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버스 대란…운전대 잡을 기사가 없다

입력 2022-05-27 17:16   수정 2022-06-07 16:48


등산 동호회 회장 A씨(53)는 다음달 초 속리산 산행을 계획하던 중 난관에 봉착했다. 회원 17명을 태울 전세버스가 구해지지 않아서다. A씨가 원하는 25인용 미니버스가 이달 내로 가능하다는 업체는 한 곳도 없었다. 그나마 지인의 소개로 45인승 버스를 섭외했지만 하루 대절 비용은 68만원에 달했다. 기존 예산의 두 배가 더 되는 금액이었지만 A씨는 울며 겨자 먹기로 45인승 버스를 예약했다. A씨는 “1주일 전에도 쉽게 예약할 수 있었는데, 이젠 한 달 전에는 계획을 짜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전세버스 대란’이 벌어지고 있다. 거리두기 해제 후 수학여행, MT 등 각종 단체 여행과 결혼식 수요가 폭발하고 있지만 코로나19로 떠나간 기사들이 돌아오지 않은 탓에 전세버스가 희소해지고 있다. 경유비 폭등에 그나마 남아 있는 기사들도 ‘시한부’라는 얘기가 많다.
떠나간 기사, 남아도는 버스
27일 제주도전세버스운송사업조합에 따르면 지난달 제주도 전세버스 가동률은 17.9%에 불과했다. 국내 단체 여행이 재개되며 제주도 여행객 수는 평년 수준을 회복했지만 전세버스 공급이 따라주질 못하고 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58.1%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제주 운송사업조합 관계자는 “버스기사가 부족한 탓에 정상적인 운행을 못 하고 있다”며 “기사 수가 500~600명 정도 부족하다”고 토로했다.

전세버스기사 부족 현상은 전국적이다. 국내 최대 규모 전세버스 중개 플랫폼 ‘콜버스’에 따르면 4월 대비 5월 견적 신청자는 2.3배 늘어나 평년 성수기 수준을 회복했지만 플랫폼에서 활동하고 있는 전세버스기사 수는 평년의 50% 수준이다. 박병종 콜버스 대표는 “결혼식 전세버스 대절 수요가 크게 늘고, 현장학습·MT 수요도 고루 증가하고 있지만 기사 수가 턱없이 부족하다”고 전했다.

버스기사가 없어 전국전세버스연합회에 차량번호판을 반납하고 영업 중단을 신청한 버스 수도 올 1분기에만 2153대에 육박한다. 2019년 한 해 동안 영업 중단을 신청한 버스 수(643대)의 4배다.

코로나19 기간에 떠나간 기사들이 돌아오지 않는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 2년 동안 버스 대절 수요가 폭락하자 수많은 전세버스기사가 업계를 떠났다. 전세버스기사들은 성과에 따라 수입을 가져가는 구조라 수요 폭락은 곧바로 수입 타격으로 이어졌다. 전세버스 운수종사자시스템 등록 기사 수는 2019년 3만9071명에서 2020년 3만4701명, 지난해 말 3만4607명으로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름만 걸어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사실상 그만둔 사람은 더욱 많다”고 설명했다.
전세버스는 보조금 못 받아 ‘설상가상’
거리두기는 해제됐지만 이들이 전세버스기사로 다시 돌아올지는 미지수다. 떠나간 기사 상당수는 준공영제 실시 후 기사 수요가 높아진 시내버스 기사 등으로 이직하거나, 보수가 상대적으로 높은 물류업계로 자리를 옮겼기 때문이다. 전국전세버스연합회 관계자는 “코로나19 이전부터 전세버스기사 급여가 열악한 편”이었다며 “팬데믹 이후 수입이 폭락하자 새로운 직장에 자리를 잡고 돌아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경유비 폭등도 전세버스기사들 복귀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국내유가정보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지난해 1월 평균 1156원이었던 자동차용 경유 가격은 올 3월 1732원, 4월 1824원으로 57%가량 뛰었다. 그러나 화물차, 택시 등과 달리 전세버스는 경유보조금 지급 대상이 아니라 상승 부담을 업체와 버스기사가 짊어지고 있다. 허이재 전국전세버스노동조합 위원장은 “영업이익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어 남아 있는 기사들도 떠나갈 판”이라고 말했다.

전국전세버스노조는 국회 및 국토교통부에 유류비 지원을 촉구하는 단체행동에 나설 예정이다. 전국전세버스연합회 관계자는 “전세버스는 공영버스가 없는 각종 산업단지, 학생들 통학길 등을 다닌다”며 “전세버스업계가 무너지면 시민들의 이동권도 제약받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최세영 기자 seyeong202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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