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한국영화·드라마·음악이 세계 주류…K콘텐츠는 경제 번영과 경쟁의 합작품

입력 2022-06-13 10:00  

좀 더 넓은 시각에서 보면 한국 영화는 K컬처 혹은 K콘텐츠에 속합니다. 아프리카 케냐보다 못살던 한국이 어떻게 세계 영화, 드라마, 음악 시장에서 두각(頭角)을 나타낼 수 있었을까요?

가장 큰 이유는 경제 성장일 겁니다. 경제적 번영 없이 문화와 콘텐츠가 글로벌 수준으로 올라가긴 어렵습니다.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되고 1인당 국민소득이 높아져야 문화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늘어납니다. 한국은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무역(수출+수입) 1조달러 시대를 동시에 달성한 나라가 되었습니다. 전면 시행된 ‘주 5일 근로제’도 문화 수요와 공급을 자극했습니다.

또 하나는 개방과 경쟁을 수용하는 태도입니다. 원래 개방과 경쟁은 한국 고유의 유전자(DNA)는 아니었습니다. 개방을 두려워하는 쇄국과 바깥세상을 모르는 우물 안 개구리 식의 무사안일이 조선~대한제국 말년까지 만연했던 게 사실입니다. 허약한 국가 체질은 외부 충격에 약할 수밖에 없었고 결국 나라를 빼앗기는 망국에 이르게 됐죠. 1970년대쯤 개방과 경쟁 DNA가 우리 마음속에 심겼습니다. 해외 무역을 하면서 개방과 경쟁의 눈을 뜬 것이죠.

구체적으로 살펴볼까요? K팝을 들여다봅시다. K팝은 무한 경쟁 체제 속에 있습니다. 매년 수많은 청소년이 자신의 끼를 발휘하기 위해 경쟁 시장에 뛰어듭니다. 대표적인 게 오디션이죠. 오디션은 겉으론 잔인해 보입니다. 실력만능주의라고 오해받기 십상이죠. 그러나 경쟁을 통하지 않고 끼를 발견할 방법은 없어요. 끼를 공개 시장에 드러내 보이지 않는데 누군가 알아봐주길 바라는 것은 무리죠. 오디션 시장은 그런 끼를 발견할 장소를 제공합니다. 경쟁을 ‘지식과 정보를 발견하는 절차’라고 말하는 이유죠. BTS는 그런 결실이에요. BTS가 빌보드 뮤직상을 받는 세상이 됐죠. 슈퍼주니어의 ‘쏘리 쏘리’와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쏘아올린 K팝 전통은 이런 고통 속에서 만들어진 것입니다.

K드라마도 K팝에 못지않습니다. 1990년 ‘겨울연가’로 시작된 K드라마 신화는 ‘오징어 게임’으로 이어졌습니다. ‘대장금’이 아시아 시장을 석권했고, 종편과 케이블 방송이 늘면서 드라마 경쟁은 치열해졌습니다. 이런 환경 속에서 마침내 ‘오징어 게임’이 나온 겁니다. ‘오징어 게임’의 줄거리는 너무도 한국적입니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점을 이 드라마는 입증했습니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한국 문화콘텐츠 시장은 약 660억달러로 세계 7위 규모라고 합니다. 게임 4위, 영화 7위, 음악 9위, 방송 11위입니다. K콘텐츠가 사실상 세계 10위권임을 알 수 있습니다. 경제 성장과 경쟁은 소비자 선택폭을 넓히고 소비자들은 거꾸로 시장을 키워줍니다.

고기완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NIE 포인트
1. 경제 성장과 문화 성장 사이의 관계를 알아보자.

2. 실력자를 찾는 오디션의 장단점을 비교해보자.

3. BTS가 한국 시장을 넘어 글로벌 마케팅에 나서는 이유를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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