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암호화폐 시장에서 ‘테라-루나 사태’가 발생했다는 소식을 들은 적이 있는지요? 이 사건은 암호화폐의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드러냈습니다. 테라와 루나 코인을 합쳐 51조원이나 됐던 시가총액(코인 수×시가)이 며칠 만에 거의 ‘0원’이 되는 걸 화폐라고 부를 수 있느냐는 것이죠. 화폐의 세 가지 기본 속성(교환·가치 척도·가치 저장)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겁니다. 이런 탓에 암호화폐를 ‘가상자산’으로 통일해서 불러야 한다는 지적이 많습니다.권 대표가 만든 테라는 이와 조금 다릅니다. ‘1테라=1달러’를 표방하긴 했지만, 실제로 달러나 채권을 사서 담보로 가지고 있지 않았습니다. 제3의 방법을 썼습니다. 이것을 ‘알고리즘 기반 스테이블 코인’이라고 하는데요. 달러 대신 다른 암호화폐를 사고팔면서 테라의 통화량을 조절하고 궁극적으로 ‘1테라=1달러’가 유지되도록 했죠. 이런 용도로 만들어진 코인이 바로 루나입니다. 테라 가격이 1달러 아래로 떨어지면 루나로 테라를 매입해 가격을 올리고, 반대로 테라 가격이 1달러 위로 올라가면 루나를 매입해 테라 가격을 낮춥니다.
테라폼랩스는 또 하나의 장치를 마련했습니다. 투자자들이 테라를 사도록 하기 위해 테라 생태계에서 은행 역할을 할 ‘앵커 프로토콜’이라는 걸 만들었죠. 테라를 구매해 앵커 프로토콜에 맡기면 이자를 주고, 반대로 이자를 내고 테라를 빌려서 다른 암호화폐에 투자할 수 있도록 했죠. 은행에 맡기면 받는 이자는 연 19%, 빌릴 때 내는 대출이자는 연 12.4%였습니다. 그러자 많은 투자자금이 테라로 몰렸습니다.
투자자들은 동요했고 자금을 회수하기 시작했죠. 5월 10일 테라는 0.68달러까지 떨어졌어요. 12일 0.1달러까지 추락했고 100달러가 넘던 루나 역시 12일 하루에만 99% 하락해 0.1달러가 됐습니다. 51조원이 사라지는 데 사흘밖에 걸리지 않았죠.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시장에선 테라-루나가 떨어지는 데 베팅한 ‘공매도 세력’이 대량으로 팔고 나갔다는 소문만 나돕니다. 예치금이 늘고 이자 부담이 증가하는데 담보물 격인 루나의 가격이 떨어져 루나의 시가총액이 테라의 예치금보다 적어지면 뱅크런(대량 인출 사태)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고는 많았습니다. 허점은 노출되기 마련이죠.
고기완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2. 스테이블 코인이 어떤 의미인지 찾아보자.
3. 우리나라 암호화폐 투자 인구수를 검색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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