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나는 매물은 맞는데…" 일진머티리얼즈 둔 인수후보들 고민은

입력 2022-06-01 09:35   수정 2022-06-21 17:15

이 기사는 06월 01일 09:35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동박 분야 세계 점유율 2위 기업인 일진머티리얼즈가 매물로 등장하면서 인수합병(M&A) 업계가 분주해지고 있다. 최근 국내 기업들이 미래먹거리로 점찍은 전기차배터리 소재 분야에서 단번에 주도권을 쥘 기회가 열리면서 복수의 대기업 등 전략적투자자(SI)들과 재무적투자자(FI)들이 인수 검토에 돌입했다. 다만 인수 자문을 담당할 자문사 사이에선 주요 후보들이 적극적으로 뛰어들기엔 껄끄러운 부분들이 하나둘 보인다는 관전평도 나온다.
LG·SK·삼성 베터리 3사 "시너지는 있는데…"

3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일진머티리얼즈 매각 자문을 맡은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은 국내외 주요 대기업과 대형 사모펀드(PEF)운용사 등 잠재적 인수 후보들에 회사소개서(티저레터)를 배포하고 매각 절차를 밟고 있다. 내달 말 예비입찰을 시작해 8월 내로 인수자를 결정할 예정이다.

현재 주요 대기업들이 내부적으로 인수를 두고 검토 중이다. LG그룹에선 LG화학이 티저레터를 수령해 인수 여부를 살피고 있다. LG화학은 배터리 사업부를 LG에너지솔루션으로 분사하면서 향후 핵심 배터리소재 분야 M&A를 통해 공백을 채우겠다 시장에 약속한 바 있다. 국내외 합작사(JV)설립·지분투자 등을 통해 음극재·양극재 시장에 진출하는 등 소재 분야 투자도 넓혀가고 있다. 일진머티리얼즈를 인수하면 단번에 동박 분야까지 주도권을 확보하게 된다.

경쟁사인 SK그룹이 SKC를 통해 SK넥실리스를 인수한 데 이어 중국 현지 기업인 왓슨에 투자해 동박을 내재화 한 점과 달리 LG그룹은 전량을 외부에서 조달해왔다. LG에너지솔루션이 배터리 생산량을 연간 5기가와트시(GWh)에서 2025년 25GWh까지 늘리겠다 청사진을 세웠다. 공급망 안정 측면에서 시너지도 뚜렷하다.

문제는 일진머티리얼즈가 LG그룹과 배터리 사업에서 경쟁을 펴는 삼성SDI와 '밀월관계'인 점이다. 2020년 기준 일진머티리얼즈 전체 동박 공급의 50%는 삼성SDI향(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일진머티리얼즈가 삼성SDI의 헝가리 공장 인근에 동박 설비를 세우는 등 양 사간 협업은 점차 밀접해진 상황이다. 일진머티리얼즈가 LG그룹으로 편입된 이후 삼성SDI가 물량을 점차 다른 곳으로 옮길 경우 기업가치의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거론된다. 다만 동박 공급계약 특성상 장기계약으로 체결돼 단기간 변동 가능성이 적어 기존 거래가 M&A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란 반론도 있다.

일진머티리얼즈와 협력을 이어온 삼성SDI가 직접 인수에 뛰어들 가능성도 거론되지만 업계에선 가능성을 높게 보지 않고 있다. 삼성은 그룹차원에서 과거 한화그룹과 롯데그룹과의 두 번의 '빅 딜'로 화학 소재 사업에서 대부분 철수했다. 다시 소재 분야 재진출을 결정할 경우 그룹 전략의 궤도를 바꿔야 할 상황이다.

SK의 경우 SKC의 자회사인 SK넥실리스가 세계 1위 점유율을 보유한 동박업체로 급성장한 만큼 인수전 참여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것으로 전해진다. 국내 동박 시장에서 독과점 문제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매각 측도 SK그룹엔 티저레터를 배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포스코·GS에 관심 쏠리지만

이 때문에 직접 전기차배터리를 제조하는 LG·SK·삼성과 달리 비교적 '중립'적인 대기업들이 적극적으로 뛰어들 가능성도 거론된다. 최근 적극적으로 M&A 시장에 뛰어든 롯데그룹이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히고 있다. 다만 롯데는 이미 사모펀드(PEF)운용사인 스카이레이크의 동박업체인 솔루스첨단소재(옛 두산솔루스) 인수과정에서 출자자(LP)로 참여해 3000억원을 투자하면서 시장에 발을 걸쳐놓은 상황이다. 우선매수권 등 강력한 권리를 부여 받진 않았지만, 향후 솔루스첨단소재가 매물로 나올 경우 형성된 시장가에 우선적으로 인수를 검토할 수 있는 우선검토권을 받았다. 두 굵직한 동박분야 포트폴리오에 수조원에 달하는 투자를 집중하긴 부담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업계에선 이외에도 계열사인 GS건설을 통해 배터리 소재 분야 투자를 늘려가는 GS그룹, SK넥실리스(당시 KCFT) 인수를 두고 SKC와 경합했던 포스코그룹 등이 관심을 보일 것으로 점치고 있다.

