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리 사람들과 함께 하는 우리의 자세[김태엽의 PEF 썰전]

입력 2022-06-10 14:21  

이 기사는 06월 10일 14:21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요즘 금융 시장에서 정말 현금이 말라가고 있다. 하루하루 급변하는 시장에서, 늘 그렇듯이 필자를 포함한 시장 참여자들은 부화뇌동을 서슴지 않고 있으며, 6개월 전에는 상상도 못한 일들이 펼쳐지고 있다.

대 리스크의 시대, 대 인플레이션, 아니 스태그플레이션의 시대를 앞두고 있는 독자분들께 필자는 오랜만에 좀 정성적이고도 철학적인 화두를 한 번 던져보려고 한다. 자자, 불타는 자작나무를 뒤로 하고 오랜만에 큰 숨 한 번 쉬고, 숲을 한 번 쳐다보자.

제목을 보시고, 무슨 씨나락 까먹는 소린가 하실 독자 분들, 김 대표가 국제 결혼을 했었나 하시는 분들, 오해 마시라. 비록 서구적 마스크를 갖(고싶)은 필자도 정말 딱 한국인처럼 생긴 한국 국적의 아이들을 낳아 키우고 있고, 당연하듯 필자의 아내도 원조 한국산이다. 그럼 무슨 이태리 타올 같은 이야기냐고?

최근 투자와 관련해서 우여곡절 끝에 신사업에 투자를 하신 회장님들, 그리고 기존 사업을 확장 하려고 이 어려운 시기에도 확장 전략을 펼치시는 애국자 대표님들께서 주로 하는 청탁이 있다. "김 대표, 좋은 사람 좀 구해줘", "좀 젊은 경영진들 없을까?", "경력직 신입 사원들까지는 김 대표가 모르지?", "요즘 직원들, 도통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어" 등등등. 어라, 근데 좀 이상하다. 분명히 선거 전에 어디선가 듣거나 읽거나 카더라로 들었던 것들을 되새겨보면 10년 전 6% 대였던 청년 실업률이 이제 작년에는 10%대가 넘었고, 대졸자 취업률은 75% 수준밖에 안되서 OECD 꼴찌급이라던데?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건가? 모두들 무인도에 갇혀살고 있는 건가? 아님 직업 소개소를 지금이라도 차려서 떼돈을 벌 수 있을까나?

그렇다면 정답은? "둘다 맞다"이다.

예전 필자가 어릴 때 먼나라 이웃나라 일본에서 아주 잠시 유학을 하던 시절, 한참 유행하던 단어가 "후리타(フリ?タ? 즉, Free + Arbeit = Freeta)"였다. 알바 시급이 상당했던 1980년대 후반 탄생해서 '일하고 싶을 때 일하고, 모은 돈으로 언제든 훌쩍 해외여행을 떠날 수 있는 멋지고 쿨한 젊은 언니오빠'를 지칭하는 이 단어는, 가난한 유학생이었던 필자에게 문화적 충격이자 (아니, 알바로 이렇게 많이 벌 수 있다니!!!), 무언가 말하기는 힘든 동경의 대상이었다 (아, 나도 집시처럼 일할 때만 일하고 살고 싶다 욜로~ 파이어!!!). 하지만 역시나 too-good-to-be-true여서, 1990년대 일본의 불황기가 심화되며 자의반 타의반으로 후리타 생활을 해야하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20여년이 지난 지금은 좀 안쓰럽고 걱정되는 신세대의 모습으로 그 정의가 변화하고 이제는 아예 구직을 포기하는 '니트족'을 탄생시켰다.

저출산 고령화에 이어 일본의 경제 추이를 한국이 유행처럼 따라가는 것에는 청년취업도 예외가 아니어서, 한국에서도 이른바 원하는 직업과 실제로 있는 기회들 사이에 괴리가 커져가고 있고, 이른바 한국형 후리타족을 탄생시킨 지 오래다. 딱 마음에 드는, 즉 서울, 더 나아가 강남권에 사무실이 있으면서 9 to 5의 건강한 업무 시간을 칼같이 지키고, 연봉은 억대를 지향하면서도 나의 개인생활을 존중해 주는 일자리의 수요와 공급은 우리의 예상을 처절하게 빗나가고 있다. 음, 다 아는 우울한 이야기를 왜 이렇게 장황하게 하냐고?

