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뒤 안전운임제 연장 안되게 해달라"…2018년 호소 어떻게 됐을까

입력 2022-06-10 09:38   수정 2022-06-10 09:50





"대한민국은 시장경제 국가입니다. 정부가 사적자치가 적용돼야 될 시장에 지나치게 개입하면 부작용이 일어납니다. 이렇게 정부가 개입하는 것은 '하지하책(낮은 것 중에 낮은 계책)'입니다. 정말 부끄러운 줄 알아야 됩니다. 3년만 시행하고, 그 뒤에는 연장되지 않게 해주기를 부탁드립니다."

화물연대 파업의 원인인 '안전운임제' 관련법이 국회에서 통과되기 직전 한 의원(윤상직 당시 자유한국당 의원)이 남긴 호소다. 윤 전 의원은 2018년 3월 2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안전운임제 도입을 주 내용으로 한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이 처리되기 직전 이같이 지적했다.

윤 전 의원은 "(안전운임제 도입은) 사적계약과 사적자치가 존중돼야 할 영역에 정부가 개입하게 되는 하나의 입법선례가 될 수 있다"며 "이렇게 되면 앞으로 부동산 임대료나 쌀 가격 등에 최저가격 및 최고가격을 적용할 수도 있고,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기 시작하면 우리나라는 시장경제체제에서 벗어나게 된다"고 비판했다. 안전운임제는 화물차주가 지급받는 최소한의 운임을 공표해 이들의 적정임금을 보장하겠다는 취지의 제도다.

윤 전 의원은 안전운임제가 헌법 정신에 위배될 수 있다는 지적도 했다. 안전운임은 사실상 최저운임인데 헌법체계와 충돌할 수 있기 때문에 법사위에서 더 논의를 해야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김현미 당시 국토교통부 장관은 "시장에서 어떤 영향을 주는지 점검해보자는 차원에서 3년 한시법으로 도입됐고, 여야 합의가 이뤄졌기 때문에 (바로) 처리해야 한다"고 윤 전 의원의 제안을 반대했다.

여야 간사가 법안 처리에 합의하면서 통과가 불가피해지자 윤 전 의원은 회의에 참석한 국토부 공무원을 향해 절절한 호소를 쏟았다. 윤 전 의원도 행정고시 25회로 공직에 입문해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까지 지낸 인물이다. 그는 "김현미 장관께서 3년 뒤에 계실지 모르지만, 뒤에 계시는 공무원들은 꼭 가슴에 새기길 바란다"며 "여러분께서 시장의 기능을 믿지 않고 개입했기 때문에 여러 부작용이 생길것이고, 그 혼란은 3년이면 족하니 3년 뒤에는 우리나라가 시장경제 체제로 잘 운영되게 해달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법이 3년만 시행되고 3년 뒤에는 이런 법이 필요없도록 관련 부처에서 정책적인 노력을 기울여 달라"고 당부했다.

'공직 선배'인 윤 전 의원의 호소는 결과적으로 먹히지 않았다. 그 동안 물류 관련 환경은 개선되지 않았고, 화물연대는 일몰제를 폐지하고 앞으로도 안전운임제를 유지하라고 요구하면서 파업을 벌이고 있다. 안전운임제를 도입할 때 국토부 공무원들은 "현 상황을 방치하면 화물차주들이 파업을 벌여 국가 전체가 막대한 손실을 입을 수 있다"고 강변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안전운임제를 섣부르게 도입하고, 후속 대책을 제대로 마련하지 않은 바람에 2022년 현재 한국의 물류는 마비된 상황이다.

게다가 2018년 법안을 처리할 당시 국토부는 안전운임제를 2년 동안 시행한 뒤 일몰 1년 전 그 결과를 국회에 보고하기로 했다. 그런데도 국토부는 일몰 1년 전인 올해 초 국회에 관련 결과를 보고하지 않았다. 안전운임제 시행 결과를 분석한 용역보고서를 받고도 사실상 손을 놓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현미 전 장관을 비롯해 당시 윤 전 의원의 호소를 직접 들었던 이들은 안전운임제 때문에 벌어진 현재 상황에 대해서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법사위가 열리기 전 국토교통위원회 교통법안심사소위에서 가장 목소리를 높인 맹성규 당시 국토부 2차관과 김정렬 당시 국토부 교통물류실장 등도 마찬가지다. 맹 전 차관은 현재 민주당 의원이고, 김 전 실장은 이후 국토부 2차관을 지낸 뒤 현재 LX 한국국토정보공사 사장으로 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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