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입김 강한 한국과 아시아, 인플레이션 전쟁서 선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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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2-05-26 14:20   수정 2022-05-26 14:29

"정부 입김 강한 한국과 아시아, 인플레이션 전쟁서 선방"

정부가 상대적으로 시장에 개입하는 강도가 센 아시아 국가들이 서방 국가들보다 인플레이션(지속적 물가상승)에 수월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인플레이션 요인을 직접적으로 통제하는 방식으로 물가 안정을 이뤄냈다는 평가가 잇따른다.

24일(현지시간) 로이터는 세계 각국이 인플레이션과 전쟁을 벌이는 가운데 아시아 국가들이 선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아시아 각국 당국이 물가 상승 요인을 선택적으로 통제하는 정책을 펼쳐온 덕에 인플레이션 압력이 상대적으로 줄었다는 분석이다. 물가 인상 속도가 늦춰진만큼 중앙은행이 금리 인상 시기를 조절할 여력이 증대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핀셋 통제 덕에 물가 상승 잡은 아시아
로이터가 대표사례로 든 국가는 인도네시아다. 인도네시아는 지난달 28일 팜유 수출 금지령을 선포했다가 지난 19일 해제를 발표했다. 동시에 자국 내 에너지 가격 상승을 막으려 240억 달러(약 30조원) 규모의 보조금을 지원해줬다.

인도네시아뿐 아니라 말레이시아와 인도도 수출금지령을 속속 선포했다. 인도는 물가를 잡으려 밀과 닭 수출을 통제하는 중이다. 로이터는 “인도네시아를 비롯해 동남아 각국의 소비자 물가가 상승했지만, 물가상승률을 살펴보면 인도를 제외하고선 대부분 4%대에 머물렀다”고 설명했다.

말레이시아는 다음 달부터 물가가 안정될 때까지 매달 360만 마리의 닭 수출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밥상 물가를 조절하기 위한 조치였다. 동시에 정부 지원금도 늘렸다. 가레스 레더 캐피털이코노믹스의 수석분석가는 “말레이시아 중유와 운송 보조금이 풀리면서 2.3%를 기록한 지난달 물가상승률이 1.5%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로이터는 자원 부국과 상황이 다른 한국도 인플레이션 대처 우등생으로 꼽았다. 정부가 한국전력의 전기요금을 통제해 물가 안정을 도모한다는 것. 상대적으로 저렴한 전기요금 덕에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들의 경쟁력이 하락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로이터는 “전기요금 상승을 막은 덕에 가계의 가처분소득이 늘었다”며 “한국전력의 적자 폭이 늘었지만, 정부가 나서서 방어해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로이터가 꼽은 국가들은 모두 정부가 시장에 개입해 통제한다. 주로 공급자를 제재해 물가를 조절하려는 정책이 대다수다. 소비자에게 비용을 전가하지 않으려는 취지다.
시장에 개입하지 않는 서방국가, 물가 치솟아
아시아와 달리 미국과 영국 등 서방국가들은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지 않는다. 금리와 양적 긴축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영향을 주고 있다. 불어난 비용을 소비자에게 이전해도 막을 방도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비자물가가 치솟자 유통 공룡들 실적이 떨어졌다. 각 업체 주가는 급락했다. 지난 18일 미국의 양대 유통업체인 월마트와 타깃이 ‘어닝 쇼크’에 맞먹는 실적을 기록했다. 이날 발표된 타깃의 주당 순이익(EPS)은 2.19달러로 전망치인 3.07달러를 밑돌았다. 월마트도 올해 순이익 전망치를 1% 하향 조정했다.

주가 하락으로 가계 자산이 줄어들자 경기침체 우려가 거세졌다. 금리 인상을 단행해도 물가를 단기간에 안정시키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중앙은행(Fed)도 한발 물러난 모양새다.

중앙은행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 인사)에서 통화정책을 신중하게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한 것.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연방은행 총재는 지난 24일 “미국 중앙은행은 물가 상승에 대처하려면 더 신중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유럽중앙은행(ECB) 내부에서도 격론이 벌어졌다. 지난 24일 클라스 크노트 네덜란드 중앙은행 총재를 비롯한 매파(통화긴축 선호인사)들은 0.5%포인트 인상을 감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크리스틴 리가르드 ECB 총재를 비롯한 비둘기파는 점진적인 인상을 밀어붙이는 중이다.

로이터는 “점진적이더라도 금리를 올리려 하는 서구 국가와 달리 아시아 국가들은 통화정책 자체를 매우 예민하게 대한다”며 “국가 부채를 늘려서라도 기업과 가계의 부담을 덜려는 의도다”라고 해석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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