필자가 오늘 독자분들과 나누고 싶은 이야기는 여기에서 시작한다. "세상이 변했다!" 그럼 어떻게 변했나? 왜 변했나? 그럼 투자를 하는 우리는 어떻게 해야하나? 자자, 지금부터 지극히 주관적인 필자의 시각을 강요해보겠다.

한국에서 태어난 이태리 사람들

내가 투자를 집행하면서 조직 관련된 이슈들, 그리고 투자를 할 산업들을 접할 때 가장 강조하는 것이 우리는 이제 '이태리 사람들'과 살아야 한다는 점이다. 좀 과장된 이야기같지만, 한국의 2022년도 예상 1인당 GDP(국내총생산)는 3만5000달러로, 이탈리아의 3만4800달러를 살짝 앞지를 것 같고(반올림에서 국뽕 성향이 나왔다 죄송하다), 일본의 3만9000달러를 바짝 뒤쫓고 있다. 막말로 이제 태어나고 있는 우리 아이들의 사고방식은, 필자가 태어났던 1인당 1000달러 시대보다는 30배 더, 필자의 회사에 주축으로 있는 1980년대 후반~1990년대 초반 태어난 세대보다는 3.5배 더 부유한 시대에서 시작한다. 이제 필자를 비롯한 구세대 꼰대들이 신세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지난 40여년간 겪은 한국사람보다는, 배낭여행을 통해 만났던 이탈리아 사람들과 더 유사한 뇌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받아들여야하는 것이다. 아니, 뇌뿐만이 아니다. 당장 TV를, 아니, 너튜브를 켜 보시라. 거울 속의 나와는 다른 훤칠한 키의 훈남들과 늘씬한 훈녀들이 한국말을 하면서 독자분들께 이야기하고 있지 않은가! 이태리 식당 및 외식시장의 성장, 와인시장의 확대, 골프 및 테니스 인구의 증가, 명품 리셀링 마켓의 탄생 등 지난 5~10년간 새로이 자리잡은 수많은 트랜드들는 이런 '한국산 이태리 사람들'의 확대가 만들어낸 결과들인 것이다!

이렇게 신세대(음, 필자도 한때 이해 불가하고 오랜지를 좋아하며 바지로 거리를 청소하고 다녔던 X세대였다 - 그런데 이 신세대라는 단어도 너무 구태한 표현이 되어버렸다!)들이 외계, 아니 외국인이라고 정의하고 시작하면 우리의 꼰대 인생은 좀 편안해지게 된다.

그럼 앞으로 펼쳐질 이런 국산 이태리인들(이탈리안이 아니다!)과 함께하는 미래에서 투자자로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하는가? 시장과 조직의 측면에서.지금부터 본론으로 들어가보자.

(1) 변화하는 고객들 - 근데 뭐가 변하나?

투자자로서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변화하는 고객이다. 그런데 변화하는 고객이라는 개념이 참 모호하기 그지없다. 나와 우리 아이들은 여전히 새우깡을 먹고, 삼다수를 마시며, 월드콘을 즐긴다. 하인즈케첩 없이는 쉽사리 계란 요리가 끝나지 않는 것도 똑같다. 어 그럼 나랑 똑같네?

어느 정도 B2C에서는 고객의 행동과 선호도가 잘 변하지 않는다. 특히 입맛은 변하는데 보통 1세대가 걸린다고 하는데 그마저도 인종에 따라, 민족에 따라 절대 변하지 않는 것들이 있기 때문에(예를 들면 한국인과 브라질 사람들의 소고기 사랑) 상대적으로 식음료 사업은 상당히 방어적이고 안정적인 (물론 그래서 성장이 항상 도전받는) 투자 대상이다.

