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만 저평가된 회사"…'30년 저주' 벗어난 기업은 [김익환의 컴퍼니워치]

입력 2022-05-30 07:00   수정 2022-05-31 05:31

"팬오션을 저평가하는 곳은 한국뿐 일 겁니다."

팬오션은 1966년 범양상선으로 출범한 이후 우여곡절을 겪었다. 1990년대부터 끊임없이 유동성 위기를 겪으면서 법정관리를 두 번이나 겪었다. 이 회사 자금을 빼돌린 임원도 있었다. 팬오션은 글로벌 펄프업체 피브리아, 철광석업체 발레와 운송계약을 맺는 등 전세계 화물주가 찾는 해운사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국내에서 아직도 저평가를 받는 이면에는 과거의 나쁜 기억이 자리잡고 있다.

침몰 위기를 꿋꿋이 견뎌낸 이 회사는 2015년 하림그룹에 인수되면서 안정을 되찾았다. 하지만 우려도 적잖다. 하림이 적자를 이어간 계열사 뒷바라지에 팬오션을 동원한 탓이다.

3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팬오션은 올 1분기 매출 1조4409억원, 영업이익 1691억원을 올렸다.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해 매출은 111.9%, 영업이익은 245.8% 늘었다. 올 1분기 말 부채비율도 84.7%를 기록해 이 회사가 하림그룹에 인수되기 직전인 2014년 말(220.3%)과 비교해 큰 폭 낮아졌다.

사세도 불었다. 지난 3월 말 회사의 직원 수는 1146명으로 2017년 말(1007명)과 비교해 139명 늘었다. 사업도 확장했다. 2020년에는 일본 이토추 상사로부터 미국 곡물 터미널 법인인 EGT 지분 36.25%를 매입하며 2대 주주에 올랐다. 이 회사는 유동성 위기를 겪던 2013년 EGT 지분 20%를 이토추에 매각한 바 있다.

이처럼 우량한 회사로 평가받기까지 수많은 위기를 견뎠다. 전두환 정부 시절인 1987년 터진 불법 외화 유출 사건은 위기의 신호탄이었다. 1987년 ‘해운왕’으로 통하던 이 회사 창업주 고 박건석 회장은 외화를 빼돌렸다는 혐의를 받고, 국세청 조사와 검찰 수사가 이어지자 그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 회사는 결국 1992년 법정관리를 신청했고 2002년 졸업했다. 법정관리 기간에도 이 회사 경영은 순탄하지 못했다. 2000년 당시 이 회사 유 모 대표이사는 운임 수입을 빼돌려 10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해 구속되기도 했다.

2004년 STX그룹에 인수되면서 STX팬오션으로 사명을 변경하며 부활의 뱃고동을 울리기도 했다. 하지만 STX그룹 산하에서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재차 유동성 위기를 마주한다. 위기 와중에 STX조선해양과 STX대련조선에 선박을 발주하고 ㈜STX로부터 선박용 기름을 사들이는 형태로 일감을 공급하면서 STX그룹을 뒷바라지하기도 했다. STX그룹이 공중분해된 2013년 재차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이 회사는 이후 체질을 개선하고 2015년 하림그룹에 인수됐다. 하림그룹에 인수되면서 안정을 되찾았지만, 회사의 그늘도 엿보인다. 이 회사는 과거 대주주가 계열사 살리기에 동원하는 등의 아픈 기억이 있다. 팬오션이 최근 하림그룹 미국 법인 자금지원에 동원되면서 그 악몽이 되살아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팬오션은 2021년 1월 하림 미국법인(하림USA)에 308억원을 출자해 지분 22.36%를 확보했다. 하림USA는 2011년 알렌패밀리푸드를 인수한 이후 무더기 적자를 보고 있다. 팬오션이 보유한 하림USA 지분가치도 지난 3월 말 198억원으로 줄었다. 110억원가량의 투자금이 증발한 것이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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