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은행이 26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린 연 1.75%로 결정했다. 치솟는 물가를 잡아야 한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은이 두 달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한 것은 지난 2007년 이후 15년 만이다. 이에 따라 대출 이자 부담도 3조원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금통위는 이날 서울 태평로 한은 본관에서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열고 현재 연 1.5%인 기준금리를 연 1.7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금통위는 지난 4월에도 기준금리를 올렸다. 두 달 연속 기준금리가 인상된 것은 2007년 7월과 8월에 이어 14년 9개월 만에 처음일 정도로 이례적이다.
금통위가 기준금리 연속 인상을 단행한 것은 최근 물가상승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4월 소비자 물가는 국제 에너지 가격 급등과 우크라이나 사태 등에 다른 공급망 차질, 자연재해 등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4.8% 급등했다. 이는 2008년 10월(4.8%) 이후 13년 6개월 만에 최고 기록이다.
경제 주체의 향후 1년 간 물가에 대한 전망이 반영된 기대인플레이션율도 이달 3.3%로, 2012년(3.3%) 이후 9년 7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당초 한은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1%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지난달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8%를 기록하는 등 물가가 고공 행진하고 있다. 여기에 3월 이후 코로나19 관련 거리두기 해제에 따른 '보복소비' 수요 증가, 추가경정예산 집행 효과 등도 고려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달 22년 만에 처음으로 빅스텝(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인상)을 단행한 미국이 추가 빅스텝을 예고한 것도 기준금리 인상에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향후 한·미 간 기준금리 역전 가능성도 제기되면서다. 이날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한국(연 1.75%)과 미국(상단 기준 연 1.0%)의 기준금리 격차는 0.5%포인트에서 0.75%포인트로 다시 벌어졌다.
앞서 한은은 작년 9월 기준 가계대출 잔액을 기준으로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오르면 가계의 연간 이자 부담은 2020년 말과 비교해 3조2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분석했다. 지난달에 이어 이달까지 초 0.5%포인트 기준금리가 오른 걸 고려하면 한 달 사이 가계의 이자 부담은 6조4000억원 늘어났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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