(i) 행동의 변화 = 채널의 변화
그럼 우리가 바라보는 변덕스런 고객의 변화는 어디서 오는가? 투자자로서 필자는 구매/판매 채널을 제일 유의미하게 관찰 가능한 변화라고 본다. 이런 구매 채널의 변화는 통상 대규모 투자와 규제상의 변화를 동반하는데, 그래서 한번 잘못 엮이면 정말 쓰디쓴 맛을 보게된다. 사례를 들어보자.

필자가 수 년 전 투자한 A회사는 이른바 우리 밥상에 매일 올라오는, 한국인이라면 이태리 스타일이건 조선 스타일이건 다 좋아할 만한 카테고리에서 1~2등을 다투는 회사였다. 브랜드 역시 아주 탄탄했는데, 비록 지방에서 시작했지만(참고로 필자도 지방에서 나고 자란 사람이다 - 시골 만세!), 30년이 넘는 시간동안 전국급 브랜드로 성장했고, 특히 그 와중에서도 경쟁 대기업 제품 대비 20~30% 정도 프리미엄을 인정받고 있는 제품이었다.

평소에 워낙 좋아하던 브랜드였던 데다 평소 필자가 주장하는 '반드시 10년 넘은 FMCG 브랜드에만 투자한다'라는 개똥 철학에 딱 부합하는 투자 건이라 필자는 신들린 듯 달려들었고, 전통시장과 슈퍼마켓에서 독보적인 시장 점유율을 갖고 있던 회사의 제품 라인업에 두 세 가지 제품군들을 더 추가해서 추가 비용의 증가 없이 매출을 날로 먹는 전략을 세우고는 위풍당당히 들어갔다. 짠!

첫 1년 동안 상온 유통이 가능한 신규 제품들을 마구마구 론칭하기 시작했다. 안주류들, 동남아 식자재들, 전통 스낵류들 등 다양한 카테고리를 선보이면서 기존 영업 조직을 미친듯이 몰아붙였다. 신제품 개발을 중심으로 한 경영진을 구성했고, 빠른 생산을 위해 외주 생산 파트너들도 적극적으로 개발하여, 인수한 지 1년도 안돼 회사의 SKU는 2배 가량 증가하게 되었다. 그렇게 영혼과 내 피땀과 사랑을 갈아넣은 A회사의 첫1년 실적은, 그러나 아쉽게도 보기좋게 나의 기대를 벗어났다. 무엇이 문제였나?

제품력이나 브랜드에서는 문제가 없었다. 아니 패키징과 광고 전략을 개선하면서 실제로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 충성도는 역사상 최고를 달렸다. 그런데 문제는 채널 전략에 있었다.

당시 식품 시장은 쿠팡과 SSG를 비롯한 이커머스 플레이어들의 피철철 넘치는 자살형 전쟁터가 되어가기 시작하던 시점이었고, 그에 맞추어 살아남기 위해 기존의 기득권자들이었던 초대형 마트들과 하이퍼마켓(이마트 같은)들도 생존을 위한 총력전에 진입하기 시작했다. A회사가 절대 강자로 군림해있던 전통시장 및 슈퍼마켓 채널은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상황이 되었고, 온라인 및 신유통 고래들의 퍼주기식 마케팅과 배송 및 결제 혁신 때문에 영리한 고객들의 구매 행태도 빠르게 신유통, 즉 하이퍼마켓 채널을 거쳐 슬금슬금 이커머스 사이트들로 옮겨가고 있었다. 필자를 포함한 우리 인류는 게으른 존재이기에, 한 번 맛 본 편리함을 잊지 못하고, 한 번 기울기 시작한 온라인 채널의 성장을 A회사 하나의 힘으로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결국 A회사가 계속 전통 오프라인 채널에 집중하면서 브랜드를 강화하는 동안 "고객은 너무 좋아서 사고 싶은데, 정작 자기들이 사기 쉬운 채널에는 제품이 없는" 비극을 맞이한 것이다.

그치만 살아남는 자는 적응하는 자 아닌가? 우리는 폭망한 첫 해를 뒤로 하고,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우선 제일 큰 시장인 하이퍼마켓과 편의점 시장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똑똑똑~ 엇, 근데 이 시장도 만만치않다!

