩 맛있는 음식을 사 먹고, 나한테 가까운 사람들에게 선물을 보내는 정도. 값비싼 옷을 사거나 선물을 받을 때보다도, 오히려 내게 가까운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선사할 때 행복감과 성취감을 느끼곤 한다. 작년 대회 또한 그런 의미에서 특히나 행복하게 다가왔던 것 아닐까 싶다. 앞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더 발전된 모습으로, 더 긍정적인 얼굴로 다가설 수 있을 테니까”

에디터: 박찬
포토그래퍼: 천유신
의상: COS
헤어: 에이라빛 희주 실장
메이크업: 에이라빛 지율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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