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양산업으로 낙인찍힌 당구장 산업, 유쾌한 반란 시작됐다 [이태호의 어쩌다 창업]

입력 2022-06-14 09:20   수정 2022-06-14 09:47



[한경잡앤조이=이태호 올댓메이커 대표] 흔히들 당구장 비즈니스를 한물간 업종이라고 말한다. 어쩌다 내가 하는 비즈니스에 대해 이야기하는 자리가 생기기라도 하면 산업에 대한 부정적인 이야기만 질문 받다가 끝나는 경우가 허다했다.

나는 그들에게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고 이야기해주고 싶다. 빅 비즈니스는 앞으로 뜨는 사업이 아니라 앞으로도 없어지지 않을 사업이다. 내 눈에는 앞으로도 없어지지 않을뿐더러, 이뤄진 것보다 이뤄 나가야할 것이 더 많이 존재하는 당구 산업은 충분히 빅 비즈니스로 보이기 때문이다.

물론, 당구장 비즈니스에 대한 외부의 우려 섞인 시선들이 무엇인지는 누구보다 잘 안다. 현재, 당구장 업계에 가장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부분이 젊은층 유입이다. 중장년 남성들의 전유공간으로는 산업의 미래가 그리 밝지 않다는 의견이다. 당구장은 40대 이상의 중장년 남성들의 전유의 공간으로 치부될 정도로 성별과 연령대가 한쪽으로 치우쳐 있다.

손님뿐만 아니라, 당구장 업주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이는 곧 업계 전반적으로 영향을 끼친다. 업계 관계자 역시 이런 현상에 말 못할 고민거리들이 많다. 한물 간 산업이라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탈피하고자 업체들도 다양한 시도를 한다. 하지만 오히려 새로움과 발칙함을 선보이다 시장에서 선택을 받지 못하고 사라지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몇 년 전 업계에서 흔치 않게 외부투자를 유치해 스타트업 전문 매체에 실렸던 당구 IT플랫폼 업체가 있었다. 그 업체 대표는 나이가 젊은 개발자 출신이었으며, 실력을 인정받아 사업을 시작한 지 5개월 만에 투자를 유치했다. 투자유치 보도자료를 접한 다음 날 업체 대표와 만났다. 그 대표보다 몇 년 일찍 입문한 내가 볼 때도 얼토당토않은 비즈니스 모델이었으나, 업계를 잘 모르는 외부투자자로부터 그럴듯한 IR(기업설명 활동)로 투자를 유치한 것 같았다.

아마 외부에서 바라보았을 땐 아날로그 당구비즈니스에 IT를 결합한 사업모델이 충분히 혁신적으로 보였을 것이다. 이미 당구 시장은 견고한 상위권 플레이어들이 있다. 아무리 혁신기술을 도입해도 전환비용을 고려할 때 시장을 점령하기는 쉽지 않아 보였다. 결국 그 기업은 투자유치 1년 만에 소리 소문 없이 폐업했다. 오죽하면, 업계 에선 몇 십 년 전 모델에서 조금 업그레이드 하는 정도로 제품을 출시해야 이질감 없이 시장에 통하지, 완전 새로운 것이나, 트렌디한 제품을 겁 없이 시도했다가는 자멸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다.

당구 시장에서만큼은 요즘 취향을 추구하기보다 아재들이 좋아할 고전적인 취향을 유지하는 것이 장수의 비결인 셈이다. 속된 말로 “너무 많은 것을 바꾸려 하지 마라”라는 것이다.

현실적으로도 당구장 내 분위기 역시 일명 힙한 젊은 층보다는 어른들의 취향에 맞춘 동네당구장 느낌의 매장의 비율이 압도적이며, 매장 내 서비스 역시 아직도 셀프가 아닌 주인이 가져다주는 고전적인 형태가 견고하게 유지되는 몇 안 되는 업종이다. 결국, 주 고객층에 따라 시장은 바뀔 수밖에 없기에 시장의 변화를 기대하기 보다는 고객의 변화가 먼저 일어나는 선순환 구조가 필요한 셈이다.



최근에 미래고객인 고등학생들에게 당구장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진 적이 있었다. 우리 세대 때와는 달리 당구장을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고등학생들이 많다는 것을 알았다. 또 아직도 그들에게 당구장은 드나들기 쉬운 곳은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최근 변화된 당구장의 이미지를 보여주니 그들이 머릿속에 내리 짐작하던 이미지와 너무 다르다며 깜짝 놀랄 정도였다.

반면, 볼링장은 이런 문제를 일찍부터 해결하고자 재미에 집중했다. 그 결과, ‘락볼링장’이라는 엔터공간으로 젊은이들의 놀이터로 탈바꿈하는데 성공했다. 이는 젊은 층들의 볼링장 유입을 불러왔으며, 실제로 이러한 변화과정에서 볼링산업 시장 자체의 규모가 10배 이상 성장했다.

골프 역시 골프를 즐기는 사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함께 어울릴 수 있도록 만든 ‘탑골프’의 사례에서 당구도 제2의 전성기를 누릴 수 있는 포인트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현재 ‘탑골프’ 이용자 2,300만 명 중 68% 이상이 밀레니얼 세대이며, 50% 이상이 한 번도 골프를 쳐 본적 없는 사람이라고 한다.

물론 스포츠는 스포츠다워야 하지만 이는 기존시장을 잠식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확장하는 역할을 했다. 외부에서 바라보는 당구시장은 퀀텀점프를 이뤄내기 위해 골프, 볼링과 같이 똑같은 잣대를 들이대고 고객층 확대의 시도를 해야만 한다고 말한다. 여기에 젊은 층의 유입만이 당구시장을 한층 올릴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이를 해결하지 못하면 ‘당구의 위기’ 더 나아가 ‘종말’이 될 것이라는 다소 비관적인 의견도 나오고 있다.

당구의 종말이 오기 전 우리는 다시금 부활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했다. 바로 콜래보레이션이다. 당구장이라는 공간에 집중해 업종 불문하고 당구장과 시너지가 날만한 업종을 공개모집했다.

겉으로는, 협업을 통해 개발된 브랜드와 상품을 당구장 내 팝업스토어 운영 등 다양한 접점을 통해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당구장에 실질적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내용이었지만 속내는 당구장을 찾는 고객층의 다양화를 꾀한다는 전략이었다.

첫 번째 협업할 분야는 바버샵이다. 다가오는 8월 작당은 바버샵과 콜래보레이션으로 아울렛 매장 남성패션관에 입점키로 했다. 아울렛에 쇼핑을 오는 젊은 남성들에게 거부감 없이 ‘당구’를 어필하기에는 안성맞춤이라는 생각으로 추진했다. 결과는 지켜봐야하겠지만 우리 같은 스타트업의 작은 시도로 큰 변화를 기대하진 않는다. 다만 위기의 동인을 파악하는 데에는 소기의 성과가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이태호 씨는 당구장 브랜드 ‘작당’을 운영하고 있다. 당구장 금연법 기사만 보고 무턱대로 흡연자들의 최후의 보루로 여기던 당구장이 금연법 시점으로 바뀔 것 같다는 촉 하나로 잘 다니던 회사에 사표를 던지고 당구장 사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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