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품단가 연동제 속도전…中企에 '부메랑' 되나

입력 2022-05-26 17:25   수정 2022-05-27 01:44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납품단가에 의무 반영하는 ‘납품단가 연동제’ 입법이 속도를 내고 있다. 국민의힘이 이달 내 법안 입법을 예고한 데 이어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5일 ‘대한민국 중소기업인대회’에서 대·중소기업 간 상생협력을 강조했다. 다만 민간 기업 간의 계약으로 결정되는 납품단가에 정부가 인위적으로 개입하는 제도인 만큼 시장 왜곡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여야, 이견 없이 입법 추진
26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이달 안에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을 골자로 한 하도급법 개정안을 발의한다. 표준계약서에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을 의무화하는 게 주된 내용이다. 원자재 가격 상승분 중 어느 수준까지 원청사가 의무 보전해야 할지 등을 두고 세부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도 연동제 도입에 적극적이다. 이는 윤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내세운 주요 공약이기도 하다. 25일 행사에서도 윤 대통령은 “정부 차원에서 공정한 시장 환경을 조성해 기업 간 상생이 이뤄지도록 노력하겠다”며 연동제 도입 의지를 내비쳤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18일 중소기업 단체를 만나 “하반기 중 납품단가 연동제를 시범운영하고, 시장과 기업의 수용성이 높은 연동제 도입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도 연동제 추진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해 11월 김경만 민주당 의원 등 19명은 상생협력법·하도급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원자재 기준가격을 정한 뒤 기준가격이 대통령령으로 정한 비율 이상으로 오르면 추가 비용을 납품대금에 반영하도록 한다는 내용이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4일 중소기업중앙회를 찾아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법과 하도급 거래 공정화법 처리를 위해 발 벗고 나서겠다”고 했다.
“해외 발주 늘어 중기에 부메랑” 우려
납품단가 연동제는 중소기업계 숙원 사업이다. 2008년부터 입법 논의가 있었으나 ‘국가 개입으로 시장 효율성이 왜곡될 수 있다’는 반대에 부딪혀 매번 무산됐다. 하지만 최근 물가 상승과 글로벌 공급망 훼손으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며 논의가 급물살을 타게 됐다. 하도급업체들이 “원자재 가격 인상분이 납품단가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경영 여건이 악화됐다”며 연동제 도입을 강하게 주장하면서다. 지난해 중기중앙회가 시행한 조사에 따르면, 납품단가에 원자재값 상승분이 전부 반영된 사례는 전체 응답자의 13.8%에 그쳤다. 전혀 반영하지 못한 경우는 40.3%에 달했다. 최근 철근·콘크리트업체들은 원청사(시공사)를 상대로 “계약금을 올려달라”며 ‘셧다운(공사 중단)’ 등 단체 행동에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시장에서 결정되는 가격인 납품단가를 법으로 정하게 되면 기업 활동의 효율을 크게 떨어뜨릴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수익 감소는 원청사인 대기업 역시 맞닥뜨린 문제”라며 “대내외 경제 여건이 불확실한 가운데 연동제 도입이 대기업의 수익을 떨어뜨려 투자와 고용을 줄일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유환익 전국경제인연합회 산업본부장은 “수많은 업종과 원재료 중 어느 부분을 연동제 대상에 넣을지 일일이 시행령으로 정하기는 까다롭다”며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불공정 거래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동제가 국내 기업에 한해 적용되는 만큼 중소기업들이 생산하는 소재 및 부품 관련 공급계약이 줄어드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내 대기업이 납품처를 해외로 옮길 유인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송상민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거래정책국장은 “법 개정은 최소화하고 거래 관행이나 계약 내용을 개선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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