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에너지發 물가상승 대응책 뭘까

입력 2022-06-10 17:25   수정 2022-06-11 00:23

우리나라 고유의 에너지·환경 대응책 제시가 쉽지 않다. 에너지의 97%, 전략광물 대부분과 식량의 80%를 수입하는 우리가 관련 세계시장 지배력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지금 배럴당 120달러대인 국제 유가가 곧 170달러를 넘을 것 같다. 여기다 식량, 전략광물 등도 몇십 년 만에 가격 폭등과 시장 불안을 동반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미국·유럽연합(EU) 등의 제재에다 서방의 공동 대응 혼선 때문에 장기화, 구조화하는 것 같다. 우리는 이들 시장 주도국의 전략 실패 후과를 피할 방안을 민첩하게 수립하는 수밖에 없다.

사실 현재 세계시장의 어려움은 코로나 감염지역 무차별적 봉쇄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봉쇄는 경제 불황을 가져오고 이에 대응한 정부 전략은 다급한 ‘돈 뿌리기’식 유동성 과잉 공급으로 진전했다. 이는 임금 상승과 가계자산 응축, 그리고 보복소비로 이어지고, 글로벌 공급망 약화에 따른 불황을 초래했다. 각국은 ‘간결한’ 금리 조정 정책으로 대응했다. 지난해 초만 해도 미국 등 각국 중앙은행은 금리 조정으로 공급망 장애를 해결하고, 2% 이내 인플레이션 통제와 성장잠재력 유지라는 연착륙이 가능할 것으로 봤다. 경제가 너무 활성화하거나 위축되지 않는 속칭 ‘골디락스’ 달성 가능성도 내비쳤다. 그래서 금융위기와 코로나 봉쇄 불황보다 이번 불황 강도가 훨씬 약할 것으로 봤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겨우 100여 일 만에 벌써 지난 일이 됐다. 전 세계를 덮친 원자재발 물가 상승 조짐에 따른 불확실성의 강도는 예상외로 크다.

미국의 4월 인플레이션은 8.3%로 40년 만의 최고 수준이다. 세계 전체로도 두 자릿수 인플레이션이 예상된다. 세계은행은 에너지 가격이 두 배로 오르면 그것만으로도 경기 침체가 유발된다고 했다. 세계 경제 성장은 4.1%에서 3.2%로 하락할 것 같단다. 증폭되는 식량시장 불안과 ‘우크라이나 사태’ 해결 지연 가능성을 감안하면 추가 하락도 가능하다.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선진국 경기가 2년 안에 침체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특히 성장 둔화와 물가 인상이 동반되는 스태그플레이션 도래 가능성에 유의해야 할 것 같다.

우리나라도 경기 하강세는 피할 수 없다. 최근 통계청 조사 결과 생산·소비·투자 부문에 걸쳐 동시다발적 ‘트리플 감소’가 확인됐다. 올해 한국은행의 물가 상승률 전망은 4.5%지만 실제로는 5%가 넘을 것 같다. 이에 올해 우리 경제성장률은 지난해(4.0%)에 비해 대폭 낮아진 2%대 중반쯤으로 예상된다. 무역수지도 14년 만에 150억달러대 적자일 것 같다. 결국 우리나라도 성장 지원보다 물가관리가 최대 정책 과제다. 코로나 피해 직접보상 등 돈 풀기형 정책 보완이 시급하다. 전임 정부의 ‘정치이념형’ 대형 탄소중립, 녹색경제 투자는 재고해야 한다. 그 대신 미국 주도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의 반도체, 배터리 등 전략물자와 공급망 관리시스템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휘발유·경유 가격 안정을 위한 유류세 인하(4월까지 2조1000억원) 효과는 금방 소멸하는 특징이 있다. 정부가 석유 소비에 따른 편익 배분에 강제 참여한 정부 실패의 전형이다. 따라서 이런 정부 실패 보정을 새로운 정책의 출발점으로 삼을 수 있다. 무차별적 단기 보조보다 시장 특성을 고려한 기술·금융정책 통합 패키지 구성을 검토할 수 있다. 태양광·바이오·연료전지, 원전·수소 생산·희귀금속 제련, 화석에너지·비료·식량 통합 생산 등이 대표적 사례다. 에너지·자원·환경 통합 비용의 탄력적 패키지화와 사회적 합의제 도입도 바람직하다. 대책 없는 시장경제 논리만을 주장하는 것은 무책임한 ‘시간 끌기’다.

에너지·자원 부문은 금리 조정 등 ‘속 편한’ 금융정책의 하위 영역에 남지 않도록 이들 부문에 지속적으로 혁신과제를 부과해야 한다. 시장지배력이 없는 상태에서 대응 정책마저 베끼기에 급급하다는 것은 엄청난 국민 폐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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