이마트와 롯데마트가 혈전을 벌이는 가운데 홈플러스가 고군 분투를 하던 하이퍼마켓 채널은 단기간 너무 커져버린 탓에, 골목 상권 및 전통시장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영업일수 제한을 받기 시작했다. 안그래도 '과도한' 수수료와 마케팅 비용으로 수익성이 떨어지는 신유통 채널에서 우리가 취급하는 제품군들은 제대로 된 수익을 거두기는 힘들었고, 그나마 물량을 돌려서 변동비라도 커버되면 먹고 살겠다는 지방의 이름 모를 브랜드들이 판을 치고 있는 시장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과도한 마케팅 비용의 요구에 "저가 원재료를 사용한 저가제품"이라는 전략으로 대응하는 경쟁사들을 뒤로 하고, 결국 우리는 제한적으로만 신유통 채널을 확장하기로 하면서, 차라리 온라인과 해외 수출시장에 좀 더 집중하는 채널 전략을 세우게 되었다. 이렇게 채널 전략을 세우고 나니, 프리미엄 제품에 맞는 인프라 개선이 우선되어야했다. 특히 미국의 대형 채널에 유통 가능한 품질 기준 및 유기농 인증을 받아야만 한다는 판단이 섰고, 1년 넘게 미국의 유기농 인증 기준에 맞게 설비와 공정, 그리고 제품들을 뜯어고친 끝에 회사의 실적은 3년차부터 획기적으로 개선되어 갔다.

그 와중에 한국에서의 채널 전쟁은 쿠팡의 상장과 코로나를 등에 업고 온라인이 오프라인 신유통을 상대로 완벽에 가까운 승리를 거두게 되었고, 고객들의 온라인 구매비중은 대세 상승기에 접어들기 시작했다. 채널의 변화는 매크로의 변화와 같아서 시대의 흐름에 따라 크게 변하고, 한 번 방향을 틀면 그것을 되돌리기 힘든 파도다. 큰 파도를 맞아 돗단배를 타고 있는 우리 투자자들은 생존형 순응 전략을 세우는 것이 현명하다.

(ii) 선호도의 변화 = 변덕
채널의 변화가 해류와 같이 거스르기 힘들다고 한다면, 브랜드의 변화는 좀 변덕스러운 구석이 있다. 아까 잠시 다루었지만 한번 구축된 브랜드는 잘 무너지지 않으며, 유행처럼 불타오르는 브랜드는 미안하지만 처참한 미래가 기다릴 수 있다. 이는 비단 소비재에만 국한한 것이 아니라 산업재에도 마찬가지인데, 제품의 첫 교체 주기를 살아남지 못하면 (품질 이슈 등으로) 그 브랜드, 혹은 나아가 그 제품의 수명은 백투더퓨처에서 시공간을 오가며 어린 내 가슴에 슈퍼카의 로망을 처음 품게해준 들로리언(DeLorean)보다도 짧을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우리 투자자들과 고객들은 새로운 브랜드의 탄생에 환호를 하며, 내가 찍은 브랜드는 다를 것이라는 착각의 굴레에 빠지게 된다. 괜찮다, 세상은 원래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게 아닌가? 이렇게 살면 정신건강에 좋다.

이렇게 브랜드들을 평가할 때 필자가 중요하게 보는 지표들이 있는데, 스마트하고 잘생긴 독자들이라면 여기서 잽싸게 연필과 종이(아 역시 나는 꼰대인가! 수정하겠다, 아이패드와 애플펜슬)를 꺼내서 받아 적어보자.

- 첫 10년을 살아남은 브랜드인가?
이 10년이라는 것이 상당한 상징적 의미가 있는데, 통상의 브랜드가 10년을 버텨냈다면 소개-부흥-퇴색-부활의 사이클을 한 번씩 겪어본 것이라고 본다. 필자도 주변에 있는 훈남 훈녀 후배들이 종종 결혼을 고려하면서 연애 상담을 할 때, 항상 봄여름가을겨울 사계절은 꼭 지내보고 쓴맛 단맛 신맛 다 겪어 본 다음 결혼하라고 추천한다. 그럴 여유가 없다면 최소한 여름 겨울 여행지들을 같이 갔다 와보라고 꼼수를 주기도 한다. 여하튼, 우리의 최소 연애 기간을 1년이라고 본다면 나는 브랜드 투자에 있어서 최소 생존 기간을 10년이라고 정의하고 싶다.

