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586(50대·80년대 학번·60년대생) 정치인의 용퇴론을 언급하자 민주당이 '자중지란(自中之亂)'에 빠졌다. 박 위원장이 지방선거 등 정국에서 판세 뒤집기를 시도하며 꺼내 든 쇄신안에 대한 당내 평가가 극명하게 엇갈리는 모양새다.
박 위원장은 이어 "대선에서 졌는데도, 내로남불도 여전하고, 성폭력 사건도 반복되고, 달라진 것이 없다. 국민이 민주당을 어떻게 보실지 걱정이 됐다"며 "대선 때 2선 후퇴하겠다는 선언이 있었는데, 지금 은퇴를 밝힌 분은 김부겸 전 총리, 김영춘 전 장관, 최재성 전 의원밖에 없다. 선거에 졌다고 약속이 달라질 순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2022년 대한민국의 정치는 586 정치인들이 상상도 하지 못한 격차와 차별, 불평등을 극복하는 것이 목표"라며 "586의 남은 역할은 2030 청년들이 이런 이슈를 해결하고 젊은 민주당을 만들도록 길을 열어주는 것"이라고 했다.
전해철 의원도 가세해 "무슨 말을 해도 좋은데, 지도부와 상의하고 공개 발언을 해라"고 몰아세웠고, 박홍근 원내대표도 "여기가 개인으로 있는 자리가 아니지 않나"라고 비판했다.
박 위원장의 반격도 거셌다. 그는 "봉하마을 다녀와서 느낀 것 없나. 노무현 정신 어디 갔냐"며 "그럼 저를 왜 뽑아서 여기다 앉혀 놓으셨냐"고 응수했다.
윤 위원장은 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저는 당을 대표하는 입장"이라며 "(박 위원장이) 향후 정치적 행보를 시사하는 기자회견을 하는데, 개인 행보에 대해 당이 협의를 해줘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냐"고 거듭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박 위원장의 쇄신 요구를 '자기정치'로 치부한 셈이다.
개딸들은 본인들을 '청산 대상'으로 규정한 박 위원장을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다. 이들이 모인 이 위원장 팬카페 '재명이네 마을'은 박 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글들로 '도배'가 되기도 했다. 이들은 "김건희보다 박지현 얼굴이 더 보기 싫다", "언제까지 박지현의 자폭을 봐야 하는 건가", "당장 끌어내리자" 등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민주당 권리당원 게시판 역시 박 위원장에 대한 비판으로 홍수를 이뤘다. 당원들 또한 박 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이들은 "도대체 뭐 하는 짓인가", "선거 며칠 안 남았는데 자꾸 내부 문제를 키우냐" 등의 글을 적었다.
양이원영 의원도 전날 "박 위원장에 대한 비판은 이해는 하지만, 한편으로는 우리의 선택이었고 그녀의 판단과 생각을 중심으로 그 역할을 제대로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그녀가 우리 당을 선택해준 것이 너무나 고맙다. 수많은 한계에도 불구하고 그녀에게 주어진 권한과 역할을 최대한 발휘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더 고맙다"고 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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