매년 동박업체들의 몸값이 급등한 점은 인수자들 입장에선 부담이다. 2017년 KKR이 LS그룹으로부터 동박사업부문(현 SK넥실리스)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기업가치는 상각전영업이익(EBITDA) 대비 8배 수준으로 형성됐다. 3년 뒤 스카이레이크가 두산솔루스(현 솔루스첨단소재)를 인수할 땐 EBITDA 대비 20배 이상으로 커졌다. 일진머티리얼즈의 시가총액이 약 4조1000억원에서 형성된 점을 고려하면 시가 기준으론 지난해 EBITDA 1127억원의 34배 수준에 달한다.

다만 인수 후보들 사이에선 지난해 EBITDA엔 선제적으로 집행된 해외 공장 설비투자비용이 반영돼 기업가치를 평가하기 적절하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현재 회사에 쌓인 현금 및 현금성자산만 1조5000억원에 달한 데다, 투자가 완료된 해당 공장들의 가동이 올해부터 본격화되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평가다. 회사의 부채비율도 21% 수준으로 제조기업 중 가장 우량한 편에 속한다. 업계에선 계획된 증설이 마무리되면 일진머티리얼즈의 EBITDA가 2025년이면 5000억원 수준까지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버는돈 족족 투자비로…PEF도 부담

대기업 외에 MBK파트너스, 한앤컴퍼니 등 국내외 대형 PEF들도 티저레터를 수령해 인수여부를 검토 중이다. 일각에선 매 년 급성장하는 배터리 시장 성장속도에 맞춰 설비 확장에 대규모 투자를 쏟아야하는 소재산업 특성상 현금흐름을 중요하게 여기는 PEF들이 선뜻 손을 대기 어려울 것이란 시각도 있다. 스카이레이크도 2020년 솔루스첨단소재 인수 과정에서 두산그룹으로부터 구주를 인수하는 동시에 3000억원 가량을 신주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회사에 투자비로 투입해야 했다. KKR은 2017년 LS그룹으로부터 3000억원에 인수한 동박사업부를 2019년 SKC에 1조2000억원에 매각하며 '잭팟'을 거뒀지만 업계에선 원금 대비 4배가 넘는 수익률보다 투자비가 집중될 시기 직전 새 주인을 찾아 매각한 '타이밍'을 포착한 데서 더욱 실력이 빛났다고 평가하고 있다.

한 PEF업계 관계자는 "과거 KKR이 KCFT를 상장하려다 매각으로 급선회한 배경엔 상장에 성공하더라도 투자비를 감당하려면 꾸준히 신주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해야하는 부담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PEF입장에선 투자금 회수에 장기간이 소요될 수 있기 때문에 수조원을 들여 인수하기 부담스러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일진머티리얼즈가 해외 생산설비 확장을 위해 자회사를 통해 이미 국내 PEF인 스틱인베스트먼트(스틱인베)로부터 대규모 투자유치를 받은 점이 매각에 변수가 될 가능성도 있다. 스틱인베는 지난해 말 일진머티리얼즈의 국내 자회사이자 해외 자회사들의 컨트롤타워를 맡은 IMG테크놀로지에 4000억원을 출자했다. 동시에 IMG테크놀로지의 자회사인 IME(유럽법인)에도 6000억원을 투입, 총 1조원을 투자했다. 자회사 투자자 입장에선 대주주 변경에 따른 리스크를 짊어질 수 있는 구조이지만, 일진머티리얼즈 대주주 측은 스틱인베와 전혀 교감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스틱인베도 계약 과정에서 이와 관련한 위험방지조항을 마련하지 못했다.

스틱인베는 5600억원 규모의 공동투자펀드를 조성하고 나머지 금액은 인수금융으로 조달해 거래를 마무리했다. 국민연금, 교직원공제회, 행정공제회, 군인공제회, 우정사업본부, 과학기술인공제회, 신협중앙회 등 국내 주요 출자자(LP)들이 펀드에 참여했다. 해당 LP들 입장에선 자회사에 출자한 지 1년여만에 모회사인 일진머티리얼즈 인수를 위해 다시 출자한다면 모회사와 자회사에 중복 투자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LP들로부터 프로젝트펀드를 조성해 인수에 참여해야할 국내 PEF 입장에선 사실상 인수전 참여가 막혔다는 평가도 나온다. 매각 측도 이미 블라인드펀드를 보유한 소수의 대형 PEF들에 인수 참여 여부를 타진하고 있다.


차준호 기자 chac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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