착각하지 말아야 할 것은 이런 규칙이 소비재뿐 아니라 산업재에도 반드시 적용된다는 것이다. 아니 더 심하다. 최종 제품이 아니고 중간재를 생산하거나, 생산 기자재 혹은 공구 등을 생산하는 제조업의 경우 tier 1 혹은 tier 2의 고객사의 승인이 필수적인데, 이를 위해서는 오랜 기간 제조 공정, 원가율, 품질, AS 수준 그리고 유통 조직에서의 신뢰가 전제되어야 한다. B2B 제품을 주로 생산하는 회사 혹은 브랜드가 신제품을 개발해서 5년 내 시장에 깔겠다고 호언 장담하면 일단 나는 색안경을 끼고 본다.

- ROAS (Return On Ad Spend = 특정 기간동안의 매출 / 광고선전비 및 관련한 부대 수수료와 직접비)의 변화가 심하지 않은가?
브랜드의 힘을 측정할 때 종종 헷갈리기 쉬운 것이 특정 기간 동안의 매출력이 그 브랜드의 근본적인 힘(=지구력) 때문인지, 특정 광고 혹은 프로모션의 힘(=순발력) 때문인지다. 필자는 투자를 100m 달리기보다는 마라톤에 더 가까운(정확하게 말하면 초 장거리 계주쯤 되겠다) 것으로 보기 때문에 지구력을 훨씬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래서 특정 제품 혹은 브랜드가 통상 계단식으로 매출 성장을 이루고 있을 때면 최소 3년 이상의 ROAS 추이를 꼭 들여다보고, 매출 성장기 전후의 마케팅 프로모션에서 어떤 대박 사건들이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몇 년 전인가, '쀼의 세계'에서 열연한 한땡땡 배우님의 팬이 된지 얼마 되지않아, 우연찮게 필자가 투자한 회사의 광고 모델로 한 배우님을 다시 모시게 된 적이 있다(오해마시라, 아직 실물로 본적은 없다 - 제발 좀 초대 부탁드린다 여러분). 강렬한 비주얼과 더더욱 강렬한 아저씨 팬들을 바탕으로 대박을 은근 기대했던 나였지만, 때마침 A화장품, B금융회사, C식품회사 등등 수많은 브랜드들이 한 배우님께 대쉬를 하는 바람에 결국 론칭 첫 주 '반짝'을 끝으로 '모델은 기억나나 광고는 기억나지 않는' 불쌍한 마케팅 사례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게 되었고, 결국 그 이후로 나는 이상적으로는 300%, 못해도 200% 이상의 지속적인 ROAS 창출이 없는 프로모션은 낭비라는 고집장이 영감탱이가 되어버렸다. 특히 ROAS가 들쑥 날쑥하는 제품들은, 일단 경영진이 일관된 성공 사례를 만들지 못하고, 제품은 유행처럼 흘러가는 상품으로 인지되고 있다고 이해해야 하며, 여러분은 투자자가 아닌 고객님(전문용어로는 호갱님)으로 남는 것으로 만족해야만 한다.

(2) 변화하는 직원들 - 근데 뭐가 중요한가? (돈 vs. 삶)

이태리 사람들이 늘어나는 한국에서 투자자로서 살아남기 위한 두 번째 고려 요건은 바로 새로운 마인드와 가치체계를 장착한 이들 신종인류들을 다루기 위해 조직 내에서 어떻게 의사소통을 해야하는지다. 여기서 주섬주섬 이탈리아 회화 공부를 준비하시는 꼰대님들께서는 입원을 강력히 추천한다. 그럼 도대체 '다룬다'라는 자극적인 표현을 쓰면서까지 무엇을 해야 하나? 사례를 들어보자.

