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이라도 더 받자"…치열한 '눈치 싸움'에 양파 가격 폭등 [박종관의 유통관통]

입력 2022-06-10 14:40   수정 2022-06-10 14:54


양파 가격 폭등세가 멈추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 연초 가격 폭락으로 밭을 갈아엎어 조생종 양파 생산량이 크게 줄어든 데다 최악의 봄 가뭄으로 중만생종 양파의 작황도 부진하면서다. 양파 가격이 뛰기 시작하자 산지에선 더 좋은 가격을 받기 위해 양파 출하 시기를 늦추는 분위기다. 이 때문에 양파 공급량이 줄어 가격은 더욱 치솟고 있다. 그러나 감에 의존해 출하량을 조절하다가 쟁여놓은 양파가 시장에 한꺼번에 풀리면 또다시 양파 값이 폭락해 피해를 보는 농민이 속출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산지 출하량 조절로 가격 더 올라

10일 팜에어·한경 농산물가격지수(KAPI)에 따르면 전날 기준 양파 도매가격은 ㎏당 1021원으로 전주 평균 가격 대비 9.28% 올랐다. 전월 평균 가격과 비교해선 85.35% 폭등했다. 전년 동월에 비해서도 82.68% 상승했다. 이달 들어 9일까지 6월 평균 가격은 984원으로 지난해 3월(1503원) 이후 최근 15개월 내 최고치다.

양파 가격 상승 원인은 복합적이다. 우선 올초 가격 폭락에 따른 산지 폐기로 인해 3월 하순부터 5월 상순까지 수확하는 조생종 양파 생산량이 줄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조생종 양파 생산량은 20만2000t으로 전년 대비 7.1% 감소했다.

5월 하순부터 6월 중순까지 수확하는 중만생종 양파 생산량은 97만~100만t 사이로 예측된다. 평년 대비 최대 19% 줄어든 수치다. 극심한 봄 가뭄으로 생육이 부진해 상(上)품으로 치는 알이 굵은 양파 생산량이 특히 크게 줄었다. 중국산 양파 가격 상승도 국산 양파 가격을 밀어 올렸다.

문제는 양파 가격이 오르자 산지에서 조금이라도 더 좋은 가격을 받기 위해 출하 물량을 조절하기 시작하면서 가격 상승세에 더욱 불이 붙고 있다는 점이다. 중만생종 양파는 지금 수확해 이듬해 3월까지 팔 수 있는 저장 작물이기 때문에 산지 농가와 중간도매상 등이 시장에 풀리는 물량을 조절할 수 있다. 업계에선 올 초 양파 가격 폭락으로 큰 피해를 입었던 이들이 이를 만회하기 위해 단단히 벼르고 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한 대형마트 농산 바이어는 대형마트 바이어는 "양파 가격이 오름세를 이어가다 보니 산지에서 중만생종 양파의 수확을 미루고 밭에 그대로 두거나, 수확해도 창고로 옮기지 않고 야외에서 보관하는 가저장 물량이 늘고 있다"며 "시장에 양파가 많이 나오지 않다 보니 가격은 계속해서 더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쟁여놓은 물량 풀리면 폭락 우려도
예상 밖의 상황이 벌어지자 팜에어·한경의 양파 가격 예측치도 급변하고 있다. 지난달 기준으론 중만생종 양파의 출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올 여름 양파 도매가격이 ㎏당 500원대로 안정세를 찾을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산지에서 출하량을 조절해 시장에 양파가 기대만큼 풀리지 않자 올해 말까지 양파 가격이 ㎏당 1100원대로 강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다만 산지에서 출하량을 어떻게 조절하느냐에 따라 양파 가격은 앞으로도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쌓아놨던 물량을 누군가 내던지기 시작하면 가격이 다시 떨어지고, 앞다퉈 출하를 서두르면 양파 가격이 폭락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팜에어·한경은 올해 말까지 양파 가격 강세가 이어지다가 내년 조생종 양파가 나오는 3월에는 다시 양파 값이 600원대로 떨어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권민수 팜에어 대표는 "농산물 가격은 날씨와 작황 뿐 아니라 농민들의 심리와 외식업계의 상황 등 다양한 변수에 영향을 받는다"며 "데이터 기반 가격 예측 시스템의 보급과 계약재배의 확대가 필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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