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2일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 시장. 애호박 4톤을 화물차에 싣고 경기도 포천의 밭에서 직접 찾아온 농민 서모 씨(50)를 만났다. 서 씨는 “창고에 이미 수확한 농산물이 쌓여있어 직접 트럭을 몰고 납품하러 왔다”며 "과채류는 상온에서 최대 일주일 정도만 보관할 수 있는 데 큰일났다"고 전했다. 서 씨는 “예전엔 20톤짜리 큰 차 세 대에 위탁해 작물을 운송했는데 지금 차량이 부족해 직접 나르고 있는데 솔직히 버겁다”고 토로했다.
서씨는 “농수산물공사에선 자꾸 출고량 줄이라고 연락하는데 그냥 둬도 자라는 작물을 어쩌냐”며 “파업이 더 길어지면 폐기할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엽채류는 3일, 과채류는 일주일 정도가 상온에서 최대 보관할 수 있는 기간이다. 가락동 농수산물 시장의 한 도매상은 “서울시가 노후 차량의 시내 진입을 금지한 탓에 낡은 차량을 가진 농사짓는 어르신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고 말했다.
수산물의 경우 비수기인 여름임에도 불구하고 파업의 여파로 인한 물량 부족으로 경매 가격이 20~30%가량 상승했다. 이윤일 가락몰 수산유통인협의회 총무는 “최근 활어와 냉동 수산물을 중심으로 물량이 20%가량 줄었다”고 전했다.
서울 성북구에서 액세서리를 파는 오 모씨(44) 역시 평소 베트남 공장에서 만든 물건을 공급받지 못해 매대를 절반 가량 비워놓고 있다. 오 씨는 “파업 전에 매입가 기준 하루 평균 1000만원어치를 받았는데 최근 200만~300만원어치 밖에 못 받고 있다”며 유행에 민감한 업종이다 보니 매대에 재고품을 올려놓을 수도 없어 매출이 떨어지는 데 손도 못 쓰고 보고만 있다“고 토로했다.
의약품 물류도 일부 차질을 빚으면서 만성질환 환자 등이 불편을 겪고 있다. 최근 특정 전문의약품도 물류가 막힌 탓에 병의원·약국이 공급을 받지 못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부분의 약국은 전문약품(처방전 받아 내주는 약) 보관 공간이 여유롭지 않고, 보관 시스템도 고가라 일주일치 재고만 보유하고 있다. 경기 화성에서 약국 운영하는 장 모씨(33)는 “며칠 전부터 우리 건물의 내과에서 주로 처방하는 혈압약이 떨어져 환자들이 빈손으로 돌아갔다”며 “병원에선 대체 약 사용을 허용하지 않고 약은 언제올지 몰라 남은 약이 없는 분들에겐 다른 병원에서 다른 약품을 처방받으라고 해야할 형편”이라고 전했다.
구민기/이광식/부산=민건태 기자 koo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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