수 년 전 필자가 C그룹과 함께 사업 분할을 통해 만들면서 시작한 X기업은 수출과 내수를 겸하는 전통 제조기업이었다. 비록 기술적 진보가 화려하다던지, 수출로 인한 성장이 폭발적이지는 않았지만, 50%가 넘는 국내 시장 점유율과 40년가량 1등 브랜드로서 고객의 신뢰를 얻고 있다는 점에서 해 볼만한 투자라고 생각하고 해외 선도 기업에서 야심차게 Z대표이사까지 삼고초려 비슷하게 해서 모시고 오게되었다.

나이는 좀 지긋하시지만 관련 업계에서 30년 이상 경험을 쌓고, 특히나 선도 기술 및 해외 영업에 탁월한 업적을 이루셨던 분이셨기에 후배 경영진을 몇 년간 육성하고, 그게 잘 되면 생산 위주의 기업에서 R&D 위주의 기업으로까지 탈바꿈 할 수 있겠다는 희망을 필자는 내심 가지고 있었다.

새로운 대표이사에게 전권과 신뢰를 두고 맡긴지 한 1년 정도 흘렀나? 평소 딜하기 전부터 친하게 지내던 X기업 임원분께 안부차 보낸 문자에서 야릇한 반응을 감지했다. "김 대표, Z대표님께 많이 배우고 있어, 처음부터 싹 다 새로." 오잉? X기업에서 20여년간 뼈를 묻으시고 계시는 분이 싹다 새로라니? 말 속에서 뭔가 쎄~한 기운이 느껴졌다. 파보자!

비선 채널들을 총동원해서 알아본 결과, 놀랍게도 Z대표이사가 취임한지 6개월도 안된 시점부터 회사의 분위기는 악화일로를 치닫고 있었다. 첫 3개월은 허니문 기간인지라 서로 조심도 하고 Z대표의 '선진 경영 기법'에 우리 구수한 기존 경영진들과 파릇파릇한 새로운 신규 직원들도 신선함을 느꼈으나, 잔소리도 자꾸 들으면 독이 되는 법. 매주 아침 일찍 시작되는 이른바 'GE식 타운홀 미팅'에서는 낯선 자아비판이 계속 강요되고 "라떼는 말이야"로 시작해서 "미쿡에서는 말이야"로 끝나는 훈계형 커뮤니케이션은 공감보다는 반감을 사서, 급기야 회사 창립 이래 최초로 사무노조가 설립되는 웃픈 역사를 만들게 된 것이다.

해외파 대표이사를 가장 먼저 반기던 젊은 사무직 직원들은 일방적이고, 윽박지르고, 참을성 없는 쌍팔년도 베테랑 리더십에 오히려 제일 먼저 반감을 갖게 되었고, 아니나 다를까 X기업의 실적은 슬슬 빠지고 있었다. 급한 마음에 나는 허겁지겁 C그룹과 사태의 심각성을 논의한 후 결국 우리는 좀 더 젊은 감성과 오픈마인드, 그리고 겸손한 '을'의 자세를 장착한 경쟁사의 퇴임 임원분인 W사장님을 중용하게 되었고, 부드럽게 보이지만 사실은 능구렁이 100단이셨던 W사장님의 소프트 리더십은 취임 3개월 만에 사무노조를 전격적으로 없었던 걸로 하는 성과를 내셨다. 물론 회사의 실적도 이후 점진적으로 개선된 건 말 안해도 짐작할 만한 일이다.

주목할 만한 것은 W 사장님이 젊은 사무 노조원들과 적극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할 때 이들의 요구 사항들이 금전적인 것에 있지 않았다는 점이다. 여기서 몇 가지 비법들이 있는데, 지금도 필자는 새로운 회사들을 투자할 때 조직 간의 세대갈등이 있는지, 원할한 직원 채용이 가능할 것인지를 파악하기 위해 필자는 다음의 지표들을 우선 확인한다.

