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운, 샐리, BT21 등 캐릭터로 유명한 IP(지식재산권) 플랫폼 기업 IPX(옛 라인프렌즈)가 IP 기반 NFT(대체 불가능한 토큰) 신사업에 나선다. NFT를 산 사람에게 캐릭터를 상업적으로 쓸 수 있는 사업권을 넘기고, 마케팅을 도와주는 게 골자다. 대기업 캐릭터 라이센스를 NFT 형태로 일반 대중에 열어주는 국내 첫 시도다.
IPX 관계자는 “NFT를 유해 콘텐츠로 사용하지 않도록 하는 일부 가이드라인만 따른다면 NFT 보유자가 원하는 대로 IP를 사업화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라며 “기존엔 유명 인사나 브랜드의 것으로 여겨졌던 IP 사업을 누구든 할 수 있게 만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IPX는 오오즈 캐릭터 9개를 기본으로 각 캐릭터마다 NFT 1111개를 발행해 총 9999개를 출시할 예정이다. 각 캐릭터마다 옷 색깔, 표정, 장신구, 행동 등 세부사항을 조금씩 다르게 해 겹치는 이미지가 없도록 한다. 각각을 독립된 IP로 만들기 위해서다.
이 과정에서 오오즈 NFT간 가격 차이를 유도해 시장 생태계도 마련한다. 9999개 중 일부만 선글라스를 끼게 하는 등 ‘희귀템(드문 아이템)’을 만드는 식이다.
브랜드 마케팅은 IPX가 돕는다. 오오즈 캐릭터를 메타버스와 게임 플랫폼 등에 연계할 예정이다. 요즘 콘텐츠 성공의 관건으로 꼽히는 자체 설정 ‘세계관’도 마련했다. 디지털세상 ‘프렌즈월드’에 살던 동물들이 지구에 불시착해 단짝 친구가 될 사람을 찾아 나선다는 이야기다.
라인 메신저용 이모티콘(스티커)에서 시작해 유통·콘텐츠 분야 등으로 사업을 키운 노하우와 인프라도 활용한다. IPX는 캐릭터 IP를 기반으로 자체 제작 상품 2만 여종을 판매하고 있다. 작년엔 캐릭터 IP로만 거래량 1조원을 달성했다.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거래량 연평균 성장률이 28%에 달한다. 작년 말엔 게임형 메타버스 플레이투게더에 가상 매장을 열어 디지털 IP 상품 판매에도 돌입했다.
반면 NFT 시장에 뛰어드는 이들은 꾸준히 늘고 있다. 세계 최대 NFT 거래플랫폼 오픈씨의 NFT 거래 이용자 수는 2018년 6월 4명 대비 이달 초 176만5400여명으로 늘었다. 상업적 가치를 지닌 IP를 더해 차별화하려는 시도가 나오는 이유다.
세계 NFT 중 누적 거래액이 가장 많은 ‘지루해하는 원숭이들의 요트클럽(BAYC)’ 시리즈가 대표적인 예다. 각기 다른 원숭이 그림 1만개를 NFT로 발행해 보유자에게 IP를 준다. 원숭이 그림이 생활용품, 옷, 앨범 자켓 등에 쓰이며 입소문을 타자 브랜드 가치가 확 올랐다. 이 시리즈는 출시 13개월만인 지난달 총 거래 누적액 20억달러(약 2조5040억원)을 넘겼다.
올들어 미국에선 BAYC 테마 음식과 옷을 판매하는 식당도 속속 생기고 있다. 이달 초엔 랩퍼 스눕독이 BAYC 테마 음식점을 열겠다고 발표했다.
BAYC 보유자가 모여 만드는 영화 프로젝트도 한창이다. 최초 출시 당시 190달러(24만원)였던 NFT는 모두 완판돼 이젠 2차시장에서만 거래된다. 이달 들어선 평균 가격이 약 15만3000달러(1억 9210만원)다.
IP를 바탕으로 하면 창작자들이 주도하는 생태계를 만들어 힙한 한정판 이미지를 낼 수도 있다. 에미넴, 네이마르, 저스틴 비버, 마돈나 등 유명인들이 BAYC를 앞다퉈 사들인 이유다. BAYC를 만든 유가랩스는 ‘그들만의 리그’를 유지하기 위해 NFT 보유자들만 쓸 수 있는 전용 SNS 채팅 서버를 운영한다. 오는 20~23일엔 미국 뉴욕에서 NFT 소유권을 인증한 사람과 동행인 한 명만 입장할 수 있는 축제도 연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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