- 직급별 퇴사율(입사 후 1년 내 퇴사하는 직원의 비율)
- 블라인드의 최근 피드백(최소 30개 정도)
- 네이버 키워드 검색(예를 들어, X기업 입사 조건 - 보통 네이버나 구글 검색을 우습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우주의 진리가 여기서 나온다, 믿고 당장 해 보셔라!)

이렇게 미리 검증해보고, 일단 현재 상태가 관리가능한 수준이라고 생각되면, 이 다음부터 경쟁력 있는 새로운 직원들을 수급하면 된다. 이럴 때 필자는 이태리 직원들을 모시기 위해 몇 가지 잔기술을 애용하고 있다(음, 메모하심 되겠다).

- 반 단계 더 '뽀다구' 나는 회사차량 지(리스를 이용한다면 배기량 하나 더 높이는 게 실제 비용은 큰 차이 없다. 다만, 대규모 조기 퇴사시 나의 사업 모델이 렌터카 회사로 바뀔 수 있기 때문에 퇴사 시 인수라던지, 아니면 어떻게든 재활용할 수 있는 퇴로를 열어둬야 한다.)
- 강남이 아니더라도 인 서울, 혹은 서울 근교에 R&D센터, 영업본부, 전략본부 등 핵심 조직을 유치할 수 있는 사무실 구성(일단 들어와서 잘 해주면 정들기 때문에 1~2년 있다가 조직이 안정되면 사옥을 이전하면서 모아보자. 대부분 따라온다!)
- 과감하고 투명한 휴가 정책(놀랍게도 돈 몇푼 더 주는 것보다 칼같이 휴가 보내주는 게 젊은 직원들에게는 더 중요해졌다, 진짜다! 뻥 아니다, 동료 꼰대 여러분!!)
- 직원들의 소리함을 운영하면서 대표이사가 직접 손편지,,,까지는 아니더라도 댓글로 대응해 주기(대표이사분들께는 미안하지만, 내 인스타 댓글이라고 생각하고 관리하면 애정이 생긴다.)
- 퇴사자와 1:1 심층 인터뷰 및 팔로우업(자고로 호랑이는 가죽을, 사람은 이름을, 퇴사자는 뒷끝을 남긴다. 퇴사 예정자의 허심탄회한 제안과 고백은 미래 퇴사자 10명을 미리 막아준다!)
- 대표이사 및 임원 방문 '뿌시기', 혹은 방 크기 줄이기, 혹은 방 없에기(자고로 몸이 멀어지면 마음이 멀어지고, 이건 우리의 사무실에서도 마찬가지다.)

우리의 투자 시장은 급변하고 있고, 그 난도는 인플레의 위기를 맞아 더 올라가고 있다. 이럴 때 경험이 많(아보이는) 우리 X세대 그리고 기타등등 세대 투자자들은 이제 부화뇌동을 멈추고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변화에 눈을 맞춰야 한다. 이태리인들이 부상하는 저출산 고령화의 오늘날에도 많은 투자 기회는 널려있다. 이태리를 따라잡고, 일본도 거의 다 잡았다고 자만하지 말자. 중국은 바로 뒤에서 1인당 GDP 1만2000달러라는 놀라운 성장 속도로 우리 뒤를 쫓아오고 있고, 바로 앞인 것처럼 보이는 미국의 1인당 GDP는 미안하지만 6만2000달러로 한국의 두 배에 약간 못 미친다. 그렇다, 앞으로도 갈 길이 멀고 할 일은 많다.

우리 모두 새로이 다가오는 우주인들, 외계인들, 그리고 이태리 사람들을 우리들의 아군으로 만들고, 그들이 즐기고 사용할 만한 사업을 찾아 투자하자. 그리고, 그 사업을 무럭무럭 키워나갈 수 있는 미래의 꼰대들, 오늘의 이태리 사람들을 키워보자. 그런데도 도저히 못하겠다, 모르겠다 싶으신 분들은 언제든지 필자의 인스타그램 DM으로 SOS를 날리시라. 뭐라고? 인스타 계정이 없다고? 어허! 이 양반들, 이태리 사람이 돼야한다니깐!!

정리=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